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 일력 제작돼... “그들도 우리의 이웃과 같은 얼굴”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 일력 제작돼... “그들도 우리의 이웃과 같은 얼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1.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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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수용자들
사진 = 한송희 기자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 일력 제작돼... “그들도 우리의 이웃과 같은 얼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기자]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색다른 캘린더를 제작했다. 수용자 종합문예『새길지 』의 부록으로 만든 캘린더는 ‘달력’이 아니라 ‘일력’이다. 2020년은 2월이 29일이므로 총 366일인데 이 캘린더는 366쪽 하나하나마다 시가 한 편씩 삽화와 함께 실려 있다. 모두 교도소 수용자가 쓴 시로서 『새길』에 실렸던 것을 재수록한 일력이다. 최강주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쓴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교정본부는 일상의 소중함과 성실함을 생각하면서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에 실린 우수작을 선정해 일력을 만들었습니다.
  매일의 성찰이 내일의 새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지만 알찬 하루를 위해
  희망찬 교정의 내일을 위해
  물러서지 않는 진심을 담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새길』이라는 문예지가 있는지 모르지만, 수용자들은 너무나 잘 아는 문예지다. 책 뒤에 ISBN이 없고 정가도 없다.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문예지다. 미군정 치하인 1948년 4월 1일에 창간된 것도, 지난해 겨울호가 통권 448호인 것도 모두 알 길이 없다. 한국 잡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만큼 뜻깊은 책인데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사회복귀과에서는 이 계간지를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다.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소년원에까지 매호 달라지는 테마를 알려 테마수필을 공모한다. 이 밖에도 교육 소감문·용서의 글·시·수필·독후감·수기·서간문·지난호 감상문 등을 공모하여 싣는다. 전에는 교도관으로 통칭했던 교사·교위·교도·교감도 작품을 발표할 수 있고(직원 수필·직원 시), 인성교육 강사나 교육위원 같은 외부위원도 작품을 발표할 수 있다. 그러니까 벽체 안에서 형기를 사는 수용자나 그들을 지도, 관리하는 교도관이나 정기적으로 가서 교육하는 강사가 모두 필자로 참여하는 일종의 공동체나 대화의 장이 바로 『새길』이다.

테마수필과 용서의 글은 본지 ‘내 영혼을 움직인 시’의 필자인 이승하 시인이 맡아서 8년째 하고 있다. 시와 소감문은 신정민 시인이, 수필과 수기는 원정미 수필가가, 독후감·서간문·감상문은 이지호 시인이 심사하고 있다. 선정한 모든 작품에 대해 일일이 작품평을 써야 하기에 힘들고 까다로운 심사다. 게재하는 편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탈락시키는 것이 매번 고역이라고 한다. 완성도, 문장력, 진실성 등을 기준으로 해 가려내지만, 정말 좋은 글이 너무 길 때도 있고 너무 짧을 때도 있다. 사연은 가슴 아픈데 신세한탄으로 흘러 객관성을 상실했을 때는 아깝지만 탈락을 시킨다고 한다. 

심사료는 세금을 제하면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적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이승하 시인은 말했다. 피해자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사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쓰는 글이 ‘용서의 글’인데 요즈음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죄를 지은 글쓴이는 삼시 세끼 잘 먹고 나라에서 입혀주고 재워주는데 정작 피하자 가족은 극한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욱 솟구치는 사죄의 말을 쓰기도 하는데, 과연 피해자에게 전달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후일담이다.

이승하 시인은 “3개월에 한 번씩 백 편 정도 되는 글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수용자를 흉악범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장환경이 불우했던 경우도 있고 의지가 박약했던 경우도 있고 순간의 실수로 범법자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수용자를 유영철이나 이춘재로 보는 시각은 교정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술을 안 마시고 운전해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고, 돈을 빌렸다가 못 갚으면 경제사범이 되는 겁니다.”라며 가슴 아픈 사연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승하 시인은 그들의 글을 읽다가 실제로 운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는 작품평을 쓰면서 ‘당신의 글을 읽다가 울었다’라고 고백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의 부록 일력 [사진 = 김보관 기자]

“우리나라는 재범률이 높다고 해요. 소년원 출신이 성인 교도소에 또 가거나 유사한 범죄를 또 저질러 재범, 3범, 4범이 되는 거지요. 이들이 다시 수용자가 안 되도록 노력하는 부서가 바로 사회복귀과입니다. 그 부서에서 정성껏 만드는 책이 『새길』이고요.”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은 위와 같은 말을 전하며 몇 편의 시를 추천하기도 했다.

  저 사랑스러운 모양과 크기와 색깔은
  누가 정했을까?

  저 안에든 과즙과 단맛과 영양분은
  누가 제조했을까?

  저 잎의 그늘과 가지의 튼튼함은
  누구 아이디어일까?

  자연은 사랑으로 가득한데
  나는 무엇으로 가득한가?

  <천도복숭아>, 『새길』 2019 가을호(통권 447호)

시 부문을 맡은 심사위원 신정민 시인은 작품평에서 “짧은 질문 속에 담긴 수많은 답을 생각하게 하는 시편입니다. 열매 한 알 속에 담겨있는 햇볕과 바람과 비를 생각해봅니다. 한 사람의 모양과 크기와 색깔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건강한 몸과 마음은 자신만이 만들어갈 수 있겠지요. 나는 무엇으로 가득한가. 묻고 답이 되어줄 마음을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라는 말로 <천도복숭아>에 담긴 자아성찰과 세상을 향한 시선을 되짚어 보았다.

독후감·서간문·감상문의 심사를 맡고있는 이지호 시인은 “교화 활동에 함께하며 수용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변화했다. 처음 글을 읽으며 울었던 감정이 연민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공감에 가깝다. ‘저들도 하나의 인간이고 개인이구나. 죄를 저지른 사람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종이 한 장 차이구나.’하고 생각한다.”라며 “죄는 분명히 잘못되었으나, 직접 보고 글을 통해 교류한 그들은 우리 이웃 중 한 명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지호 시인은 “기억나는 분 중에는 매해 4번 발간되는 『새길』에 2, 3년간 꼬박꼬박 서간문 형식의 글을 보내주던 이가 있다. 매 권 같은 분의 글을 선정할 수 없어 감상평을 통해 나름대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흔히 가진 편견과는 달리 많은 수용자들은 뛰어난 글솜씨를 자랑한다. 대학원 발제나 리포트 수준의 글을 유려하게 써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의 부록 일력 [사진 = 김보관 기자]

  대패질을 배웠다.
  서툰 동작에 흐르는 땀방울
  한겹, 한겹 깎아갈수록 짙어지는 송진 내음
  눈발같이 내리는 대팻밥
  결 따라 고와지는 수줍음 가득 나무 속살과 그 마음
  비로소 뽀얀 희망이 보인다.

  망치질을 배웠다.
  어설픈 손짓에 휘어지는 못 머리
  쿵쾅쿵쾅 짜여 지는 각재들
  어느새 소리를 가진 명사(名詞)가 되어 간다.
  의자, 탁자, 서랍장, 문갑...
 그 이름도 희망을 가진다.
 
  톱질을 배웠다.
  부르르 떠는 톱날
  한 켜, 한 켜 썰수록
  베어나가는 내 욕심
  큰 욕심에 아픔도 크지만
  그 틈에 희망의 속살이 솟아난다.

  <목공을 배우며>

이지호 시인은 서울소년원에서 사회에 나가기 전 제과, 제빵을 하는 소년범들이나 세차, 작품 전시, 공예품 판매 등으로 교화 활동을 통해 다시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는 사례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시 <목공을 배우며>는 이러한 수용자의 삶과 깨달음을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대패질, 망치질, 톱질을 하면서 비단 나무 조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난날과 세월을 한겹 한겹 깎고 다듬어 나가는 것이다.

한편, 이승하 시인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삼성의 꿈나무장학재단이 소년원 시 지도 프로그램을 2014년, 2015년 두 해만 지원하고 중단한 것입니다. 그때 소년원에 가서 고생한 서경숙 박사, 저, 김강옥, 김미화, 유미정, 조난영, 유선, 권명자 선생님과 정대인 목사님이 정말 열심히 시를 가르쳐 쓰게 했었지요. 2권의 시집에는 시를 어떻게 쓰는 것인지 감을 못 잡고 쓴 것도 많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 꽤 많아서 이 두 시집에 실린 시를 강연의 자리에 가서 읽어주면 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며 “‘환’이라는 소년이 쓴 <아프지 마>라는 시는 감동적이다.”라고 소개했다.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나에게 가슴 아픈 한 마디

지금은 듣지 못할 한 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버지
때 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아프지 마>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낸 한 소년이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외친다. 아빠도 아프지 말라고. 백일장 형식을 취해 상장도 준다. 시 공부만 몇 주 하면 아이들은 지쳐버린다. 그래서 운동회도 하고 특기 발표회도 한다. 아이들의 ‘끼’를 살려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 것이다. 소년원에서는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아이들이 제법 많고 자격증을 몇 개씩 따기도 한다. 절망에 빠졌다가 희망의 씨를 키우는 그 변화 과정의 경과를 글로 써 『새길』에 실린다.

“얼마 전에는 열여섯 나이에 15년 형을 받은 이의 수필을 보았습니다. 어머니가 8년 2개월째 면회를 오고 있대요. 소년원에서 성인 교도소로 이감되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도 합격했고 자격증도 많이 땄다고 합니다. 이감 온 지 4년 동안 징벌 한 번 안 받고 착실하게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수기를 보고 감동하였습니다.” -이승하 시인.

바깥세상의 독자들은 『새길』의 필자들이 원고료를 얼마나 받는지, 받는다면 그 원고료를 어디다 쓰는지도 궁금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하 시인은 “법무부 사회복귀과에서 좀 더 신경을 써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갖게 하고 투고를 유도해 그곳에서 시인과 소설가가 나오는 사례가 있기를 바란다.”라며 “사회복귀과에서 아직 여기까지는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체로 비용 때문이다. 교도소장에 따라 다른데, 교화사업으로 전통적인 종교 교화사업만 허용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교육과정을 만들어 글을 쓰게 한다, 합창한다, 연극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므로 진행이 잘 안 된다. 시는 짧기도 하지만 펜을 쥐여주면 책과 무관했던 그들이라 글 쓰는 것을 난감해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쓰고 정성껏 쓴다. 그런 몰입도는 생애 처음일지 모른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감방의 구석에서 무릎 꿇고 앉아 종이에 볼펜으로 쓴다. 그런 자세로 글을 쓰면서 그들은 대체로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참회한다.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스스로 새 길을 열어간다. 
 
정부가 하는 이런저런 사업 가운데 가장 보람찬 사업이 바로 법무부 사회복귀과에서 하는 일이 아닐까. 특히 이번에 366편의 수용자 시를 실은 캘린더를 제작한 법무부 교정본부 팀의 아이디어는 멋진 것이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가 그쪽 세계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길』은 그곳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줌과 더불어 수용자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하는 가치 있는 문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