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0) / 학원 민주화를 위해 – 송진의 ‘떼여노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0) / 학원 민주화를 위해 – 송진의 ‘떼여노민’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1.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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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0) / 학원 민주화를 위해 – 송진의 ‘떼여노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0) / 학원 민주화를 위해 – 송진의 ‘떼여노민’

  떼여노민
  ―고 고현철 교수 1주기를 추모하며

  송진


  그는 멀리 갔다
  우리는 모여 그를 추모하고 있다
  그는 멀리 갔지만 가장 가까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故 고현철 선생님,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그는 가도 우리는 먹는다
  하얀 백설기를 토마토 주스를 햄샌드위치를 명랑핫도그를

  그는 가도 우리는 듣는다
  남성중창단의 헌창을
  ‘청산에 살리라’
  ‘내 영혼 바람 되어’

  그는 가도 우리는 본다
  강미리 교수의 헌무를

  그는 가도 우리는 스쿨버스를 탄다 
  부산대 제1도서관 고현철 교수 문고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는 가도 
  배롱나무는 진홍빛 담배 한 가치 물고 있다 

  그는 가도
  초록 아이비는 가을 하늘 목화솜물결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다

  부산대학교 인문관 필로티 오후 3시 

  장미 네 송이 붉은 핏물 흘리며 서 있다

  —『미장센』(작가마을, 2017)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0) / 학원 민주화를 위해 – 송진의 ‘떼여노민’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진주교대 송희복 교수와 함께 부산대 국문학과 고현철 교수를 만난 것은 2005년쯤이었다. 차도 같이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호프집에 가서 맥주도 마시면서 환담을 나누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자기주장이 뚜렷했고 맑고 밝은 인상이었다. 2015년 8월 17일, 고현철 교수는 대학본부 측의 총장 간선제 추진에 반발해 직선제 유지를 요구하며 투신자살했다. 학원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소신공양한 것이었다. 

  나는 고 교수의 『구체성의 비평』과 『탈식민주의와 생태주의 시학』을 지금껏 갖고 있다. 김준오 교수가 아꼈던 제자로서 무척 성실한 학자였기에 54세로 마감한 그의 생애가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하다. 

  송진 시인은 생전의 고현철 교수와의 추억을 더듬고 있다. 제목은 ‘억지로 떼어놓아 슬픈’으로 이해하면 될까. 고 교수가 생전에 이룩한 것, 남긴 것,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들을 제목과 연관시켜 본다. 장례식 때 부산대 무용학과 강미리 교수가 헌무(獻舞)를 추었나 보다. 부산대 제1도서관에 고 교수가 기증한 책들이 한 개 방을 이루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의 올곧은 정신이 학교에 오래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말수가 적지만 눈이 형형했던 고현철 교수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학원 민주화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지만 고현철 같은 용기 있는 교수가 있었기에 이 정도라도 진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가 고현철 교수의 명복을 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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