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3) / 미인들의 거리 - 박성민의 ‘신윤복의 미인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3) / 미인들의 거리 - 박성민의 ‘신윤복의 미인도’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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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3) / 미인들의 거리 - 박성민의 ‘신윤복의 미인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3) / 미인들의 거리 - 박성민의 ‘신윤복의 미인도’

  신윤복의 미인도

  박성민 


  상무역 5번 출구
  신윤복이 개업했다
  붓 대신 메스로
  미인을 만드는 혜원
  갸름한 턱선과 눈매
  교태까지 그린다

  회전문 밖으로
  미인들이 나온다
  바코드 찍힌 가슴
  애플힙에 레깅스
  밤이면 부분 마취한
  거리들이 반짝인다

  —『한국동서문학』(2019년 겨울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3) / 미인들의 거리 - 박성민의 ‘신윤복의 미인도’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광주 지하철 상무역 5번 출구로 나가면 성형외과병원이 여러 곳 있나 보다. 서울에는 강남에 성형외과병원이 즐비하다. 어떤 여성은 미인이 될 꿈에 부풀어, 어떤 여성은 다소 기형인 얼굴의 모양을 바로잡으려고 병원에 간다. 요즈음에는 남성도 많이 간다고 한다. 수술이 잘 되면 미인이 아닌 사람이 미인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병원이 성업 중일 것이다. 얼굴만 성형하는 것이 아니라 힙과 다리까지 해준다니 몸매도 고쳐주는 모양이다. 

  혜원 신윤복은 조선조 후기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로서 미인도를 특히 잘 그렸다. 머리를 높게 올려 그린 미인도는 서구의 미인과는 확실히 다른 우리나라 미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신윤복은 여염집 아낙보다는 기생을 즐겨 그렸다. 

  박성민의 시조는 제목은 이렇게 붙였지만 실은 오늘날 성형수술로 미인이 되는 여성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는 내용이다. 사람에 따라 시인에게 이렇게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좀 들여 외모를 가꾸겠다고 하는데 꼭 이렇게 초를 쳐야 되겠는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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