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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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돌탑 쌓기 

  전병호 


  누구든지
  탑 꼭대기에 올려놓은 돌이 되고 싶을 거야.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말렴. 
  이미 쓰러지지 않을 높이까지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네가 돌 한 개를 더 올리는 순간 
  아마 탑을 무너뜨리게 될 거야.

  그래도 돌을 올리고 싶다면
  크고 넓적한 돌을 주워 바닥에 놓으렴.
  그럼 네 뒤에 오는 사람이 
  돌을 올려놓고
  또 뒤에 오는 사람이 돌을 올려놓아
  마침내 탑이 우뚝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될 거야.

  그때 너는 알게 될 거야.
  탑 꼭대기의 돌이 되지 못했지만
  탑을 품은 돌이 된 것을.

  나를 버림으로써
  모든 돌을 품고
  스스로 탑이 된 것을.

  나는 받침돌을 놓을 테니
  네가 탑이 되렴. 

  —『한국문학인』(2019년 겨울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4) / 큰마음으로 살기 - 전병호의 ‘돌탑 쌓기’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동시치고는 꽤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아이들 중에는 이 동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도 그럴 테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했던 텔레비전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나 지금 하고 있는 <블랙독>을 보면 교육 현장의 실제 모습이 바로 이렇구나, 아프게 느낄 것이다. 

  탑의 꼭대기에 돌을 올려놓으려다가 돌탑이 무너지게 하는 행위와 크고 넓적한 돌을 놓아 돌탑 쌓기가 시작되게 하는 행위를 비교해보라고 전병호 동시인은 아이에게 말해준다. 사람은 자기를 과시하고픈 욕심을 누구나 갖고 있다. 또한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하지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VIP만 있는 것이 아니다. CEO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청소부도 있어야 하고 소방관도 있어야 한다. 경찰관도 있어야 하고 일등병도 있어야 한다. 희생정신이나 봉사정신을 갖지 않고 오직 1등만을 향해 달려가다간 그 꿈이 좌절되면 절망의 벽에 쾅 하고 부딪치게 될 것이다. “나는 받침돌을 놓을 테니/ 네가 탑이 되렴.” 큰 감동을 받았으니 시인에게 큰절을 올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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