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다영 시인, “시와함께” 감태준 편집 겸 주간이 건넨 청탁 거절 후 ‘좋은 시’ 공개 
[인터뷰] 성다영 시인, “시와함께” 감태준 편집 겸 주간이 건넨 청탁 거절 후 ‘좋은 시’ 공개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2.03 23:32
  • 댓글 1
  • 조회수 1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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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중앙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 성추행 혐의로 교수직에서 해임’된 감태준

“그렇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우리가 다르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2016년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저는 알아요. 기억하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성다영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성다영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1월 31일, 성다영 시인이 자신의 SNS에 시 한 편을 공개했다. ‘좋은 시’라는 제목의 작품은 감태준 씨가 편집 겸 주간으로 있는 시전문지 “시와함께”의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감태준 씨는 2007년 중앙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 성추행 혐의’로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시와함께” 창간호를 여는 감태준 씨의 글에 ‘2차 가해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하단은 성다영 시인이 쓴 ‘좋은 시’의 전문이다.

 

성다영 시인의 ‘좋은 시’ [사진 출처 = 성다영 시인의 SNS]

성다영 시인의 ‘좋은 시’는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어떤 연유로 이와 같은 작품을 발표하게 된 것일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뉴스페이퍼는 성다영 시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인은 “지난해 10월 말 시전문지 “시와함께”로부터 ‘좋은 시를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원고청탁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시와함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으나, 청탁서에 적혀 있는 ‘감태준’이라는 이름이 왠지 낯이 익었다. 이후 한 신문기사를 읽게 됐다. 

‘제자 성추행 혐의’ 감태준, 시인협회장직 사퇴 (한겨레, 2018.02.26.)

‘여러 건의 성추행 혐의로 대학에서 해임된 사람이 최근에 문학잡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성다영 시인의 머릿속에 선명한 생각이 스쳤다. “시와함께” 편집부에 메일을 보내 조용히 거절을 건네는 대신, ‘좋은 시’를 쓰기로 한 것이다.

“시와함께” 표지

성다영 시인은 감태준 씨의 성추문에 관한 기사 내용을 재조합하여 ‘좋은 시’를 썼다. 이후 “시와함께”의 거절 전화를 기다렸다. ‘이 시를 실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감태준 주간에게 “편집 방향에 맞지 않아서 해당 시를 싣지 못하겠으니 다른 시를 보내달라”는 요지의 전화가 왔다. 성다영 시인은 그의 요구를 거절하고 모두에게 시를 공개했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성다영 시인과 추가 인터뷰를 진행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좋은 시’는 우리가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습니다. 여기서 성폭력 가해자를, 그리고 우리는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 관심을 두고 동의하고 지지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해요.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시작은 어려워요. 그렇지만 지속하는 일은 더 어려워요. 힘들게 시작한 일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아직 시작일뿐이에요. 가해자들은 이 모든 것이 언젠가 지나가리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우리가 다르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2016년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저는 알아요. 기억하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물론, 시인에게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던 건 아니다.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성다영 시인은 “시와함께가 저에게 원고청탁서를 보냈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문학세계사가 출간하는 “2019년 신춘문예 당선 시집 게재 거부” 의사를 밝힌 작년 봄을 떠올렸다. 문학세계사는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김요일 씨가 기획이사로 있던 출판사로 그의 아버지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요일 씨는 2017년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현재 문학세계사의 계열사 아이들판의 발행인으로 있다. 

성다영 시인은 “성폭력 가해자가 여전히 문단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에 반대하여 신춘문예 당선 시집에 실리는 것을 거부했다. 이번 일은 그것과 연장선에 있는 태도에 기인한 듯하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는 성폭력 가해자 또는 미투 운동 당시 지목된 자들이 적절한 조치 없이 문학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보인다.

성다영 시인의 ‘좋은 시’ 공개와 같은 공론화는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되는 동시에 적지 않은 용기를 수반한다. 혹 추후 문단 내 또 다른 권력자에 의해 배제되는 상황이 오는 등의 우려는 없었는지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성다영 시인은 “그런 걱정은 한 적 없다. 나도 신기하다.”라며 “연대하는 다른 작가들을 믿기 때문에 겁이 안 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부정한 원고청탁은 받고 싶지 않다.”는 단단한 의지를 전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단 내 성폭력, 미투는 상당수 존재한다. 엄연한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음에도 가해자들은 버젓이 활동하며 2차, 3차 가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성다영 시인은 “그들이 활동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필드에 그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활동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고 잠이 안 온다. 그들은 미래 작가들의 언어를 빼앗았다. 평생에 걸쳐 그들을 망하게 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도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성다영 시인에게 일련의 과정들은 “과도하게 집중되어있는 문학계 권력을 해체하고, 쓰는 사람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작품을 발표하고 작가로서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현재와 미래의 독자이며 작가인 모두를 위한 움직임”이다. 성다영 시인은 인터뷰 말미 이 같은 움직임에 함께 힘을 싣고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치열하게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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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사랑 2020-08-30 22:33:24
맞아요. 혼자가 아닙니다.
저 역시 연대의 마음을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