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6) / 자본주의가 무섭다 - 이근숙의 ‘자본주의 아프리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6) / 자본주의가 무섭다 - 이근숙의 ‘자본주의 아프리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04 17:15
  • 댓글 0
  • 조회수 22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6) / 자본주의가 무섭다 - 이근숙의 ‘자본주의 아프리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6) / 자본주의가 무섭다 - 이근숙의 ‘자본주의 아프리카’

  자본주의 아프리카 

  이근숙 


  양치질 않아도 충치가 없다는
  아프리카 원주민은
  ‘투투’ 나뭇잎을 껌처럼 씹어서
  풍치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믿거나 말거나,

  전동차 안
  자, 여기
  이 시리고 입 냄새 나는 사람
  담배 피우는 사람
  한여름에 찬 것 못 먹는 사람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아도
  말끔해집니다요

  신통방통 아프리카가 원산지라는 충치약

  한 개는 삼천 원 두 개는 오천 원
  안 써본 사람도 딱 한 번 써보면
  요 제품 피알 자처합니다요
  자, 자, 써 보시고 다시 찾는 사람들
  아! 거기 계시다구요
  아프리카 ‘투투’ 나뭇잎이 호객을 한다

  지구의 반대편 아프리카 오지에서
  동북아 한국까지 원정 온 투투
  승객들 안 들은 척 졸고 있는데
  찬물에 깜짝 놀라는 시린 어금니 한 개가
  허공에 치는 거미줄 같은 피알에

  혼자 솔깃해지는 자본주의 아프리카.

  -『안양문학』(창간 제30집 특집호)

 

  <해설>

  흔히 말하기를, 자본주의는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판다고 하지 않는가. 아프리카에 사는 원주민들은 ‘투투’라는 나뭇잎을 껌처럼 씹고 있기 때문에 풍치도 충치도 생기지 않는다고 전동차 안에서 치약 판매를 하는 외판원이 말한다. 치약을 정말 그 나뭇잎으로 만들었는지, 투투 나뭇잎이 정말 그런 효과가 있는지, 그런 나뭇잎이 있기는 있는지 알 수 없다. 생산자가 아닌 승객은 더군다나 알 수가 없지만 화자는 귀가 솔깃해진다. 시린 어금니를 이 치약이 낫게 하려나. 

여기가 어디인가.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이다. 아프리카 각 나라에도 지금은 자본주의가 들어가서 흑인 원주민들이 콜라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햄버거의 맛을 알 것이고 피자를 배달시켜 먹을 것이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고 한다. 박지원의 『허생전』을 보면 자본주의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하지만 부익부빈익빈이, 유전무죄ㆍ무전유죄가 또한 자본주의의 속성이기에 우리는 유럽식 사회주의도 일부 도입해 무소불위의 자본주의를 견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