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98) / 대구 사투리로만 - 상희구의 ‘오이 아나 가이 아나’
오이 아나 가이 아나
상희구
이른 새벽
갑재기 중풍으로 쓰러진
엄마를 볼라꼬
서울 사는 막내이 아들이
득달겉치 딜이닥친다
엄마는 벌써 아문가문하다
이모가 눈물을 찍어미
―아이고 성님요,
눈 좀 떠 보소
서울서 칠복이가 왔구마!
우짯꼬,
당최 사람이
오이 아나
가이 아나
—『개살이 똑똑 듣는다』(오성문화, 2015)
<해설>
대구 출신 시인 상희구의 경상도 사투리 시집이 최근에 제8집이 나왔다. 2022년에 열 권째가 나옴으로써 완결될 예정이다. 이 시는 다섯 번째 시집에 실려 있다.
경상도 사투리는 시어로서 제 기능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워낙 투박하여 우리말의 감칠맛을 내기에는 전라도 사투리나 충청도 사투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목월의 『경상도의 가랑잎』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상희구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로만 이루어진 시집을 내기로 했다. 특히 대구지방은 말의 무뚝뚝함이 평안도, 함경도보다 심한데 이 억센 입말을 시어로 구사해 보기로 했으니 그의 방대한 작업은 우리 시사에 길이 남을 크나큰 업적이다. 대구의 인물 연구, 지리 연구, 풍물 연구……. 10권 시집이 완간되었을 때 대구시장이 상희구 시인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드릴지 궁금하다.
“오이 아나 가이 아나”는 대구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이 시 속의 어머니는 병이 위중하여 의식이 오락가락한다. 아문가문하다가 그런 뜻인가 보다. 사람이 오니까 알아보나 가니까 알아보나 어찌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보냐고 이모는 눈물을 찍으며 한탄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상희구의 ‘경상도 사투리의 속살’ 여덟 권의 언어는 삶의 언어요 사람의 언어요 민중의 언어다. 상희구 시인의 시집을 읽다 보니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하지도 않고 무뚝뚝하지도 않다. 말들이 뜻밖에 아주 살갑고 따뜻하다. 대구사람들이 유독 정이 많다는 것도 이제 알았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