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1) / 꾀병 추억이 있나요? - 주하의 ‘어떡하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1) / 꾀병 추억이 있나요? - 주하의 ‘어떡하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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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1) / 꾀병 추억이 있나요? - 주하의 ‘어떡하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1) / 꾀병 추억이 있나요? - 주하의 ‘어떡하지’

  어떡하지
 
  주하

  
  자다가 설풋
  머리만 깼다

  등 뒤에서
  통닭 먹는 소리가 들린다

  ―오빠도 깨울까
  동생이 말했다

  ―학원 가기 싫어 아프다며 잠들었는데 나둬라
  엄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런 말이 없다

  통닭 먹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어떡하지

  ―『동시발전소』창간호(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1) / 꾀병 추억이 있나요? - 주하의 ‘어떡하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여러분은 꾀병을 부려본 적이 없습니까?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꽤 여러 날 학교에 안 갔습니다. 부모님은 속였는데 친구들은 속일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문병을 와서 들통이 나버렸지요.)

  아, 정말 어떡하죠? 통닭을 다 먹고 말겠습니다. 꾀병을 부려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일어날까요 계속 자는 척할까요. 엄마는 내가 꾀병을 부리는 것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 못 일어나겠습니다. 

  제 누이동생은 오빠를 잘 따르고 오빠 말도 잘 듣고 착합니다. 오빠를 깨워 같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말했는데 엄마는 참 매정합니다. 심술궂기가 마귀할멈 같아요. 

  앞으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어떤 식으로는 벌을 받게 되더라고요. 통닭은 식으면 맛이 없는데 닭다리 한 개도 안 남기고 다 먹어버리면 아, 어떡하죠?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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