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오랜 잠에 대비해 고즈넉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이라면 자고 일어나도 조용할 거라 믿고. 그런데 깨어나고 보니 편의점이라 하는 이상한 가게가 덜렁 자리를 잡았다. 용은 그곳에서 삶을, 시간을, 영원을 나눌 상대를 찾아낸다.
-송한별 작가의 ‘용과 편의점과 모험가’ 중에서.

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을 매료해 온 소재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전설과 이야깃거리가 되어온 용 혹은 드래곤은 영화, 만화, 소설을 가리지 않고 활용되어왔다.
판타지,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기획, 출간하는 개인 브랜드 미씽아카이브가 이처럼 매력적인 용(龍)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은 단편소설집 출간 프로젝트 “drag_on”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미씽아카이브는 2018년 활동을 시작해 류호성 작가의 장편소설 “broken flower”, 오소리 작가의 중단편소설집 “완벽한 식사를 위한 가이드북”, 나비와 소녀를 테마로 한 공동작품집 “fly like a butterfly”를 출간했다. 2020년 미씽아카이브가 첫 번째로 선보일 “drag on”은 ‘용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테마로 12명의 작가가 모인 공동 창작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drag_on’은 2019년 11월, 참여 작가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면서 시작되었다. 용 혹은 드래곤에 대한 여러 작품을 모집해 석 달여간의 작업 결과 총 12편의 중단편 소설이 완성되었다. 2월 1일 런칭한 프로젝트는 2월 10일 밤 현재 175명의 후원자가 후원해 목표 금액의 1,105%를 돌파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drag_on’에 참가한 12명의 작가는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용과 용이 사는 세상, 용과 함께 숨 쉬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완성된 12편의 이야기는 소재와 분위기, 배경에 따라 6편씩 나누어 2권의 책이 되었다.
그중 “hi there, dragon”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우리와 가까운 곳에 존재했던 용들의 이야기이며 시대물과 어반 판타지, SF 장르의 작품을 묶었다. “way to dragon”은 용을 떠올릴 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규범의 이야기로 메르헨부터 에픽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판타지 작품들을 한 데 엮었다.

용산구 음식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는 흉흉한 소문이 하나 있다. 아이파크 2동 1408호 주문을 받으면 안 돼. 바보 같은 소리에 질린 3개월 차 라이더 진언은 아무도 받지 않는 주문을 낚아채 아이파크로 향하고, 그곳에서 상상도 못 한 존재와 마주한다.
-이시우 작가의 ‘진언과 용’ 중에서.

이제 갓 독립한 드래곤이 가장 처음 할 일은? 마력의 냄새를 쫓아 인근의 마녀를 찾아가 차를 얻어 마시는 것이다. 마음 깊은 마녀 바닐라와 만난 어린 드래곤 크림은 일상적인 행복을 즐긴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 때문에 바닐라가 사라져 버리기 전까지. 용맹한 크림은 바닐라를 쫓아 인간의 수도로 모험을 떠난다. 그 전에 저기, 재밌어 보이는 것 좀 보고.
-재은하늘 작가의 ‘바닐라&크림’ 중에서.
“hi there, dragon”에는 앞서 언급한 이시우 작가의 호러틱 어반 판타지 ‘진언과 용’을 비롯해 이경희 작가의 이기론적 조선 기담 ‘마음 여린 땅꾼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 포송 작가의 동양풍 환상기담 ‘백일홍이 피었습니다’, 미르비 작가의 메타 인지적 고백 ‘2020년 1월 25일에 저장된 글입니다’, amrita 작가의 SF 성장물 ‘울트라마린 엑소티카’, 남세오 작가의 근현대 드래곤 밀리터리 ‘제131드래곤비행대대’가 실려있다.
“way to dragon”에서는 재은하늘 작가의 메르헨풍 마녀 판타지 ‘바닐라&크림’과 더불어 송한별 작가의 동양풍 힐링 판타지 ‘용과 편의점과 모험가’, 반월웅 작가의 마도공학 판타지 활극 ‘용을 훔친 도마뱀’, 반도 작가의 동화풍 라이트 문예 ‘조금 오래된 소원’, 연여름 작가의 어설픈 용과 엉터리 마법사가 그리는 드라마 ‘론다’, 위래 작가의 언어와 개념을 논하는 에픽 판타지 ‘백관의 왕이 이르니’를 읽을 수 있다.

미씽아카이브의 단편소설집 프로젝트 “drag on” 펀딩 날짜는 3월 13일까지이며 작가진 중에는 환상문학웹진 거울, 괴담공포레이블 괴이학회,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등 다양한 단체에 소속된 이들도 있다.
미씽아카이브 기획자 송한별 작가(편집자)는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가 일종의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신나고 떠들썩한 분위기까지가 책을 고르고 사서 읽는 과정에 더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또한, “크라우드펀딩의 성공적인 성과에는 용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관심 있는 소재도 영향을 주었음과 동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 면면이 크게 기여했다."는 말과 함께 프로젝트 참여 작가 중 출간 이력이 있는 작가가 적지 않음을 밝혔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클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