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경 작가 단편집 “금속의 관능” 출간! 로봇과 귀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SF 판타지 로맨스
윤여경 작가 단편집 “금속의 관능” 출간! 로봇과 귀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SF 판타지 로맨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2.16 20:53
  • 댓글 0
  • 조회수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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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속이다. 차갑고 아름다운.”

맙소사.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느끼는 그 ‘사랑’이라는 감정의 알량함이라니. 아무리 심장이 쇠로 만들어진 아이언일지라도 추락해서 몸이 가루가 되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그것도 혼자서 겪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거였다. 그런 상황을 겪는 그의 어려움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했다. 
-윤여경 작가, ‘금속의 관능 Ⅱ - 타나토스’ 중에서.
 

제5회 중국 국제 공상 과학 콘퍼런스에 참석한 윤여경 작가 [사진 = 이정하 예술감독,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로봇, 귀신, 투명인간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인물이 등장하는 기발한 SF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찾아왔다.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윤여경 작가의 단편집 “금속의 관능”에는 작품들을 포함해 총 10개의 소설이 담겨있다.

윤여경 작가는 “세 개의 시간”으로 한낙원 과학소설상을 수상했으며 과학 웹저널 크로스로드에 ‘피리 부는 소녀’, ‘회의실을 빌려드립니다’를 실은 바있다. 최근에는 중국 청두 국제 공상 과학 콘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단편소설집의 표제작 ‘금속의 관능’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 여성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휴머노이드와 이를 마주하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한다.

우주를 표류하는 급박한 상황과 첨단 과학 기술의 사용이 가능한 인류, 미지의 행성을 오가는 소설 속 세계관 역시 읽는 이에게 풍성한 재미를 제공한다. ‘금속의 관능’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총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 두 편 또는 한 편의 글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가 있다.

윤여경 작가의 단편집 “금속의 관능” [사진 = 김보관 기자]

소설집에 수록된 또 다른 작품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연인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타임루프물 ‘러브 모노레일’이 있다.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작인 ‘러브 모노레일’은 윤여경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스물네 명의 연인을 사귀어보도록.”, “너를 영원히 사랑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쇼핑을 하고 알파벳을 채우듯 연애를 이어온 주인공 ‘늘’. 그녀는 약혼자 Z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러브 모노레일’의 티켓에 당첨된다. 권태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Z이지만, 늘은 그런 Z를 자신의 인생 속 마지막 상대로 규정하고 영원한 사랑을 꿈꿔왔다.

놀이동산인 줄 알았던 공간 속 ‘러브 모노레일’에서 마주한 ‘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연인들은 저마다 그녀를 가장 사랑하던 순간의 모습으로 한꺼번에 등장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제한시간은 24시간. 하루 내에 그들의 시간 속에 남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늘은 복잡한 생각에 휩싸이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도 함께 찾아온다.

 

몸은 이물감에 매우 예민하다. 머리카락이 음식에 섞였을 때,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정신은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몸은 이물을 밀어낸다. 구토하고, 설사하고, 뱉어낸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날 밤, 내 몸은 이물감을 느꼈고 알았다. 네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그래서 뭐?’
내 마음이 말했다.
-윤여경 작가의 ‘이물’ 중에서.

바람둥이 귀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의 ‘이물’ 또한 주목해볼 만한 소설이다. 귀신 또는 이계(異系)의 존재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작품은 적지 않지만, 윤여경 작가의 ‘이물’은 현실의 존재인 ‘시현’이 등장하면서 궤도를 달리한다.

귀신인 ‘무현’의 일란성 쌍둥이인 ‘시현’은 힘든 순간을 겪고 있던 주인공에게 마법처럼 등장해 둘도 없는 연인이 된다. 한때는 형제였던 무현과 시현, 그 둘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는 과연 어떤 관계로 나아갈까? 귀신인 무현이 현생에 남은 미련은 무엇일까?

길지 않은 단편소설 ‘이물’은 호러, 판타지, 로맨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닐며 ‘사랑’의 한계를 시험한다.

윤여경 작가의 단편집 “금속의 관능” [사진 = 김보관 기자]
윤여경 작가의 단편집 “금속의 관능” [사진 = 김보관 기자]

윤여경 작가의 단편소설집 “금속의 관능”은 이외에도 페이크뉴스로 멸망하는 인류를 그린 ‘2야기’,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변주한 ‘리텔링: 심청’과 ‘리텔링: 춘향’, 죽은 뒤 정체성 찾기 게임을 시작하는 ‘목두기’ 등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이야기로 꾸려져 있다.

다가오는 봄, 때로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뜨거운 SF 판타지 로맨스 열 편과 함께 다가올 혹은 지나간 사랑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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