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열려,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대 총장 퇴진 공동행동 주최
“문재인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열려,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대 총장 퇴진 공동행동 주최
  • 유승원 기자
  • 승인 2020.02.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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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그 이후, 과연 어떻게 처리되었나?
정윤희 미술작가(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 위원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계원예대 송수근 총장을 중심으로 한 블랙리스트 인사의 미해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최근 블랙리스트 주범인 김기춘, 조윤선 등에 대한 ‘직권남용죄’ 판결이 원심으로 되돌아간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강요죄’ 역시 원심으로 파기환송 되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거듭 목소리를 모으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정윤희 미술작가(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 4월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을 인용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윤희 작가는 “이 같은 애매한 표현과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의 적폐가 존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며 동시에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진한 적폐청산은 국민을 향한 2차 가해로 증폭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배경을 밝히고 정부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적 대 토론회를 열고자 한다.”는 말로 이번 자리의 취지를 전했다.

토론회에 모인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 교육인, 청년, 대학생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 사안으로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술대 총장 취임’ 사태를 짚고 사학 비리, 교육부의 줄세우기식 대학 평가 등 교육 병폐 문제와 대학 내 관료주의를 검토, 진단했다.

이양구 극작가(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문위원)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양구 극작가(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문위원)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미흡한 진상조사와 불공평한 블랙리스트 실행 책임의 부담, 재발 장지 제도 개선 및 후속 조치, 블랙리스트 청산의 주체는 누구인가’ 등에 대해 차례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속했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문체부 훈령에 따라 설치된 관계로 수사권을 갖지 못했다.”라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의 자발적 서류 제출과 관계자 진술에 의존하여 조사를 진행해야 했으므로 국가정보원, 감사원, 경찰 등은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조사 기간 또한 11개월밖에 되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사례와 더불어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사하지 못한 사례 역시 상당수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 과정에서 관련 진술이 확보되었음에도 조사 기간 문제로 조사 한 번 받지 않고 책임을 피해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8년 6월 7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책임규명 권고 대상자 131명(중복 2명) 중 대부분이 제대로 된 징계조차 받지 않고 ‘주의’ 처분 등에 그쳤다.

이양구 극작가에 의하면 문화예술계는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징계 0명’의 셀프 면책으로 규정짓고 긴급 기자회견, 1인시위, 거리 행진 등을 진행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이후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 검토회의’를 거쳐 재검토를 거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블랙리스트 실행이 2015년 11월 이전에 이루어졌고 징계 시효가 3년인 탓에 2018년 12월 31일 시점에서 징계 가능한 문체부 공무원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제도 개선 권고 사항 중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는 ‘예술인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은 현재 발의되어 있으나 20대 국회 마감으로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국자의 책임 인정과 사과 부분은 문체부 장관이 나서서 여러 차례 사과한 바 있지만, 대통령 차원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으며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과 오찬 및 영화관람, 구두 약속 등이 있었을 뿐이다.

이양구 극작가는 “근래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자치구 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 저서 발간, 표창 및 훈장 수여, 승진”한 상황을 언급하며 “이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축소, 왜곡, 부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엇보다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은 공직자들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함께 행한 일”이었음을 확실히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가해 공직자와 피해 예술인’의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고로 블랙리스트 청산은 ‘공직자와 문화예술계의 싸움’이 아닌 ‘기관과 예술 현장 양측을 전장으로 하여 벌어지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는 말로 발표는 마무리됐다. 

성기완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이후 성기완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가 ‘적폐의 일상화 – 교육계 관료주의의 작동 방식’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성기완 교수는 평범한 예술가에서 피해자로 변모한 자신의 경험으로 운을 뗐다. 그는 몇 번의 세월호 추모 공연에, 한두 번 정치적 지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한불수교 130주년 문화행사에서 배제되었다.

반대로 평범한 공무원에서 ‘가해자’로 탈바꿈한 이도 있다. 그중 하나가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이다. 성기완 교수는 “언뜻 보기에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송수근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상사의 명령을 받고 그 명령에 복종했다.”며 “이 일은 국민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공무원 법 조항에 어긋난다. 공무원법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이는 ‘의무에 없는 일’이 된다.”는 점을 짚었다. 

성기완 교수에 의하면, 상사가 위법한 일을 시켰을 때 공무원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부류는 이를 거절하고 ‘안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성 교수는 “유진룡 장관이 퇴임하고 김종덕 장관이 부임한 직후인 2014년 10월 4일 문체부 실장급 공무원 3명이 사직했다.”며 앞선 사례의 예시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적폐청산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나머지 한 부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또는 다른 이유로(출제 또는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 등) 상사의 위법한 지시를 수행’한다. “이 부류에 속하는 것이 송수근 총장”이라는 게 성기완 교수의 설명이다. 송수근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조실장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 자리에까지 오른다. 

이후 공직을 떠난 송수근은 2년 만에 재기하여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다. 검찰이 그를 기소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어떠한 재판이나 형벌 자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기완 교수는 블랙리스트를 수행한 고위 공무원이 법적인 ‘면죄부’를 받게 된 과정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배우자가 검찰 고위직에 있었던 점, 당시 특검의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인 수사협조에 의한 특별 대우, 또는 촛불 이후 집권층과의 모종의 정치적인 고려나 거래 등이 있었을 가능성 등이 뇌리를 스치지만 이와 관련된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선출 과정에서 다양한 비판과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송수근을 기어코 총장 자리에 앉힌 이유는 무엇”인지 물으며 “다른 모든 관료주의적 시스템 내부의 결정들처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교육부에서 송수근 총장 건은 계속되는 답변 회피, 미루기, 묵묵부답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솔빈 계원예대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 [사진 = 김보관 기자]

다음 순서로는 한솔빈 계원예대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의 토론문이 발표됐다. 한솔빈 토론자는 “학생에 대한 교측(계원예술대학교)의 검열이 어떻게 전개되어가고 있는지, 그에 대한 학생운동의 대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관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학교당국은 동아리실에서 비대위의 회의가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아리실 이용을 제한하거나, 비대위의 대자보를 훼손하고 임의로 제거하거나, 개인적으로 형사고발을 예고하는 등 주도면밀한 검열과 탄압을 자행해왔음”을 밝히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징계를 암시하는 경고장’이라고 언급했다. 그 골자는 하단과 같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지 않거나, 학교기물을 훼손하거나, 학과 업무에 훼방을 놓거나, 학생 간행물을 무단 발간-배포하거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학내 질서를 문란케 한다면 학생상벌에 의한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칙을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한솔빈 토론자는 “이를 공공연하고 무자비하게 이뤄진 학생운동에 대한 검열에서 나아가 검열의 작동은 보다 교묘해졌”음을 직시하며 계원예술대학교 측의 검열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권리의 주체가 아닌 변혁의 주체로서 다시금 학생을 사고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말과 함께 “우리의 활동은 학습권 침해에 맞서는 당사자의 요구가 아니라, 대학의 민주적 작동을 요구하는 변혁의 요구가 될 것이다.”고 다짐했다. 

고부응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동민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외에도 고부응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이동민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박주현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김재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의 토론이 계속됐다. 각각 교수, 예술인, 예술대학생, 문화활동가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저마다의 시각에서 블랙리스트 사태를 재조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과 청산에 개입하는 법적 주체의 판단일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인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4관왕을 기록한 2월 11일, 문화예술계의 뒤편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국정과제가 남아 있다. 예술가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의 바른 정립을 위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온전한 청산과 해결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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