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9) / 알코올중독자의 최후 - 이서화의 ‘미로 찾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9) / 알코올중독자의 최후 - 이서화의 ‘미로 찾기’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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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9) / 알코올중독자의 최후 - 이서화의 ‘미로 찾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9) / 알코올중독자의 최후 - 이서화의 ‘미로 찾기’

  미로 찾기
  
  이서화


  알코올에 묶인 몸이 다시 침대에 묶였다
  애원하던 술기운들이 모두 눈으로 몰려 있다
  동해병원 면회실
  간호사를 따라 어두컴컴한 복도로 들어왔을 취기
  휘어진 복도 끝 철문, 열쇠 구멍만 한 희망
  열리자마자 닫히는 등 뒤의 바깥들
  왜 힘든 싸움은 가장 깊은 곳에서 치열할까
  문 닫힌 곳들은 안쪽도 바깥도 아닌 미로
  불안하고 먼 얼굴들이 서성거리는 면회실
  옮겨 심은 나무의 지지대 같은 
  환자복 속 중심 없는 몸이 떨린다
  골목을 따라 문 잠겨 있는 술집이 여럿 
  술 팔지 않는 안면들이 무서웠을 것이다

  떨고 있는 나무, 양조장을 했던 집
  젖을 떼기도 전 그는
  누룩 냄새를 먼저 알았다고 한다
  늘 젖처럼 한 방울을 넘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수천 낭떠러지에 그는 묶여 있다 
  지독한 술기운과 갈증 같은 병명으로

  그의 몸에서
  술이 빠져나가고
  그가 빠져나간다

  ―『낮달이 허락도 없이』(천년의시작,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09) / 알코올중독자의 최후 - 이서화의 ‘미로 찾기’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이 세상에는 애주가와 호주가도 있지만 알코올중독자들도 있다. 신승철 시인 의사를 통해 확인한 적이 있는데, 이 나라에서 알코올중독자 해마다 10만 명 정도 발생,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30만 명 정도가 상시 치료 대상이라고 한다. 알코올중독자로서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수천 명에 이르고 있다. 국가적으로 문제인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양조장집 아들이다. 젖을 떼기도 전에 누룩 냄새를 먼저 알았다. 일찍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애주가가 된 모양이다. 자주 마시고 많이 마시면? 중독이 된다. 그런 경우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술의 좋은 기능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생각해보라. 취하면 꼭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다. 주사가 있는 사람에게 봉변을 당해본 적이 나는 멀쩡할 때의 그도 피하게 된다. 

  양조장집 아들은 중독증세가 너무 심해져 결국 입원을 한다. 금단현상이 오면 거의 미친다. 환각증세와 환청현상이 온다. 온갖 것에서 술 냄새를 맡는 환취현상까지 온다. 가족들이 면회를 왔는데 그는 떨고 있다. 그의 몸에서 알코올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부들부들 떨리는 증세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동네에서는 그에게 술을 팔지 않았다. 미로 찾기가 결국 동해병원 행이 되었다. 술, 적당히만 마시면 명약 혹은 보약이다. 사랑의 묘약이기도 하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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