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0) / 무자식이 상팔자? - 장인수의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0) / 무자식이 상팔자? - 장인수의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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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0) / 무자식이 상팔자? - 장인수의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0) / 무자식이 상팔자? - 장인수의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장인수


  아침에 꽃을 심고 점심에 독경을 하는 늙은 비구니의 목소리가 비단결 같았다

  “독경 소리 끝내주네. 맨날 하는 일이 독경이고 꽃 가꾸는 일일 거야. 남편이 있어 밥을 차려주나, 애들이 있어 쌈닭처럼 다투기라도 하나, 늙은 부모 봉양할 필요도 없고, 워킹맘들처럼 회사에서 치일 일도 없고. 그저 아침저녁 꽃 심고 불경만 줄줄 외우면 되니까 얼마나 편안해.”

  동행했던 팔십 노모가 시샘이 난 듯 투정을 피운다 하마터면 웃을 뻔했는데,

  그때 똥지게를 짊어진 늙은 비구니가 다가와서 허리를 굽혀 합장을 했다 투덜대던 노모가 비구니보다 더 허리를 굽히며 합장을 하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정말로 웃을 뻔했다

  ―『천방지축 똥꼬발랄』(달아실, 202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0) / 무자식이 상팔자? - 장인수의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것이 있다. 자식이 없기 때문에 근심할 것도 없어서 오히려 편하다는 뜻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잔병치레하는 자식, 게임만 하는 자식, 대드는 자식, 사고뭉치인 자식…….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자식이 많으면 걱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팔십 노모는 평생 독신인 늙은 비구니를 부러워한다. 특히나 이 세상 부부들의 부부싸움의 주요 원인은 자식 때문이다. “애들이 있어 쌈닭처럼 다투기라도 하나”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거 독경이나 하고 꽃이나 가꾸며 상팔자로 산다고 시샘을 하던 노모가 비구니를 만나자 허리를 더 굽히며 절을 한다. 왜 절을 그렇게 한 것일까? 놀려댄 것이 부끄러워서? ‘아이고 스승님, 존경스럽습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녀님이나 비구니나 편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실은 노동현장에서 똥지게도 지고 호미질도 한다. 우리는 남을 무턱대고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들여다보면 다 자기 나름의 고충이 있다. 비구니는 독경과 꽃 가꾸기를 하면서, 노모는 가족을 뒷바라지하면서 수양을 해 왔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있어서 득도한다. 두 도사님이 만났는데 누구의 법력이 큰지는 알 수 없다. 나 같으면 크게 웃었을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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