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9) / 시집 내서 돈을 번다? - 유지소의 ‘매일 밤 그믐 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9) / 시집 내서 돈을 번다? - 유지소의 ‘매일 밤 그믐 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2.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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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9) / 시집 내서 돈을 번다? - 유지소의 ‘매일 밤 그믐 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9) / 시집 내서 돈을 번다? - 유지소의 ‘매일 밤 그믐 밤’

  매일 밤 그믐 밤
  
  유지소


  매일 밤
  베개를 끌어안고
  말했지

  —이젠 돈을 좋아할 거야. 너보다는 돈, 시보다도 돈.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베개가
  속삭였지 

  —이봐, 미련 곰탱이. 돈보다는 돈 크라이, 돈보다는 돈데 보이.

  ―세드나 vol.5,『풀밭에 버려진 감자처럼』(도서출판 전망, 202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9) / 시집 내서 돈을 번다? - 유지소의 ‘매일 밤 그믐 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시집을 내본들 하도 안 팔리니까 이런 시를 써본 것이 아닐일까. 유지소 시인이 낸 제1시집 『제4번 방』(천년의시작)과 제2시집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파란)가 별로 안 나갔나 보다. 하하, 재담을 했기에 농담으로 받아 보았다. 

  시집이 정말 안 팔린다고 한다. 어느 한때 서정윤과 류시화, 이해인과 이정하, 원태연과 용혜원, 도종환과 김용택 같은 시인의 시집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게 하였다. 얼마 전에는 하상욱의 이상한 시집이 엄청나게 팔리더니 지금은 나태주 시인의 인기가 대단하다. 

  시인은 거울아 거울아 하고 물어본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왕비처럼 베개에게 물어본다. 베개야, 시가 돈이 되면 얼마나 좋겠니. 베개의 대답은 “이봐, 미련 곰탱이. 돈보다는 돈 크라이, 돈보다는 돈데 보이.”라고 말했다나. Don’t Cry는 ‘울지 마세요’, Donde Voy는 ‘어디로 갈까요’란 뜻이지만 들여다보면 돈과 관련이 없지 않다. Don’t Cry는 나를 울게 하고 웃게 하는 것이 돈이니 날 좀 울리지 말아 다오 돈아 하고 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Donde Voy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가난한 부부의 13남매 중 막내인 티시 히노호사(Tish Hinojosa)가 남미 특유의 분위기로 컨트리풍의 노래 <Donde Voy>를 불러 일약 부자가 되었다. 가난한 이민자 생활의 애환을 담아 부른 이 한 곡이 세계적으로 히트하였다. 그리고 유지소 시인은 경북 상주 출생이므로 ‘시가 돈이 되어 보이’, 시로서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한 것으로 이해해볼 수도 있겠다. 돈데 보이 하상욱의 시가 시야?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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