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8) / 알바생의 소원 - 양점숙의 ‘창 없는 방’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8) / 알바생의 소원 - 양점숙의 ‘창 없는 방’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3.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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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8) / 알바생의 소원 - 양점숙의 ‘창 없는 방’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8) / 알바생의 소원 - 양점숙의 ‘창 없는 방’

  창 없는 방  
  
  양점숙


  흙수저 한 벌에
  창문 없는 방이 한 칸

  알바 찾아 걸은 길을
  유리창에 적어 두고

  잠든 밤 불길 솟아도
  탈출 꿈도 못 꾸었다

  그리움처럼 두고 간
  알바생의 흔적들

  미소도 반쯤은
  찜질한 눈물이라

  정규직 하나를 꿈으로
  이승 소풍 끝냈단다. 

  ―『월간문학』(2020. 2)

 

  <해설>

  고시원이나 쪽방촌 같은 데는 방이 아주 작고 창문이 없다. 사람 몸 하나 눕히면 방이 꽉 찬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알바생들이 얼마나 많을까. 임시직이기에 정규직이 되고 싶은 꿈은 얼마나 클까. 이런 데서 살면 문제가 불이 났을 때 탈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알바생 44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18년 2월 9일에 밝혔다.  

  알바몬의 설문에 참여한 알바생들에게 평소 아르바이트 중 화재 시 대피경로 및 비상구의 위치를 숙지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33.5%만이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고, 유사시 능숙히 찾아서 대피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보다 많은 41.0%의 알바생들은 ‘대충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알바생은 14.6%, ‘대피 경로나 비상구가 있는지 모른다’는 알바생도 10.9%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 시의 주인공은 불이 났을 때 탈출하지 못해 죽은 알바생이다. 가난을 벗어보려고 애를 썼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고 불이 나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손님들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속마음의 절반은 ‘찜질한 눈물’이었다. 어디 찻집이나 식당, 가게에 가서 만나는 알바생들에게 손님으로서도 친절하게 미소를 보내리라.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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