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9) / 그 시절을 살았다 - 소순옥의 ‘홀어미 자식’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9) / 그 시절을 살았다 - 소순옥의 ‘홀어미 자식’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3.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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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9) / 그 시절을 살았다 - 소순옥의 ‘홀어미 자식’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9) / 그 시절을 살았다 - 소순옥의 ‘홀어미 자식’

  홀어미 자식
  
  소순옥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도 몰라
  사진도 없어
  어머니는 30대 초반에 혼자되어서
  청춘과부가 말도 못하게 고생했지
  우리 4남매 먹여 살릴라고
  궂은일은 다했어
  그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내가 밀을 서리하다가 주인한테 들켰지
  엄마한테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몰라
  남들한테 홀어미 자식이란 소리 안 듣게 하려고
  고생고생 잘 키웠더니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쪼끔만 잘못해도 많이 혼났어.

  ―『동시발전소』(2019년 겨울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9) / 그 시절을 살았다 - 소순옥의 ‘홀어미 자식’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전주시립도서관에서 박예분 시인의 지도를 받아 동시를 쓰게 된 소순옥 할머니의 작품이다. 70~80대 할머니들의 시여서 좀 서툴기는 하지만 진솔한 인생고백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동시는 어린아이나 전문 동시작가가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작품도 얼마든지 동시가 될 수 있구나, 큰 깨달음을 얻었다. 노인분들이 들려주는 어린 날의 이야기도 동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를 쓴 이의 어머니는 30대 초반에 남편과 사별했으니 사는 것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4명 자식 입에 매일 무엇인가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1950~60년대 우리나라의 궁핍상을 생각해보면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도둑질을 한 딸을 때리면서 엄마는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오죽 배가 고팠으면 그런 짓을 했냐고 보듬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멍이 들 정도로 때렸다. 남들 앞에서 아버지 없이 자라나 버릇없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고 그 어머니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4남매를 키웠을까.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실 그분 어머니 생각에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린다. 그대 어머니를 존경합니다, 란 말을 소순옥 할머니에게 전하고 싶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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