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6) / 아이의 사랑 - 서금복의 ‘찌개와 국의 차이’
찌개와 국의 차이
서금복
찌개는 반찬들에 둘러싸여 있고
국 옆엔 밥밖에 없지
너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내 맘 자리엔 너밖에 없는데
너는 소풍 가서
다른 애들하고 사진도 잘 찍더라
―『동시발전소』(2019년 가을호)

<해설>
동시에서는 많이 안 다루는 ‘질투’가 주제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유치원생이라고 하여 초등학생이라고 하여 왜 사랑의 감정이 없을까. 그 감정 중에는 짝사랑도 있고 독점욕도 있을 것이다. 쟤랑 잘 지내고 싶은데 쟤는 나한테 특별히 관심을 안 주면 속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서운한 감정 때문에 잠도 잘 안 온다.
제1연의 비유는 대단히 어른스럽다. 하지만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우리 음식문화는 반찬들 가운데에 찌개를 놓는 것이다. 그리고 왼편에 밥그릇을, 오른편에 국그릇을 놓는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국 옆에는 밥밖에 없듯이 사랑하는 내 짝 옆에는 내가 늘 있어야 하는데 너는 왜? 질투심이 솟구쳐 원망까지 하고 있다. 사랑싸움을 하는 경우, 그 심리는 어른이나 아이나 별 다를 게 없다.
동시라고 해서 꼭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독차지하려는 심리와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은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비극의 원천이요 이 세상 모든 러브스토리의 기본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