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1) / 그래도 희망을-차윤옥의 ‘생명의 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1) / 그래도 희망을-차윤옥의 ‘생명의 힘’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3.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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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1) / 그래도 희망을-차윤옥의 ‘생명의 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1) / 그래도 희망을-차윤옥의 ‘생명의 힘’

  생명의 힘
  
  차윤옥


  바다에선 파도가 춤을 추고
  하늘에선 별들이 노래한다

  파도를 보며
  숨결을 느끼고
  별을 보며
  창조의 진동을 발견한다

  번뇌, 욕망, 부질없고
  아는 것과 보이는 것들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이
  모두 사라지는 것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사랑의 꽃으로 피어나는 날들
  이 모든 것들로부터의 자유로움

  무념의 경지에서 표현되는 생명의 힘
  외계로부터 쏟아지는 빛의 폭포
  되풀이되는 가쁜 맥박
  그 소리 들으며
  정중동의 미 깨닫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 되어 추는 우주의 거대한 춤
  파도에, 바람에, 구름에
  별들에 장단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두꺼비집』(계간문예, 2015)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1) / 그래도 희망을-차윤옥의 ‘생명의 힘’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시골에 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면 정말 아름답고 신기하다. 영롱한 별빛이? 하도 많아서? 아니다. 별과 별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나는 놀랍다. 그리고 별은 저마다 자전과 공전을 한다. 즉, 스스로 돌고 또 일정한 궤도를 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모든 별이 이른바 ‘빅뱅’ 이후 팽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풍선을 후- 하고 불면 커지듯이 우주 전체가 팽창을 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팽창은 어디까지이고 언제까지일까. 모든 별빛은 빛의 속도로 달려와서 우리 망막에 비침으로써 우리는 그 별을 보는 것이다. 태양 말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센타우루스 자리의 프록시마라는 별인데 그 거리는 4.25광년이다. 즉, 빛의 속도로 4년 3개월 전에 출발한 그 별의 빛을 우리는 ‘지금’ 보는 것이다. 그러니 별들은 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가.

  차윤옥 시인은 삼라만상의 움직임을 ‘정중동의 미’라고 했고 ‘우주의 거대한 춤’이라고 하였다. 쉴 새 없이 치는 파도도 태양과 달과 지구 사이의 인력(引力), 그 힘의 조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춤이다. 해풍은 달과 지구의 거리 유지와 자전과 공전의 오묘한 질서 속에서 부는 것이요 파도는 그 해풍이 만들어낸 것이다. 조수 간만의 차이도 신기하다. 바닷가에 가서 우리는 오늘은 파도가 심하네, 물이 빠지고 있네, 무심히 말하지만 시인은 우주의 거대한 춤사위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마침내 봄이 왔다. 꽃이 왜 피는가. 식물이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식물의 연인간의 사랑, 부모형제간의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이유가 있는가. 우리 인간은 욕망 때문에 번뇌한다. 무념의 경지에서 표현되는 저 생명의 힘을 생각하자. 외계로부터 쏟아지는 빛의 폭포인 별빛을 보자. 우리는 모두 죽을 테지만 지금 이 우주는 춤추고 있다. 살아 있는 우리, 생명의 힘으로 우주의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자. 맥박이 뛰고 있지 않은가.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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