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2) / 아픔의 나라 - 김석인의 ‘응급실 소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2) / 아픔의 나라 - 김석인의 ‘응급실 소묘’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3.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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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2) / 아픔의 나라 - 김석인의 ‘응급실 소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2) / 아픔의 나라 - 김석인의 ‘응급실 소묘’

  응급실 소묘
  
  김석인 


  응급실의 하루는 한숨이 석 섬이다
  굽잇길 칠십 년을 돌아서다 흘린 호흡
  넘어져 주저앉은 자리 흥건히 적셔놓고

  창공을 휘젓다가 추락한 날개처럼
  일월을 지고 가다 등이 휜 고목처럼
  하얗게 탈색된 군상 박제처럼 누워 있다

  누군들 애면글면 걸어온 길 없을까만
  한 번 왔다 가는 곳 못 풀 일 뭐 있을까
  눈물도 굴리다 보면 염주 되어 눈뜰 것을

  ―『범종처럼』(황금알, 202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2) / 아픔의 나라 - 김석인의 ‘응급실 소묘’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갖고 쓴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각 병원 응급실 풍경이 이 시조를 읽으니 선연히 눈앞에 펼쳐진다. 입원을 하게 될 경우 응급실부터 가게 되고, 특히나 급한 외상 환자는 응급실로 가서 일단 치료를 받게 된다. 몇 시간 혹은 하루 이틀 있다가 입원실로 가게 된다.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칠십 노인이다. 요즈음엔 칠십 노인도 동네 노인정에서는 귀여움을 받는다는 말이 있지만 어쨌든 인생의 황혼기다. 추락한 날개요 휜 고목이다. 그런 노인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탈색된 군상이 박제처럼 누워 있는 응급실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어느 누구의 인생인들 드라마가 아닐까. 산전수전 다 겪었고, 나름대로는 파란만장했다. 문제는, 앞으로는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것. 병마와 싸워 이기면 퇴원하게 되지만 십중팔구 다시 입원하거나 요양병원으로 간다. “눈물도 굴리다 보면 염주 되어 눈뜰 것을”이라는 결구가 회복에 대한 간절한 희구를 표현한 절창이다. 

  이번 이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완전히 진정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의료진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이 너무나도 눈물겹다. 그분들 중에 감염, 확진판정을 받은 분들이 있는데 하루빨리 회복되어 다시금 가운을 입고 응급실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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