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3) / 물의 주인은 물고기 - 전자윤의 ‘물고기’
물고기
전자윤
꼬리가 멋지니까
‘물꼬리’라고 부르면 어떨까
나뭇잎 닮았으니
‘물이파리’라고 부르면 어떨까
어떤 이름이라도 좋아
‘고기’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렀으면
―『동시마중』(2019년 9ㆍ10월호)

<해설>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주인은 물고기가 아닐까? 물에 사는 고기. 우리 인간은 물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다 ‘고기’로 취급한다. 이 동시의 화자는 물고기다. 한국인이 우리를 물고기로 불러주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늘 잡아먹을 생각만 하니까. 물꼬리나 물이파리 외에도 좋은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영어는 별 뜻이 없는 ‘fish’가 아닌가. 한자는 ‘生鮮’이나 ‘魚物’이 아닌가. 생생하고 신선한 녀석들. 물에 사는 온갖 생명체. 왜 하필이면 물고기란 말인가.
낚시를 계속 방영하는 방송채널이 있다.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으면 희희낙락한다. 물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살생이 이루어지는 끔찍한 현장이다. 우리 인간은 아마도 1% 정도가 채식주의자이고 나머지는 다 잡식성일 것이다. 나만 해도 곰탕집이나 국밥집, 감자탕집에 즐겨 가지는 않는다. 삼겹살도 잘 안 먹는다. 하지만 회는 잘 먹고 매일 멸치볶음을 먹고 있으니 육식주의자나 마찬가지다. 생명체를 정말 많이 삼켰다.
세계 물의 날이 있으면 무엇 하나. 바다가 이렇게 오염되고 있는데. 아프리카 오지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세계 여러 나라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핵무기를 만들어 실험할 게 아니라 남극과 북극 얼음대륙이 녹고 있는 것에 대해 공동대처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