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4) / 무시무시한 정치 비판 - 김석규의 ‘시’ 외 9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4) / 무시무시한 정치 비판 - 김석규의 ‘시’ 외 9편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3.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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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4) / 무시무시한 정치 비판 - 김석규의 ‘시’ 외 9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4) / 무시무시한 정치 비판 - 김석규의 ‘시’ 외 9편

  시
  
  김석규


  현실을 노래할 때 시는 역사보다 더 진실하다.

  여ㆍ야가 특수활동비 다루듯이 국정현안을 처리한다면 (「기우」)
 
  그 머리로 어떻게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했을까 (「사법농단」)

  서민의 집값 하나도 제대로 못 잡는다면 이게 정부냐. (「투기」)

  사법기관에 불려다닐 때 소형 경차 타고 오는 거 한 놈도 못 봤다. (「무전유죄」)

  정의와 양심의 최후 보루마저 늘옴치래기가 되어버린 (「차탄」)

  공정이란 이름을 팔아 뒷거래를 해대는 국가기관 (「위원회」)

  없는 사람이 가진 사람 몫까지 물어주는 (「조세형평의 원칙」)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품앗이」)

  포연탄우 속이라도 국회의원이면 끄떡없다. (「방탄」)

  ―『별책부록』(태산, 2020) 

 

  <해설>

  시집의 절반 정도가 1행짜리 시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를 보면 일본의 하이쿠를 방불케 하는데 하이쿠는 5ㆍ7ㆍ5조를 지키고 정치풍자나 사회비판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닮은꼴이 아니다. 김석규 시인은 독자들의 뒤통수에 침을 쏜다. 우리의 뇌리를 향해, 정치가들을 향해, 현정부를 향해. 그 누구보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그들은 엄청난 세비를 받는데 시인은 그들이 하는 행동거지가 영 못마땅하다. 

  10편을 추렸는데 대체로 이 땅의 정치현실에 대해, 특히 국회의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시가 많다. 여ㆍ야가 으르렁거리며 다투다가 어느 현안에 대해선 의견일치를 보았으니 특수활동비의 비공개다. 공개하라는 법안에 대해 합심하여 부결시켜 버렸다. 자료를 찾아보니 제20대 국회 개원 후인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지급된 특수활동비가 52억 8천 6백만 원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의 체포 여부를 국회의원이 결정하는 제도인데 물론 응할 턱이 없다. 국회의원의 자정역할을 하리라 기대된 윤리특별위원회는 이번 제20대 국회 때 의원 징계안 47건이 상정되었지만 처리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42건이 현재 계류 중이라고 하는데 이제 곧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몽땅 폐기될 거라고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다.  

  「사법농단」은 양승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비판한 시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법관까지 되었으면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 양승태 전 대법관은 56차례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26차례나 공판이 진행되었다. ‘사법농단’ 사건은 1심 재판에서 3차례 연속 무죄 판결이 나왔고, 재판이 진행 중인 현직 법관 7명은 자신의 업무에 복귀하였다. 몇몇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것이 한국 사법부의 현실이다. 

  1941년생 시인 김석규는 한국전쟁을 열 살 때 겪었다. 그 이후 한국 현대사의 온갖 질곡을 몸으로 겪었다. 부산의 시인이니 부마사태를 두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 시인에게 한국의 정치현실은 꼴불견 그 자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인이 보건대 공정하지 않나 보다. 또한, 정부의 무슨 무슨 위원회는 열렸다 하면 국고가 나간다. 시인은 그 위원회들이란 “공정이란 이름을 팔아 뒷거래를 해대는 국가기관”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차탄’이란 탄식하고 한탄한다는 뜻인데 “정의와 양심의 최후 보루마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물건(늘옴치래기)이 돼버린 (    )이라고 말한다. 괄호 속에 무엇이 들어갈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노시인의 이런 대갈일성에 귀 기울이는 국회의원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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