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03] 속초 터줏대감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 “유통 체계 개선 필요해”
[독립서점 기획 03] 속초 터줏대감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 “유통 체계 개선 필요해”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3.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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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서점은 생계를 위한 자영업, 이후 지역사회 나눔까지”
속초의 동네책방  ‘동아서점’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의 동네책방 ‘동아서점’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출판업계가 불황이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걸로 짐작합니다. 십년도 더 된, 이젠 거의 식상하기까지 한 위기론 같은 그 말 이전에 서점의 불황이 있었습니다. 불황의 시작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발단은 여러 지점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건 온라인 몰의 성장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건 막을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이었어요.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2019) 중 ‘동아서점’ 부분 발췌.

‘동아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김영건 매니저와 그의 아내 이수현 씨 [사진 = 김보관 기자]
‘동아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김영건 매니저와 그의 아내 이수현 씨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지난 날을 알 수 있는 책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지난 날을 알 수 있는 책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속초의 동네책방 ‘동아서점’은 1956년부터 3대째 서점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아버지의 서점 운영에 함께하게 된 김영건 매니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만 하더라도 서점은 생계를 위한 자영업이었다. 그날그날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지속해온 사업이다.”는 말과 함께 운을 뗐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이제는 ‘동아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적인 공간이나 좋은 영향을 나누는 곳으로 여기는 주민도 많다. 이에 김영건 매니저의 아버지는 8, 90년대 서점사업이 활발할 당시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김영건 매니저는 “저희가 가진 것을 어떻게 돌려 드릴 수 있을지, 나눌 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속초의 지역서점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의 지역서점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경우 “독립서점 기획 인터뷰”에서 다룬 여타 책방과 비교해서는 규모가 큰 ‘중형서점’에 가깝지만, 한 지역을 거점으로 꾸준한 고민과 변화를 거쳐왔다. 초창기 ‘참고서’ 위주로 판매하던 데서 벗어나 책장의 90%를 단행본으로 채운 것 또한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현재 ‘동아서점’은 북토크 등 행사 없이 오로지 ‘책 판매’만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속초의 서점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의 서점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다른 서점이 그렇듯 손님이 너무 적어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퇴근길, 단골손님이 매장에 있는지도 모르고 문을 잠가버린 것이다. 꼼짝없이 서점에 갇혀버렸던 그 손님은 ‘동아서점’이 이사한 후에도 꾸준히 책방을 방문한다. 김영건 매니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점의 끈을 놓지 않고 40년을 이어온 아버지와 함께 더욱 잘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15년 1월, 구시가지에서 이사함과 동시에 서점 운영에 참여,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토록 오래 3대에 걸쳐 서점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영건 매니저는 “아버지는 전혀 말씀을 꾸며 하지 않는 분이다. 그런 아버지께 같은 질문을 하면 ‘자가건물’과 ‘기본적 자금력’을 말한다.”고 했다. 서점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수입이 적은 업종의 특성상 책을 구매하고 공간을 관리하며 자본이 순환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속초  ‘동아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지역서점의 어려운 점에 관해서는 “책방 자체가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는 모두 공통된 사항일 것이다.”는 말과 함께 도서 유통 구조의 문제를 꼬집었다. 

문제는 바로 유통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책이라는 상품은 어찌 됐건 최대한 많이, 다양한 장서량을 보유하고 있는 게 중요한 메리트일 텐데, 이런 면에서 한정된 공간 안에 책을 세팅해야 하는 오프라인 서점은 오라인 서점에 힘을 견주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온라인 서점으로 저울이 기울게 되면서, 그들은 출판사로부터 아주 저렴한 가격에 책을 매입하게 됩니다. 그에 반해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에 비해 최소 10% 최대 20% 차이가 벌어질 정도로 비싼 가격에 책을 공급받게 됩니다.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2019) 중 ‘동아서점’ 부분 발췌.

‘동아서점’의 김영건 매니저는 “우리는 30평 이하의 서점과는 달리 비교적 대량으로 책을 매입하기 때문에 공급률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도매상을 통해 도서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어음’ 형태의 결제 방식이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특정 날짜에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약속하는 ‘증서’와 같은 종이 어음은 최근 잘 쓰이지 않는 거래 방식이지만, 도서출판유통업계에서는 비교적 활발히 통용되고 있다. 서점-유통사 간뿐만 아니라 출판사-유통사 간 거래에서도 이용되는 종이 어음 결제는 도서 유통망의 불투명성을 유발한다.

김영건 매니저는 “현재 동아서점-유통사 간 거래 과정에서 판매 부수별 대금을 지급하는 형식이 아니라 도서 매입 후 판매 부수와 상관없이 금액을 지급해 일 년이 지나면 판매되지 않은 책 또한 모두 서점에서 구입하게 된다.”며 “이러한 거래가 일 년 동안 지속되면 서점에서 판매한 금액보다 매입하는 데 쓰인 금액이 더욱 많아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점-유통사 간 결제 방식은 서점별로 상이하며 동아서점의 경우 출판사 직거래와 유통사를 통한 거래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유통 구조 만큼이나 통일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도서 납품 문제도 지적됐다. “동네책방, 지역서점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공공도서관 납품 시스템 역시 제대로 된 체계나 질서가 마련되지 않아 한 서점이 여러 사업자를 내서 납품을 독점하거나, 유령 사업자로 납품하는 업체도 있다.”는 게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의 설명이다.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는 고양시에서 ‘행복한 책방’을 운영하는 한상수 대표의 글을 언급하며 지역 상생의 좋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독서운동가이기도 한 한상수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동네책방(지역서점)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고 이를 고양시에서 확인, 반영해 공공도서관이 지역서점에서 납품받는 도서 일체를 할인 없이 정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양시와 부산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구매할 때조차 10%의 직접할인에 5%의 간접할인까지 모두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초에 저렴한 도서 공급률을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독립서점이나 자본 여유가 크지 않은 지역서점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청이다. 이에 앞선 고양시의 일화는 ‘모범 사례’이자 ‘특별한 일’로 지역서점 곳곳에서 회자됐다.

속초 동네책방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네책방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네책방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네책방 ‘동아서점’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저도 이런 데서 일하면 좋을 거 같아요. 책도 보고 음악도 흐르고. 얼마나 좋아요.’ 

한편, ‘책방’을 둘러싼 환상과 현실을 조명하기도 했다. 흔히 서점이나 ‘책방 주인’을 떠올리면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장면을 연상한다. 김영건 매니저는 이에 관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서점의 정적인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켜켜이 쌓인 노동이 있다. 아침부터 열 박스, 삼백 권 이상의 책 상자를 뜯어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손님을 응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자영업이 힘들고 바쁘겠지만, 식당은 점심과 저녁 몰리는 시간대와 조금 한가한 시간대가 있는 반면 서점은 정해진 시간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읽고 싶던 책도 읽고 교양도 쌓겠다.’는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으로 전혀 그럴 새가 없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최근에는 많은 서점이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과 북토크 등의 행사 기획까지 진행하게 되면서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동아서점은 책방 곳곳의 다정한 큐레이션은 물론이고 매해 ‘감사문고’라는 이름의 코너를 꾸려 연말연시 선물용 도서를 추천한다. 또한, 속초와 주변 지역의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하나하나 엄선한 다양한 장르의 출판물들을 골고루 판매하고 있다. 

속초 ‘동아서점’의 책방지기가 쓴 책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책방지기가 쓴 책 [사진 = 김보관 기자]
진열된 감사문고(좌)와 안내서 및 물품들 [사진 = 김보관 기자]

김영건 매니저는 끝으로 “서점이라는 공간이 한국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서점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이 더욱 발전한다면 서점이 교육적·문화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장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는 말로 동네책방의 앞날을 그렸다. 

속초  ‘동아서점’에 진열된 그림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에 진열된 그림책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속초 ‘동아서점’의 북 큐레이션 [사진 = 김보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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