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04] 공릉동 경춘선 숲길에 위치한 ‘책인감’ 이철재 대표와의 만남
[독립서점 기획 04] 공릉동 경춘선 숲길에 위치한 ‘책인감’ 이철재 대표와의 만남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3.31 16:47
  • 댓글 0
  • 조회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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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책 생태계, 종합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공릉동 동네책방 ‘책인감’의 이철재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공릉동 동네책방 ‘책인감’의 이철재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서울의 한구석에 와인 모임, 책 만들기, 그림 수업, 엑셀 강좌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책방이 있다. 공릉동 경춘선 숲길에 자리한 카페 겸 동네책방 ‘책인감’은 오랜 대기업 생활을 정리하고 ‘책방지기’가 된 이철재 대표가 꾸려가는 곳이다. 

철길 공원을 마주한 덕에 데이트를 나선 연인들이나 트렌드를 좇는 사람들도 즐겨 방문한다는 공릉동 동네책방 ‘책인감’만의 특색은 ‘다양성’이다. ‘책인감’의 이철재 대표는 평소 관심 분야와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직접 과학강좌를 맡는가 하면 독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기존의 책방에서 도입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철재 대표는 “여러 강연이나 모임을 주최하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책방을 시작하며 책에 관한 다양한 시도를 결심한 만큼 이 모든 게 경험과 배움,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수익적으로 적자지만, 향후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동네책방 ‘책인감’ 외부 [사진 = 김보관 기자]
동네책방 ‘책인감’ 외부 [사진 = 김보관 기자]
독립서점 ‘책인감’ 내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독립서점 ‘책인감’ 내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독립서점, 동네책방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소통과 공유의 지점도 빠지지 않는다. 책방지기와 손님들이 모여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가 하면, 그림 그리기 수업에 사용된 도구를 놓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실제로 책인감 곳곳에서는 손님들이 그린 책방과 책방지기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책인감’ 이철재 대표는 이외에도 책방운영에 대한 외부 강좌, 도서 출판, 도서관 납품, 정부 지원 사업 등 서점을 꾸려나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모임으로 알게 된 이웃 손님 서넛이 책방의 ‘운영 위원’으로 참여해 함께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책인감’에 마련된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인감’에 마련된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인감’에 마련된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인감’에 마련된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서점 주인’ 또는 ‘서점 운영’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진 낭만과 현실의 차이도 분명 존재했다. 이철재 대표는 “책방도 기본적으로는 사업장이다. 사업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다.”라며 “문학적 측면에서 막연하게 서점 주인을 꿈꾸곤 하지만, 책과 문학뿐 아니라 경영과 회계, 세무, 유통 과정 전반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책방의 정체성은 ‘오프라인에 책을 판매하는 공간’ 내지는 ‘방문해서 책을 사는 곳’이다. 하지만 책의 전체 판매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ebook과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늘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철재 대표는 “이런 부분이 해결되고 있는 곳으로는 마을의 주민들과의 공감을 통해 지역 거점으로 자리 잡은 서점들이 있다.”라며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신생 책방이 버티기 힘든 구조지만, 크고 작은 서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모두 다르다.”고 전했다.

공릉동 동네책방 ‘책인감’의 이철재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공릉동 동네책방 ‘책인감’의 이철재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카페를 함께 운영 중인 서점 ‘책인감’ [사진 = 김보관 기자]
카페를 함께 운영 중인 서점 ‘책인감’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크고 작은 지역서점,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관련한 질문에 이철재 대표는 “도서정가제는 기본적인 경제 논리의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 둘 다를 보아야 한다.”며 책방과 책이 가진 영리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언급했다. 

직접 할인율 최대 10%, 마일리지 등 간접 할인율 최대 5%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개정된 내용으로 올 하반기로 재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철재 대표는 “작년 가을,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올라왔듯 업계에는 여러 입장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할인율을 더하고 뺄 게 아니라 독자, 작가, 서점, 유통사, 출판사를 모두 고려한 책 생태계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가격이 더해지냐 마냐’의 문제보다 책을 판매했을 때 각자 ‘적절한 이윤을 얻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근래 인기를 얻고 있는 ebook 서비스를 예로 들며 ‘현재 출판사와 작가에게 제대로 수익이 배분되고 있는지’, ‘상위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를 되물었다. 도서출판 시장의 이면에 고려할 지점이 다층적으로 존재함을 설명한 부분이다.

‘책인감’ 이철재 대표는 “복잡하고 어려운 책 생태계 속에서 도서정가제가 옳으냐 아니냐를 논의하기에 앞서 종합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대표적으로는 비정상적인 국내 도서유통망 문제가 있다. 유통 가격은 올라가지만, 정작 필요한 책은 못 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급률의 차이와 이로 인한 불균형이 야기하는 시장의 침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국가에서 공급률을 제한하는 해외 사례를 꼽기도 했다.

[독립서점 기획 인터뷰]를 위해 방문하는 서점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도서출판시장의 불완전한 ‘유통 구조’와 ‘공급률’인 만큼, 향후 도서정가제 재개정 논의에서 역시 더욱 다각화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릉동 책방 ‘책인감’ 한켠에 마련된 자리 [사진 = 김보관 기자]
공릉동 책방 ‘책인감’ 한켠에 마련된 자리 [사진 = 김보관 기자]
독립서점 ‘책인감’ 내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독립서점 ‘책인감’ 내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최근 ‘오프라인과 소모임도 한계가 있다’고 느낀 이철재 대표는 매체와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서점도 책 소개나 판매 방식을 새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직시했다. 이에 ‘책인감’은 매달 9권의 도서를 선정해 SNS나 커뮤니티에 소개하고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전화·SNS 주문과 특별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이철재 대표는 100여 개의 서점이 모인 ‘동네책방 네트워크’와 이들이 진행한 ‘바이북 바이로컬’이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한편 여러 지역의 독립서점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생을 도모하는 전국 곳곳의 동네책방들. 그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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