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06] 제주 한립읍, 옛가정집을 개조한 ‘책방 소리소문’을 다녀오다 
[독립서점 기획 06] 제주 한립읍, 옛가정집을 개조한 ‘책방 소리소문’을 다녀오다 
  • 유승원 기자
  • 승인 2020.03.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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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소리소문’ 박진희 대표 “서점은 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공간” 
제주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 박진희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 박진희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제주도에는 ‘책방 지도’가 있을 만큼 독립서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 해에도 수십 군데가 생겨났다가 사라진다는 제주 책방. 그중 자신만의 특색있는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는 서점 두 곳을 찾았다. 그중 첫 번째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을 소개한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 옆 유채꽃밭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 옆 유채꽃밭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한림읍의 한적한 동네에 자리한 ‘책방 소리소문’은 오픈한 지 9개월 된 따끈따끈한 서점이다. 오래전부터 책방을 꿈꿔온 박진희 대표가 운영하는 ‘책방 소리소문’은 그가 퇴직 후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제주의 옛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고즈넉한 책방 옆에는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벽면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벽면 [사진 = 김보관 기자]

박진희 대표는 “옛집이 주는 정서적 위로가 있다.”며 “어린 시절 내가 책방에서 받았던 위로과 포근함을 떠올리며 공간을 꾸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취향 가진 이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점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에게 책방은 ‘날 것의 언어가 아닌 활자로 둘러싸인 위안의 공간’이다. 서점 벽에는 부부가 손수 붙인 책 속지가 겹겹이 붙어 한층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그는 이어 “책방 소리소문의 위치상 길 지나다 문득 들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다수다. 이른바 육지에서 책방 소리소문 때문에 방문하는 분, 제주도 내 먼 거리에서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오는 분 모두 하나하나 인상 깊고 소중하다.”는 말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종종 서점을 찾아오는 옆 동네 금악초등학교 아이들 또한 반가운 단골 중 하나다. 

아름답고 따듯한 제주 서점의 이면에는 책방지기의 숱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책방 소리소문’의 도배부터 인테리어, 진열과 도서 선정 등 구석구석을 매만지는 박진희 대표는 “책방 역시 좋은 상품을 잘 전시하고 팔아야 하는 상업시설이다. 문화적인 건 그다음 순서다.”라며 “서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어려워진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만들 듯 다른 업종과 똑같이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이러한 맥락에서 ‘책방 소리소문’은 서점의 본질인 ‘책’에 더욱 집중한다. 박진희 대표는 “서점은 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공간이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려워 다른 활동을 하는 곳들도 있지만, 결국 책방의 큰 무기는 책이다.”라며 “좋은 책을 어떻게 더 잘 소개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주기적으로 서가 구성을 바꾸고 수익 대부분을 책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로 ‘책방 소리소문’의 방향성을 짚었다.

한림읍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박진희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제주도에 등록돼있는 독립서점은 약 이백여 개지만, 실제 운영 중인 서점은 약 오십 개다. 5년 전, 유행처럼 생겨난 서점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같은 관광지의 특성상 옆 서점이 문 닫으면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어 남은 서점 또한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박진희 대표는 “서점은 항상 힘든 업종.”이라며 “간혹 ‘(서점 주인이)제 꿈이에요.’, ‘좋아 보여요.’라는 말을 건네는 분들이 있다. 우아하게 앉아서 책을 볼 거 같지만, 책을 구매하기 위한 공부, SNS, 책 소개를 위한 공간 구성 등 정말 많은 일이 쌓여있다. 여유롭게 책 읽는 건 사실상 꿈같은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책방 창업을 꿈꾸며 ‘소리소문’을 찾는 이들에게 ‘책이 좋아서 책방을 할 거라면 차라리 좋은 독자로 남으시라.’는 말을 전하곤 한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내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방 소리소문’은 일 년에 팔만에서 십만 종가량 쏟아지는 신간 중에서 ‘추리고 또 추린’ 삼천여 종의 도서를 진열한다. 박진희 대표는 “책을 짧고 간략하게 소개하기 위해 빠르고 ‘게걸스럽게’ 읽을 수밖에 없다. 매번 새롭게 서가를 꾸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방 소리소문’ 안쪽 벽은 책과 어울리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근래 핫한 키워드로 책을 소개하거나 ‘올해의 책’을 진열하는 곳으로 사용되는 등 매번 새롭고 다채롭게 꾸며진다.

올해부터는 로컬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제주 소상공인을 위한 도서 큐레이션도 진행한다. ‘제주에서 재주로 먹고삽니다.’라는 이름을 달고 제주의 카페, 식당 등의 상인들을 인터뷰해 각자가 맞닥뜨린 어려움이나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박진희 대표는 “동네가 살아나려면 로컬브랜드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이것 또한 서점의 역할이다.”라고 첨언했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나아가 독립서점, 동네책방 생존에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도서정가제와 공급률이 언급됐다. 박진희 대표는 “인터넷 대형서점과는 규모도 출발선도 달라 도무지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최대 15%의 할인을 허용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할인이 용이한 인터넷서점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프랑스와 같은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과 공급률 통일이 ‘모두가 살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책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요소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지목됐다. 박진희 대표는 “그곳에서 나는 수익이 작가, 출판사, 지역에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 데다 새 책이 버젓이 팔리기도 한다.”며 “현재 서점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분류되어 인터넷 대기업이 오프라인 서점에 진출하기 쉽지 않지만, 언제가 규제가 풀리면 지역 서점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대형출판사의 ‘동네책방 에디션’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독립서점을 찾는 독자들은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책을 만나려고 오는 건데 서점마다 똑같은 책이 진열된다면 동네책방의 매력과 특성이 옅어질 거라는 분석이다. 서점업계 내부에도 의견 차이가 있지만, ‘책방 소리소문’은 ‘동네책방의 생존을 위해서 더욱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건넸다.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제주 서점 ‘책방 소리소문’ 외부 전경 [사진 = 김보관 기자]

‘책방 소리소문’의 박진희 대표는 끝으로 “기존의 지역 서점과 새로 생긴 서점이 서로 ‘저게 왜 서점이야?’라고 반문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책방도 일종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참고서만 파는 서점도, 대형서점도, 인터넷서점도 모두 꼭 필요한 곳들이다. 모두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는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서점의 형태와 모습이 다양하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꽃잎 흩날리는 한림의 조용한 마을에 터전을 잡은 ‘책방 소리소문’. 어려울수록 책과 서점의 본래 가치를 중요시하는 ‘책방 소리소문’이 옛집에 담긴 오랜 세월만큼이나 긴 시간 많은 이들에게 다정한 위안의 공간으로 존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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