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소연 시인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출간! 모든 소녀들의 이야기
[인터뷰] 이소연 시인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출간! 모든 소녀들의 이야기
  • 김미나 기자
  • 승인 2020.03.31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김미나기자] N번방 사태가 화두가 되는 가운데 이소연 시인이 첫 번째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출간했다. 시집은 지난 2월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으며 출간 사흘 만에 2쇄를 찍었다.
N번방 사태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을 착취 및 협박하여 영상을 유료로 판매한 사태를 말한다.
시집에는 ‘소녀’가 상처받은 순간들이 기록되어있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모든 ‘소녀’들에게 이 시집을 건네본다. 따라서 본지는 이에 얘기하고자 이소연 시인의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소연 시인 인물사진 [사진 제공=이소연 시인]
이소연 시인 인물사진 [사진 제공=이소연 시인]

이소연 시인은 시집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라고 밝히며 첫 시집 이전에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라고 말했다. 그 기간 내에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이에 시인은 “한국 문학계와 출판계가 굉장히 기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문학이 “반항과 저항의 성질”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안온한 울타리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표절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 저작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관련 출판사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고 신기해요.”라고 덧붙였다.

“대형출판사에 반해 신생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들에서 나오는 시집 중 좋은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이러다 보니 한국 문학이 다양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저는 이전의 프레임을 갈아엎고 새로 태어난 모델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시인은 이어 “일개 문인으로서 공격받기 싫고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공격하지 않으면 되는데 다들 알고 있는 이상한 지점을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첫 책 인터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 있겠지만, 첫 책을 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이런 문제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 수록된 많은 시가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문제와 시선에 대한 시다. 이소연 시인은 “이상하고 불만스러운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시를 쓰는 것 같아요. 주로 화날 때 시를 쓰는 경향이 있어요.”라며, “그래서 제 시에 어두운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출간된 시집의 1부에는 ‘철’ 연작시가 총 일곱 편이 수록되어있다. ‘철’ 연작시는 시인이 영상물 관련 작가와 협업하여 전시회를 진행하며 창작한 시다. 전시회의 주제는 미군기지의 폭력성과 관련 지역에서 벌어지는 기지촌 여성 문제였다. 시인은 “전쟁 피해자, 전쟁 무기, 기지촌 여성 문제 등 미군기지가 생기면서 파생되는 모든 문제를 사유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문제였다.”라며 전시회 준비 과정에 대해 말했다.

전쟁이나 미군기지에서 여성 문제가 파생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시인은 “미군기지 근처엔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가게들이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라며 “이번 ‘철’ 연작시에서 그런 문제를 제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상은 필리핀의 미군기지에 대한 영상물이었는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대단히 많았어요.”라며 ‘철’ 연작시 창작 당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는 대한민국에 사는 제삼자였고, 한국이 강대국으로 기능하고 있는 그 나라에 대해 영상만 보고 섣부르게 그들의 목소리를 빼앗고 싶지 않았어요. 한순간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의 문제와 닮은 제 경험을 꺼내다보니 ‘철’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시인의 고향인 포항은 ‘철’의 유통이 활발하며 해병대 군사기지가 있다. 시인은 유년 시절 군사 훈련 지역으로 지정된 해변에서 놀다 철조망에 걸려 생긴 상처가 볼에 남아있다. 이러한 기억을 ‘철’ 연작시의 첫 번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철의 폭력성을 그때 몸소 체험하게 돼서 ‘철’에 대한 사유가 나올 수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포항은 사실 미군기지가 없어요. 미군기지와 상관이 없는 나의 이야기를 해도 비슷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철이 생산되는 한 도시에서, 덧붙여 군사 훈련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시인 본인)가 받은 상처가 미군기지의 문제들, 전쟁의 문제들, 폭력의 문제들이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연작시 창작 당시 시인의 생각을 말했다. “연작시를 쓸 때 필리핀 미군기지 근처에서 착취당한 여성들과 어린아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빼앗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빼앗지 않지만 그들의 모습을 제가 경험했던 바와 연관 지어 쓰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전시회에서 그게 오히려 영상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라고 ‘철’ 연작시 창작 당시 심혈을 기울였던 점에 대해 말했다.

시집의 제목이자 수록 시 ‘밑’의 첫 행인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의 내포된 의미에 대한 질문에 “여기서 ‘소녀’는 상처받은 ‘나’이기도 해요. 한마디로 상처받은 저를 ‘소녀’에 투영해서 표현한 거죠.”라고 답했다. 또,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천천히’가 필연적으로 필요했어요. ‘죽어갈’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상처가 아무는 이미지를 생각했고, 한 번에 감쪽같이 아무는 상처는 없지만 어떤 마음은 천천히 흘려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상처받은 나로서의 ‘소녀’ 그리고 모든 ‘소녀’들이 천천히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표현을 하게 되었어요.”라고 이어 말했다.

이소연 시인의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사진 제공=걷는 사람]

이소연 시인은 평소 에코 페미니즘 단체인 동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시집에도 에코 페미니즘을 잘 보여주는 시가 있냐는 질문에 시인은 에서 낭독했던 한강알약들의 왈츠를 뽑았다. 이 시에 대해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어떤 개념과 입장 안에 이 시들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다르게 해석해도 상관없게끔 썼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에서 페미니즘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덧붙여 그렇다고 한국의 페미니즘에 국한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보다 좀 더 넓게 세계적인 문제와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제가 일상에서 겪은 그런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떤 개념적인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제가 체화하거나 간접적으로 받는 느낌들에 관해서 쓰고 싶어요.”라는 말에 덧붙여 시인이 전시회 당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주변을 취재한 경험을 꺼냈다. 취재 당시 시인은 해변을 찾았고 그 해변이 군사지역이라 통행이 금지되는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시인은 턴 어라운드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며, “같이 누려야 하는 자연인데 권력에 의해 사유화된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소연 시인의 첫 시집을 통해 시인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시인은 그냥,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위로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의 결을 읽으면 그걸 따라가는 동안에 응어리 같은 것들이 풀리지 않을까요. 저는 시를 그렇게 읽거든요. 그래서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랑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라고 전했다.

데뷔 이후 첫 시집을 출간한 이소연 시인의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까. 시인은 “이를 수도 있지만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에는 새롭게 다른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다른 방식으로, 좀 더 용감하게, 좀 더 과감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라며 “다음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내가 다음에는 어느 것에 화를 낼지 생각하면 조금은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라며 이어 말했다.

덧붙여 시인은 인터뷰 마지막에 저는 아주 미약한 것들이 힘을 점점 키워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미약한 것들이 힘을 키워갈 때 짓밟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시인의 바람을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