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7) / 싸우지나 말아라 - 안학수의 ‘도깨비 놀이’
도깨비 놀이
안학수
달도 없는 밤
골목에 놀러 나와 시끄러운
장난꾸러기 도깨비들
며칠 뒤면 의원 뽑는 날이라고
번호표 달고 나란히 벽에 붙은
말 잘하는 아저씨들을 보았다.
코 없는 도깨비,
기호 1번의 매부리코를 뭉개었다.
눈 한 쪽 도깨비,
기호 2번의 새우눈 한 쪽을 우볐다.
귀 하나 도깨비,
기호 3번의 보살귀 하나 찢었다.
바람에 너덜거리는 상처를 보며
뿔 도깨비,
도깨비 의원을 뽑아야 도깨비 세상이란다.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 2004)

<해설>
열흘만 있으면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중앙일보 기사를 보니 후보자 10명 중 4명이 범죄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전과1범이 184명, 2~3범이 102명이란다. 당선자가 아니라 후보자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집시법 위반자가 18.8%이고 미래통합당은 10.5%가 음주운전 처벌을 받은 사람이다. 국회가 범법자 동네가 될 모양이다.
우리나라 민담 속의 도깨비는 장난기가 심하고 남한테 해코지를 하는 대신 풍요로운 보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동시 속의 도깨비 국회의원 후보들은 남을 비방하는 정도가 아니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상대방을 거꾸러뜨리려고 온갖 짓을 다한다. 짓궂기는 하지만 천성이 착한 한국판 도깨비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기를 바란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코로나바이러스 물러가라 뚝딱, 이기적인 종교인들 물러가라 뚝딱. 민생경제 살려내라 뚝딱, 지역상권 살려내라 뚝딱. 도깨비 의원을 뽑아야 도깨비 잔치를 할 수 있는 도깨비 세상이 된단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