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기획 인터뷰 10] 대구의 문화 체험 공간이 된 ‘시인보호구역’ 정훈교 시인에게 듣는 이야기
[독립서점 기획 인터뷰 10] 대구의 문화 체험 공간이 된 ‘시인보호구역’ 정훈교 시인에게 듣는 이야기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0.04.05 20:42
  • 댓글 0
  • 조회수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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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책방 ‘시인보호구역’에서는 책 판매와 저자 강연은 물론이고 커피, 맥주, 간단한 간식 판매도 함께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대구의 책방 ‘시인보호구역’에서는 책 판매와 저자 강연은 물론이고 커피, 맥주, 간단한 간식 판매도 함께하고 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1. 대구의 시인보호구역은 그간 대구의 문학, 문화 체험 공간이 되어왔습니다. 서점을 방문하는 분들과 다양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특별히 인상 깊은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 네, 햇수로 9년 차에 접어드는 시인보호구역은 말씀처럼 문학과 문화의 공간이었습니다. 문학 외에도 미술, 음악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까요. 시인보호구역은 지역 문학이 처한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특별한 에피소드도 역시나 문학과 관련한 것들입니다. 문학청년 또는 데뷔하신 분들이 상담 아닌 상담을 위해 찾아오셔서 관련한 조언을 많이 해드렸습니다. 

그중에는 시 원고를 한 움큼 들고 와서 봐달라는 청년도 여럿 있었습니다. 대구에서는 문학청년들이 찾아갈 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 보니, 시인보호구역에 많이 오신 듯합니다. 어떤 분은 창작에 대한 조언을 듣고 3개월 동안 시 한 줄도 못 쓰고 방황했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그때 나눈 이야기가 조금씩 와닿더라고 하시더라고요. 2019년 1월에는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문학청년들에게 연락해 서로가 동인으로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 대구에서 작가 초청회 등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들이 특히 힘드셨나요?

- 아, 몇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좋은 작가를 모시는 일과 그에 ‘합당한’까지는 어렵더라도 교통비라도 드릴 수 있는 소정의 강연료를 마련하는 일, 마지막으로 행사를 알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분들이 선뜻 응해주셨지만 늘 미안했습니다. 공모사업에 선정된 행사라면 그래도 조금 넉넉한 강연료를 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참가비에 제 사비를 더 보태서라도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구보다 문학인의 처지를 잘 알기에 늘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추가로 행사 준비를 하다 보면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전화응대와 예약 문제, 그리고 도서를 미리 구입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지요. 또 이런 일은 당일 행사 진행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합니다.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예약률은 5% 이하였습니다. 한두 명이 온다고 하고선 이삼십 명이 올 때도 있었고요. 십여 명이 예약하고선 이백 명 가까이 온 적도 있었습니다. 늘 이렇다 보니, 행사 당일에는 서너 명의 스텝들(접수, 사진촬영, 안내, 사회, 음료 등)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행사를 돌아보면 2/3 정도는 늘 한두 명의 인원으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잘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더군나다 스텝으로 도와줘도 인건비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과 행사에 기꺼이 응해주신 선생님들, 함께 해주신 스텝분들, 너무 송구하고 동시에 너무 고맙습니다.

2019년 하린 시인의 ‘촉촉한 특강’이  ‘시인보호구역’에서 개최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2019년 하린 시인의 ‘촉촉한 특강’이 ‘시인보호구역’에서 개최됐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3. 시인보호구역이 잠시 ‘폐업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요?

네, 그랬지요. (웃음) 폐업까지는 아니었고 그간 있었던 대구 칠성동 소재 시인보호구역 공간을 더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칠성동 시인보호구역 문을 닫는다고 말씀드렸고요. 이곳은 공연무대, 갤러리, 카페, 책방 등을 겸하는 말 그대로 문화복합공간이었습니다. 그간 운영하면서 회사 다닐 때 퇴직금 그리고 대출, 보험 해약 등으로 유지 아닌 유지를 해왔었습니다. 물론 재정적으로는 늘 힘들었고요.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돈이 아깝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시인보호구역을 시작한 2012년이나 2020년인 오늘날이나 지역 문학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는 여전히 2030 시인, 소설가, 평론가를 만날 수 없습니다. 바꿔말하면 이는 지역 문학이 생존에 실패해서, 서서히 멸종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확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 문학의 미래가 어둡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현실적 고뇌 끝에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시인보호구역을 시작했으니, 처음부터 돈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어떤 분들은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어쨌거나 폐업 이야기가 나왔던 건, 더는 대출도 안 되고 자금 여력이 안 되어 지금까지 운영했던 갤러리, 공연무대, 카페 등을 버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4.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시인보호구역은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 같습니다. 근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문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1월 이후 시인보호구역을 아껴주시고 응원주셨던 분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간 많은 행사와 일을 해오다 보니, 다들 수익 면으로 잘 된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칠성동 시인보호구역 문을 닫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중순에 일명 ‘시인보호구역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시인보호구역이 중심이 아니라 그간 마음을 나눠주셨던 분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주셨습니다. 이후 여러 번의 회의가 있었고 운영위원회와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2월 중순 ‘2020 신년 문학콘서트’를 계기로, ‘칠성동 시인보호구역에서 계속 운영하자’라는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신년 문학콘서트는 취소되었고, 결국 칠성동 시인보호구역을 접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일은 그동안은 혼자였으나, 이제부터는 많은 분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달 1회씩 정기모임도 갖기로 했고, 온라인 단체방에서 100여 명 이상이 함께 마음을 나누면서 시인보호구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고맙고 송구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반가운 소식은 2020년 4월부터는 대구지역 두 곳에서 시인보호구역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한 곳은 대구문화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고요. 또 한 곳은 기존 시인보호구역과 2km 이내인 곳입니다. 두 곳의 책방은 성격이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아마 차차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2016년부터 출판사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올해부터는 출판 일에 좀 더 매진하려고 합니다. 작년부터는 시인선을 시작했고요. 데뷔 여부를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면 출판 비용 전액을 시인보호구역에서 부담합니다. 등단과 관계없이 역량 있는 분들의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제 칠성동에서 했던 갤러리, 카페 공간은 당분간 없겠지만, 나머지 일들을 여전히 잘 해나갈 것입니다. 꾸준히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인보호구역’ 한켠에는 무대와 악기가 마련되어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시인보호구역’ 한켠에는 무대와 악기가 마련되어있다. [사진 = 뉴스페이퍼 DB]

5. 그렇기에 독립서점, 동네책방의 고충을 더욱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체감하고 있는 어려움에는 어떤 게 있으신가요? 

네. 아무리 작은 책방이라도 사람이 관리해야 하고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수익이 없으면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개점과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실 겁니다. 연예인 운영하거나 서울이나 관광지(경주, 제주도 등) 소재 책방 그리고 자본금이 넉넉한 대형서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책방이 마이너스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참고서를 파는 곳도 제외하고요. 

제가 그간 운영하면서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분이 자문을 받으러 오셨지요. 개중에는 지금은 제법 큰 서점을 운영하는 대표님도 있습니다. 취미나 낭만으로 시작하려는 분도 계셨고요. 거의 모든 분께 똑같은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자금이 없으면 하지 말라고 말렸지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성심성의껏 조언을 해드렸고요. 

책 한 권을 팔면, 평균적으로 정가의 25% 정도가 수익으로 잡힙니다. 어림잡아 한 달에 천 권을 판매하더라도 많아야 250만원 전후입니다. 이 수익으로 월세도 내야 하고요. 각종 공과금도 내야 하고요. 생계비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천 권은커녕 100권도 채 팔리지 않을 겁니다. 시인보호구역은 한 달에 10권 이하가 판매된 적도 많았습니다. 사진 찍으러 오시고, 그냥 대형서점처럼 훑어보고 가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독립서적은 다르겠지만, 일반 서적은 유통사에서 신용카드를 안 받아주셔서 매번 현금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온 책이 매번 팔리는 게 아니라, 매번 재고로만 쌓입니다. 그러면 현금이 늘 묶여 있는 것과 같고요. 그리고 신간을 비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재고가 있더라도, 또 현금을 주고 신간을 구매해야 하죠. 그래야 그나마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어찌 되었건 악순환인 셈이죠. 여유자금이 있어서 소일거리로 하신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찍 포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하고 싶다면, 서점 운영에 전념하셔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와 함께 많은 문화행사를 겸하지 않으면 지속이 어려우실 겁니다. 카페 기능을 추가하지 않으면 안 되고요. 위에서 언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더더욱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합니다. 또 잘 되는 책방의 비법들이 지역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또 하나, 정부나 지자체의 공모사업이 없었다면 책방의 다수는 이미 문을 닫았을 거예요. 그리고 공공기관의 도서구매 영업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유령서점이 80~90% 이상입니다. 심지어 95% 이상인 지자체도 있습니다. 이런 유령서점이 몇천만 원, 억 단위의 도서 구매처로 낙점되는 게 현실입니다. 참, 요즘에는 대기업도 문화공간을 내면서 동시에 서점도 열고 있으니, 참으로 더 어려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지경에 놓여 있다 보니, 2020년 3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자체, 교육청 등 공공기관 도서구매 시 지역서점 우선 활용 권고’ 공고문을 각 지자체로 보냈습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면 

청소용역업체, 건설업체, 음식점 등, 타 업종 업체가 업태에 서점업을 추가해 도서납품시장에 참여하는 이른바 ‘유령서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령서점 문제가 지속되면서 도서정가제를 통한 지역서점 상생 취지가 약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11개 지자체에서는 조례, 지침, 공고 등의 형태로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지역서점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러한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지역서점의 최소 기준안*을 제시하고 지자체별 상황에 맞는 지역서점 인증제 도입을 요청했다.

지역서점 인증제보다 더 강력한 인증제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8-0016호’에 따른 생활문화시설(지역서점) 인정제입니다. 여기에 따른 기준을 보면 지역 서점을 기준을

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문화활동 공간(서점 전용면적의 1/10)과 설비를 갖추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이상의 독서동아리 운영, 저자초청 특강, 전시 및 공연 등 문화행사를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으로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한 서점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유령서점은 물론 지자체나 정부 사업을 따기 위한 ‘무늬만 서점’인 곳들은 사라지겠죠. (웃음) 아무튼 지역서점이 지역문화와 문학을 탄탄히 하는 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참고로 시인보호구역은 지역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령에 따른 ‘생활문화시설’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구광역시와 구청, 교육청은 이런 제도가 있는 것도 모릅니다. 아무튼, 앞으로 책방은 정말 동네책방, 동네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문학과 문화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문학, 문화를 살리는 첨병이 책방이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시인보호구역’을 운영하는 정훈교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시인보호구역’을 운영하는 정훈교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6. 도서정가제, 공급률 통일 등 제도적 측면에서 동네책방을 도울 방안에는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형서점이 무료배송 서비스와 도서 정가에서 얼마간 할인을 해줌으로써 지역서점은 가격 경쟁에서부터 밀리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이미 인테리어나 규모 면에서 밀리고, 대형 인터넷 서점 등에서 또 밀리고 있는데, 가격 경쟁에서까지 밀리다 보니 책방이 설 곳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지요. 

낮은 공급률에도 불구하고, 대형서점에 어쩔 수 없이 납품해야만 하는 출판사의 딱한 사정도 있습니다. 현재는 대형 배본사를 통해서만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입고가 가능합니다. 독립서점과 동네책방은 이런 시스템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을 받고 운영하는, 동네책방만을 취급하는 배본사가 있다면 동네책방의 미래도 조금 더 밝을 것입니다. 지금의 시장구조로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과 규모를 앞세운 대형서점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책방에 오시는 분 중에는 대형서점에서 하시듯, 책을 펼쳐 읽다가 가시는 분도 있고요. 심지어 포장을 뜯어서 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형서점에서는 그런 파본을 최종적으로 출판사에 떠넘겨 반품으로 처리합니다. 이는 결국 출판사와 저자에게 피해 입히는 일이 되지요. 현재는 출판사와 책방, 그리고 저자가 모두 관계된 유통구조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이들과 함께 지자체,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정책적 협의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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