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4.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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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마스크 구름

  신현림


  사람들은 어딜 갔나
  미세먼지 틈에서 나는 어디 있나
  마스크라는 구름들만 보였다
  구름 덮인 얼굴만 걸어다녔다
  외투를 입은 구름을 보며
  살아 있다는 착각은 아닌지 나를 만져본다
  내가 있구나, 안심하면서 스산해졌다
  구름이 몸까지 덮을 수 없게
  마스크 구름들 속을 거닐었다

  이 저녁이 스산해도 
  뒤를 보면 집마다 불이 켜지고 있다
  살아 있는 이 시간을 환호하며
  저마다 스산한 마음은
  누군가 스산한 마음을 찾고
  자신을 지켜줄 마스크를 찾겠지

  식빵을 너무 구워 딱딱해진 때처럼
  구름이 거칠고 딱딱해져도
  언제나

  맑은 하늘을 안고
  웃는 꽃을 사람들에게 안기려고
  나는 더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7초간의 포옹』(민음사, 202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9) / 마스크 없이는 - 신현림의 ‘마스크 구름’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달력을 보니 오늘이 보건의 날이다. 아아, 오늘 또 몇 분의 확진자가 나왔을까. 다같이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봄날이다. 마스크를 사려고 긴 줄 사이에 서 있기도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수급이 되어 구입에 따른 소동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용감하다는 생각보다는 사회적 격리 혹은 공중도덕을 안 지킨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신현림 시인은 이 시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발발 이전에 썼다. 그래서 미세먼지 얘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흡사 예언을 한 것 같다. 우리는 이제 외출할 때 카드와 스마트폰과 함께 마스크를 챙기게 되었다.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서로 상대방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구름 속의 삶이다. 

  마스크는 나를 지켜주기도 하겠지만 은폐시키기도 한다. 방에 꼭꼭 숨어 살아야 하고 외출할 때는 나를 감춰야 한다. 친구도 믿을 수 없고 친척도 믿을 수 없다. 그가 감염되어 있으면 만나도 안 된다. 여행의 끝이 2주간의 격리라니. 유학 생활 중도 포기여도 2주간 격리해야 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이제 날이 더워지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고역이 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맑은 하늘을 안고 웃는 꽃을 사람들에게 안기려고 더 열심히 몸을 움직였는데, 그때가 바로 천국의 나날이었다. 경기장에서 목청껏 소리치며 응원했던 것도,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를 보았던 것도. 살아 있으니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가.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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