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4.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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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이별 

  이문길


  오랜만에
  고향에서 조 선생의 전화가 왔다

  “이 선생 잘 계시는지요.”
  힘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손자를 기르느라 힘들어하던
  조 선생의 여윈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문길아 뭐하노.”
  친구 칠문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전화하면 반드시 만나자고 하던
  소리가 없어 의아해하며
  도봉산 입구 두붓집을 생각했다

  아아 나는 그때 그 전화가
  세상 떠난다던 마지막 하직인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전화 받은 그날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날이 될 것을
  알지 못했다

  보고 싶다

  ―『떠리미』(북랜드, 201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2) / 하직인사를 들었는데 - 이문길의 ‘이별’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고향의 조 선생과 친구 칠문이의 마지막 전화를 받고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시인은 가슴을 치고 있다. 그냥 안부인사가 아니라 이 세상을 하직하기 직전에 한 작별인사라는 것을 눈치 못 챘다니. 조만간 한 번 보자고, 밥이나 한 번 먹자고, 차나 한 잔 하자고 무심히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세상 떠난다는 마지막 하직인사”가 되는 수가 있구나! 아주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하면서 나 이제 곧 죽을 것 같다고 어떻게 말하는가. 고작 “이 선생 잘 계시는지요.”, “문길아 뭐하노.”라고 말할 뿐, 달리 뭐라고 할 것인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돌아가신 분이 근 200명인데 대다수 연세가 높은 분들이다. 그야말로 졸지에 찾아온 병마이니 비명횡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을 턱이 없다. 황급히 화장했을 것이며, 장례식도 제대로 치를 수 없었을 것이다. 관혼상제 중 ‘상(喪)’이 참으로 중요한 것인데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해야만 하다니! 빨리 역병이 가라앉아야 우리 인간의 장례식도 존엄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지지 말아야 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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