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5) / 지지 않는 별을 노래하리 - 정순영의 ‘지는 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5) / 지지 않는 별을 노래하리 - 정순영의 ‘지는 꽃’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4.13 23:09
  • 댓글 2
  • 조회수 70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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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5) / 지지 않는 별을 노래하리 - 정순영의 ‘지는 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5) / 지지 않는 별을 노래하리 - 정순영의 ‘지는 꽃’

  지는 꽃

  정순영


  지는 꽃의 이름을 묻지 말라.
  봄물에 연두 붉은 생기를 머금고 볼 시린 꽃봉오릴 터뜨린
  울음의 사연을 묻지 말라.
  그 삶이
  화사하였든
  수수하였든
  고독하였든
  노을빛 추억을 품고 지는 꽃의 이름을 묻지 말라.
  바람에 흩날리는 꽃의 영혼은
  별이 되리라.
  누군가의 가슴에 아리는 아리따운 그리움으로
  영원히 지지 않는 별이 되리라.

  ―『한국시학』(2019년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5) / 지지 않는 별을 노래하리 - 정순영의 ‘지는 꽃’ [사진 = 김보관 기자]

  <해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확진환자의 수, 사망자 수를 확인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명복을 빕니다. 이 땅에서는 214명이 돌아가셨지만 전 세계적으로 100일 만에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빨리 이 전대미문의 역병이 물러가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담소하며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여행을 가던 일상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답답한지요. 사회적 격리는 사실상 스스로 유폐되는 것이므로 바이러스가 우리를 ‘처벌’했으며 각종 문명의 이기는 우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푸코가 말한 ‘감시와 처벌’의 나날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정순영은 시에서 이 땅의 서민들, 흔히 민초(民草)라고 일컫는 이들을 꽃이라고 부릅니다. 며칠 피었다가 시드는 꽃 가운데 장미나 모란 같은 화려한 꽃도 있지만 들판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고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들도 참 많습니다. 그 들꽃들을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세상에 이름도 못 남기고 평범하게 살다 간 서민대중의 이름을 가족이나 친척 외에 누가 기억을 합니까. 하지만 그들의 삶이 화사했든 수수했든 고독했든지 간에 그분들의 가치는 어느 정치가 못지않게 소중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으므로 그분은 “영원히 지지 않는 별”인 것입니다. 

  누구를 만났다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니, 이 무슨 횡액입니까.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으니, 이 무슨 불행입니까. 지는 꽃의 이름을, 흩날리는 꽃의 영혼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도 꽃도 유한자이지만 다 생명체이므로 존엄한 존재가 아닙니까.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이라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난국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도 오늘 365일째로 ‘마지막’을 고합니다. 그 동안 좋은 시를 저에게 보여주신 시인 여러분과 제 졸문을 읽어주신 분들, 뉴스페이퍼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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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우 2022-12-02 18:05:43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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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수 2022-11-10 10:40:56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