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자회사 난다 메일링 서비스 논란... 신인 작가들의 지면 모델을 기성 출판사가?
문학동네 자회사 난다 메일링 서비스 논란... 신인 작가들의 지면 모델을 기성 출판사가?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4.2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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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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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문학동네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오은 시인의 “다독임” 출간 기념 메일링 서비스를 홍보해 논란이 일었다. “다독임”은 문학동네 자회사인 난다를 통해 출간되었으며 이번 메일링 서비스는 출간된 산문집을 읽고 리뷰를 남긴 독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장은정 평론가는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며 “애초에 지면의 기회가 없거나 적었던 작가들이 스스로 지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메일링 서비스라며 이를 “대형 출판사에서 이미 알려진 작가들을 더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질문했다.

메일링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작품 발표 지면이 적은 비등단 작가나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방식이다. 이들은 소정의 월 구독료를 받고 매주 또는 매일 독자들에게 작품을 전달한다.

최근에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당시 피해자들과 연대한 단체 ‘탈선’에서 비롯된 ‘우롱센테스’가 ‘월간 우롱’이라는 이름으로 3인의 단편소설과 에세이, 특집원고를 연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트위터 내 메일링 서비스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계정이 생겨났으며 독립문예지, 독립출판, 텀블벅 등 기성 시스템의 이면에서 또 다른 형태로 교류하는 작가와 독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겨난 시스템을 기성 출판사에서 기성 작가의 신간을 홍보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논란 직후 김민정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난다 김민정 대표는 “오은 시인의 ‘다독임 메일링 서비스’는 무료로 진행되며 문장 웹진 문학 집배원 코너의 ‘시인들의 시 배달’ 형식을 차용했다. 더불어 오은 시인 본인의 작품이 아닌 다른 동료 시인의 시와 시집 등을 추천하는 글이 전달될 예정이라 공적인 목적도 갖고 있다.”며 “다만 ‘메일링’이라는 단어를 섬세하지 못하게 사용한 것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또한, “출판사 난다가 문학동네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별개의 사업체로서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난다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없어 홍보 채널로서 문학동네 계정을 빌린 것이다.”라는 말로 일련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민정 대표는 과거 문학동네 편집자로 시인선 총괄을 맡았으며 현재 시집 기획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장은정 평론가는 “난다의 대표 김민정 선생님은 난다가 직원이 한 명뿐인 조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동시에 문학동네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계시는 편집자분이시기도 하다.”며 문학동네와 상관없는 보통의 1인 출판사나 개별 작가의 경우 문학동네의 공식 채널과 그 영향력을 빌릴 수 없음을 꼬집었다.

한 편집자 역시 “개인 또는 소규모 창작집단에게는 유일한 창구에 가까운” 플랫폼에 대형 출판사가 진출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출판생태계를 가꾸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장은정 평론가도 “텀블벅 없이는 잡지를 낼 수 없고 메일링 없이 독자를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다.”며 모두가 상생하는 더 나은 문학출판계를 위한 각각의 책임을 강조했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김요일 시인이 기획이사로 있던 문학세계사의 “신춘문예 당선시집” 게재를 거부한 차도하 시인은 “내가 메일링을 했던 이유는 문단 내 부조리와 관련한 지면을 거절했기에 발표 기회가 줄어 목소리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서였다.”는 말과 함께 비등단 작가, 신인 작가 등의 상황을 전달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무료로 유명작가의 편지글을 메일링 하는 서비스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작가들의 시장을 빼앗는다는 지적이다. 메일링, 텀블벅 등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만, 하나의 자구책으로 마련된 방법을 대형 출판사가 도입하는 경우는 영세 상인들의 골목상권에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기업이 진출하는 행위와 유사하다. 난다의 경우 2인으로 이루어진 출판사이나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타 출판사와 달리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따르면 문학동네 편집부는 “기획·마케팅 회의를 함께 진행하기는 하지만, 출판사 난다는 문학동네와는 별개로 운영된다. 문학동네의 공식 입장은 난다 김민정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것과 같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었던 오은의 다독임 메일링 서비스는 4월 22일부터 5월 27일까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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