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불공정 관행 04] 전영규 평론가 “소위 ‘신인평론가 길들이기’ 같은 경우도 존재”
[문학계 불공정 관행 04] 전영규 평론가 “소위 ‘신인평론가 길들이기’ 같은 경우도 존재”
  • 송진아 기자
  • 승인 2020.04.30 17:01
  • 댓글 0
  • 조회수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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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검열, 원고료 지급 무기한 연기 등 문예지 청탁 불공정 사례에 관해 이야기해
인터뷰 중인 전영규 평론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 문학계 불공정 관행 중 많은 부분은 문예지 원고 청탁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학선, SRS, 문학에스프리 등의 지면에서 문학계 내 위계권력 문제를 고발해온 전영규 평론가는 2017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사례를 밝혔다.

다른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러했듯 “대형 출판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문예지를 제외하고는 청탁서에 원고료 액수와 지급기한, 출판권, 전송권 등의 내용이 상세히 기재된 곳은 드물다.”는 이야기가 우선 언급됐다. 계약서를 대신하는 청탁서이지만,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 문예지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원고료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평론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모내기철에 원고를 넘겨서 추수철에도 원고료를 받지 못한다.’는 ‘웃픈’ 경험담이 흔하게 오갔다. 전영규 평론가는 “작년 겨울부터 신간 작품 리뷰를 맡게 된 P 문예지는 올 봄호 원고료뿐만 아니라 작년 겨울호 원고료마저 들어오지 않았다.”라며 “고료가 언제 들어오냐는 물음에 답변한 편집주간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겨울호 원고료는 3월 중 입금됩니다. 진흥기금 지원으로 번거로움이 있어 일괄 입금합니다. 급하시면 따로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웃긴 건 3월 중으로 입금된다는 고료마저도 아직도 입금이 안 된 상태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급하시면 따로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태도가 불편했다. 그 말을 듣고 싶어서 물어본 게 아니지 않나.”고 부연했다. 전영규 평론가는 “문예지 측에서 적어도 필진분들에게 원고료 지급이 미뤄진 사유와 입금 시일이 담긴 메일 또는 문자를 공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메일을 받은 문예지는 지금까지 단 두 곳이다.”고 했다. 기본적인 공지조차 없는 때가 대부분이어서 두 문예지가 유독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문학선 2020 봄호 제18권 제1호 [사진 = 김보관 기자]
문학선 2020 봄호 제18권 제1호 [사진 = 김보관 기자]

문예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완성된 원고가 실리지 않은 경험도 있다. 전영규 평론가가 “문학선” 2020년 봄호 ‘만드는 자, 쓰는 자, 읽는 자는 하나다’에서 자세히 이야기한 B 문예지가 그렇다. 그는 “2년 전 특집으로 조명된 작품 해설을 맡았는데, 아무리 봐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솔직한 비평을 썼더니 결국 수록이 취소됐다.”라는 말로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전영규 평론가는 “작품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해 구분하기 전에 왜 그 계절에 특집 조명란에 실리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작가가 B 문예지로 데뷔해 B 문예지가 소속되어있는 출판사에서 몇 권의 저서를 냈고, 최근에는 B 문예지 부국장을 맡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특집 조명 작품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물으며 문예지 관련 직책을 맡은 이가 그 계절의 특집 조명란을 장식한 부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지점임을 주지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2년 전 S 문예지에서 1년 동안 신간 시집 리뷰 코너를 맡기로 한 전영규 평론가는 편집위원이 정해 준 작품에 대한 평점을 낮게 준 이후에 통보 없이 하차 처리됐다. 그는 “B 문예지와 S 문예지에서는 더이상 나에게 청탁이 오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문예지라는 출판 권력이 작품 생산에서부터 평가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신인 평론가들을 길들이고 소모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전영규 평론가

전영규 평론가는 이외에도 경향신문 기사 ‘매당 5000원의 삶, 노동자로서의 평론가의 삶은 가능한가(클릭)’를 예로 들며 드는 시간과 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론 고료와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를 토로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지발간사업 평가 연구용역’에 나타난 문학출판계 평균 원고료는 시 6만7586원, 단편소설 8679원, 비평은 6885원 등이지만, 실제로 이보다 낮은 고료를 제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뿐만이 아니다. 성추행 혐의로 교수직에서 해임된 자가 문예지를 창간하고,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임명되는 문학계 상황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전영규 평론가는 “‘가해자들은 여전히 잘 산다.’는 말에 공감한다. 문단 내 위계권력에 의한 피해 사실을 글로 발표한 적이 있는데 결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도 못했다.”며 “여전히 가해자들은 문학계에서 일하고 있고 가해자와 관련한 출판사·문예지는 피해자나 고발자에게 청탁하지 않을 것이다. 되레 피해자들이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입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학계 내에서 ‘그렇다고 걔(가해자) 밥줄을 끊냐?’, ‘그 사람도 먹고살아야지.’라는 식의 온정주의 일 처리가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 전영규 평론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인맥이나 관례에 따라 운영되는 폐단이 개선되고 작가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의 길을 그렸다. 작가들의 목소리가 모여 문학계 다양한 불공정 관행들이 고쳐지고 각각의 권리를 누릴 날이 조속히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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