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불공정 관행 07]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정우영 시인의 ‘공정’과 ‘사회’
[문학계 불공정 관행 07]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정우영 시인의 ‘공정’과 ‘사회’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4.30 23:54
  • 댓글 0
  • 조회수 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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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고 자라나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되어야 해”
국립한국문학관 사무실에 앉아있는 정우영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문학계 불공정 관행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자주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선배 문인의 목소리가 절실하다’는 부분이었다. 이에 지난해까지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준비에 한창인 정우영 시인을 만났다. 

이상문학상 사태를 묻자 그는 “근래 문학상이 가지고 있던 권력은 크게 약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작가는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아니어도 SNS 등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장이 넓게 열려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잘못된 체재를 유지하려는 출판사의 오판이었다.”고 진단했다. 

정우영 시인은 특히 저작권자와 합의 없이 양도를 요구하는 일은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며 개선책으로 내놓은 대안 역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우수상 수상작에 대한 3년간의 저작권 양도 및 표제작 사용 제한은 물론이고 수정안인 1년간 양도 역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해당 규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상이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 경우 작가 또는 작품의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의 본질을 한참 벗어난다. 시인은 “저작권 양도를 하지 않는다고 수상자로 선정하지 않으면 공정한 심사라고 볼 수 없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이제는 이상문학상의 권위와 목적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임을 주지했다. 

상금으로 준 금액을 선인세 처리하는 일부 문학상의 행태도 언급됐다. 책 판매가 상금을 웃돌면 그때부터 인세를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다. 이와 관련해 정우영 시인은 “상금은 상금이고 인세는 인세다. 출판 전 별도의 인세 계약을 해야 하고 선인세 형태로 상금을 줄 것이라면 애초부터 공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문학상으로 대표되는 수상작품집 저작권 설정 문제 또한 출판에 관한 계약을 별도로 맺어야 하는 부분이다. 정우영 시인은 “수상을 했다고 해서 출판에 자동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다. 출판에 관한 내용은 계약을 맺으면서 상호 합의해야 한다.”라는 말로 명확한 기준을 그었다.

원고청탁계약서의 좋은 예시

문예지 청탁 과정과 원고청탁서를 둘러싼 논의도 등장했다. 정우영 시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원고청탁계약서를 좋은 예시로 꼽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는 문예지의 경우 2018년 발표한 최저원고료를 지급해야 하며 지정된 청탁계약서를 작성한다. 정우영 시인은 이를 ‘공공기관이 민간 영역의 잘못된 과정을 바로잡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었던 정우영 시인에게조차 불공정한 청탁 제안이 왔다. 그는 “이전에는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라며 ‘오래도록 문학계에 몸을 담은 나한테도 그런 제안을 한다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더욱 압력으로 느낄 거다.’, ‘이건 잘못된 거다.’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경험을 전했다. 

정우영 시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표준계약서 7종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현재 권고안의 형태로 표준계약서가 있기는 하나 출판사별 계약서가 통용되며 출판사의 권위에 따라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정우영 시인은 “기존의 표준계약서는 저작권자에게 불리하다. 계약서가 출판사마다 다를 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포함한 출판 형태마다 다른 양식을 가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또한, ‘출판권 설정 계약서’에 2차 저작권을 묻어가는 계약은 옳지 않다는 말이 뒤따랐다. 출판권 설정 계약서 하단에 2차 저작권과 관련한 사항이 첨부되는 관행에 고개를 내저은 정우영 시인은 “이는 출판권 설정 계약서의 본래 목적과 다르다. 2차 저작권 계약서는 따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영 시인에 따르면 2차 저작권의 경우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에이전시 또는 특정 자격을 갖춰야 위임 가능하다. 그는 “창비의 경우 해당 자격을 모두 갖추고 계약을 진행한다. 그렇지 않을 시 계약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 사무실에 앉아있는 정우영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한편, 메이저 문예지 또는 출판사를 선호하는 욕망은 유통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정우영 시인은 “대형 출판사 시선집에 들었다고 다 좋은 책 아니고 중소형 출판사라고 해서 모두 안 좋은 건 아니다. 이건 모두 서로 인정하면 되는 부분이다.”라며 “다만 유통 구조에서도 그런 공평함이 있어야 한다. 폭력적인 유통 관례 아래에는 출판사별 파급력, 마케팅, 자본, 인정 제도 등 다양한 측면이 작용한다.”도 이야기했다.

정우영 시인은 문학동네에서 첫 시집을 낸 후 해당 시선집 시리즈가 없어졌으며 실천문학에서 시집을 내고 사라진 경우가 있다. 그는 “창비에서 낸 시집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웃어 보이며 “이런 걸 빈번하게 겪은 누군가가 있다면 권력과 상관없이 내 시집이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에 대형 출판사에서 내고 싶을 거다. 이는 창작자로서 당연한 욕망이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영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일각에서 논의되는 작가 노조 등 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항상 강력한 힘과 권위를 갖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우영 작가는 “대중적 인지도나 문학계 내 장악력이 높은 작가 한 명이 ‘이거 안 해. 출판사 옮길 거야.’라고 말했을 때 되레 빠르게 반응하기도 한다.”며 “결국 권력의 문제다. 지금의 구조 안에서 권력자들은 발화를 피해가고 막상 결합한 작가들만 배제되는 상황을 빚어낼 수 있다.”고 바라보았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반 시민과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공론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적인 싸움을 하려면 결국 사안을 공론화해 공공의 질서가 개입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우영 시인에 의하면 욕망의 실현은 덩어리로 이루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이때, 개별적 목소리를 모아 공론의 장에서 공적인 논의로 끌고 가는 것이 관건이다. 시인은 미투 운동을 예로 들며 “세계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사회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남성 지배, 폭력이 일상화된 시절 그것을 통해 배우고 자라난 남성은 폭력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깨지고 바뀌어 간 사회는 굉장히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법 제도에만 맡겨두었다면 근본적인 변화가 어려웠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법정에 서도 결국은 강자가 이득을 보기 쉬운 구조’인 데다 공청회, 세미나 같은 경우는 폐쇄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논의되는 과정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부연했다.

그는 나아가 ‘새로운 무언가가 자라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를테면 ‘출판 산업이 위기’라는 말이 만연하지만, 많은 이들의 인기를 끄는 웹툰이나 웹소설 또한 출판 산업이 넓혀진 새로운 영역이라는 시선이다. 정우영 시인은 “넓혀진 영역과 새로운 독자들의 수요를 배제한 채 고지식하고 좁은 시야로 본다면 업계가 고사한다.”며 “웹소설을 선택하는 신규 독자에게는 전자책마저도 고루한 매체다. 웹툰, 웹소설 업계를 받아들이고 종이를 선택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시선을 옮겨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우영 시인은 끝으로 죽어가고 자라나는 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그렸다. 그는 “노후화된 게 전부를 장악한다면 그것은 생태계가 아니다.”라며 “균일한 공공성이 작용해 신규 출판사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밑받침과 기존의 활동들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꾸려나가길 바란다.”는 말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우영 시인이 생각하는 바른 사회는 ‘새로운 씨앗들이 활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다. 그는 “새로운 무언가가 없다는 건 그 사회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새로운 상상력을 갖출 수 있는 영역인 만큼 내가 빵을 못 먹더라도 더 큰 빵을 줄 수 있는 최초의 싹을 틔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건강한 문학계의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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