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나’라는 시를 읽는 방식이 되어 갔다 - 신현림 시집 『7초간의 포옹』
그것은 ‘나’라는 시를 읽는 방식이 되어 갔다 - 신현림 시집 『7초간의 포옹』
  • 유수진 에디터
  • 승인 2020.05.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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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송희 에디터
사진=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유수진 에디터]뜨거운 사람이라는 둥 차가운 사람이라는 둥, 이런 말을 남에게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부터 듣는 경우가 있다. 체온계로 정확하게 잰 것도 아닌데 뜨겁다, 차갑다, 라고 어떻게 믿는 것일까. 일찍이 베이컨과 보일은 공간 내부의 분자운동을 연구하면서, 뜨거운 온도와 차가운 온도를 분자 간의 관계 맺기로 설명하려 했다. 일정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분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간의 관계는 어떤가. 사람 사이의 관계도 어차피 공간의 테두리와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뜨거운 관계야, 차가운 관계야, 라고 하는 인식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해 볼 수 있겠다. 그것이 얼마나 자주 충돌하느냐, 얼마나 자주 소식을 전하느냐, 얼마나 자주 직접 만나느냐에만 달려있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요청받는 근 몇 달간의 사정으로 관계의 온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워서 책을 읽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누워서 가늘게 흔들리는 커튼을 보며/ 내 상상력의 커튼을 열어 간다/ 커튼을 열면 우르르 쏟아지는/ 한여름 눈보라가 나를 즐겁게 한다/ 작은 눈보라는 작은 농담일지 모른다/ 이 시대는 심각한 진담이 되어/ 우리는 다른 피부를 갖는다 

-「울음 상자」 부분, 신현림, 7초간의 포옹』, 민음사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요 근래 더 자주 일어났을 법한 모습을 신현림 시인의 새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런 장면에 속해 있는 자신을 종종 목격한다. 베이컨과 보일이 분자운동을 통해 온도를 이해하고자 했던 방식으로 현대사회에 접근해본다면, 현대인의 많은 관계를 뜨거운 관계로 보아도 될 듯하다. 그러나 온도가 높은 관계가 따듯한 정서를 보증하지는 않아서 현대인은 자주 피로하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뜨거운 관계 맺기, 그 역동적 운동성에 서투른 사람은 속이 좁은 사람이나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일쑤이다. 뜨거운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뜨거운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순간 지치고 힘들어 그 온도가 너무 버겁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럴 때 신현림 시인의 ‘7초간의 포옹’을 하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 

7초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긴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 7초와 친해지는 것은 꽤 그럴 듯하다. 신현림 시인이 민음사에서 출간한 새 시집 『7초간의 포옹』을 펼쳤을 때 7초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7초 동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헤아려 갔다. 스톱워치에 7초를 걸어 놓고 반복해서 7초와 사귀었다. 그것은 점차 ‘나’라는 시를 읽는 방식이 되어 갔다.

현관에서 운동화 끈을 묶고 전면 거울에서 발견한 미소를 한 번 스치는 시간, 저녁 설거지를 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찾아 주방 쪽창 너머를 헤매는 잠시, 아파트 엘리베이터 1층까지 내려온 다음에 그때부터 건물 밖으로 나가는 걸음의 수, 그 일곱이라는 마디의 간격은 안정적이어서 자주 위로가 되었다. 점점 나는 내 걸음과 7초간의 포옹을 하게 되었고 내 주방 쪽창 너머와 7초간의 포옹을 하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나와 7초간의 포옹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음의 분자가 지금의 내부에서 분주하게 왔다가는 따듯한 관계였으며 그렇게 데워진 온도는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나를 포옹하는 7초가 너를 포옹하는 7초로, 너를 포옹하는 7초가 우리를 포옹하는 7초가 되리라.  


7초간의 포옹1/ 신 현 림 


너무나 고달프게 그리워한 눈 
너무 고달프게 달려온 발 
너무나 고달파서 낡은 손을 내봐요 

손을 잡으면 슬픈 사람이 
금세 안정을 찾는다죠 
따스히 손잡는 일은 
세상이 넓어 보이는 일이었어요 

살아서 할 일은 힘든 손 잡고 
안아 주는 일임을 알았어요 

당신을 안으면 힘이 나시겠죠 
더 넓어 보이는 하늘 
빨개지는 당신 손 

-『7초간의 포옹』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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