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청춘의 망망대해! 우롱센텐스 월간 메일링 서비스 
세 청춘의 망망대해! 우롱센텐스 월간 메일링 서비스 
  • 차현지 작가
  • 승인 2020.05.22 20:05
  • 댓글 0
  • 조회수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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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디터
우롱센텐스 로고 

[뉴스페이퍼 = 차현지 에디터, 작가]고양예고 졸업생 연대인 <탈선>을 이끌었던 대표 오빛나리, 그리고 그와 함께 학교를 다니며 문학의 꿈을 좇았던 이규락, 정의현. 이 세 사람이 만든 팀 ‘우롱센텐스’가 월간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규락은 자신의 소설을, 오빛나리와 정의현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매달 발표한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한참이었을 당시, 졸업생 연대인 <탈선>은 당사자성을 획득하고 있는 유일한 연대체이기도 했다. <탈선>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던 나로서는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름을 탈각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문학 공동체로서의 포부를 세상에 다시금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 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만났는지에 대한 속사정은 오빛나리의 에세이인 ‘오빛나리의 같잖은 것들’이라는 챕터를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세 사람이 대학 생활을 거쳐 문단 내의 부조리함을 스스로 발화하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공유해오면서 어떤 세계를 조망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에세이였다. 오빛나리는 해시태그 운동에 앞장서던 이로, 작년에 있었던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연대체인 <아가미>의 좌담회에서도 마주치기도 했다. 그가 참여한 저서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그가 앞으로 추구하는 세계의 모양을 상상한 적이 있다. 지금껏 다양한 활동과 작업을 해온 그이지만, 앞으로 그가 하려고 하는 것들이 더 기대가 된다. 그에게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고 싶다. 

정의현 역시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예술계 전반에 드리우고 있는 불합리한 일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번 메일링을 통해서 그는 고양예고의 소재지인 덕이동에서의 자취 라이프를 선보인다. 구 일산 지역이었다가 일산 서구로 편입된 덕이동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더불어 위성 신도시가 지닌 특이점과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을 다각도로 관찰함으로써 도시개발과 재생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낙후된 도시에서 재개발을 통해 변모하게 된 덕이동의 모습을 고찰하면서 사회적인 테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던지는 이 에세이는 고등학생이었던 그가 10년간 지켜본 한 동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간이 아닌 월간 에세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밌다. 

우롱센텐스 맴버들 

 

이규락은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매체 서비스보다 소설이라는 활자 장르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본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소설들을 추천하는 ‘넷플릭스보다 유튜브보다 재밌는 소설’이라는 지면을 발표한다. 이번 달의 추천작은 영국의 코스타 문학상을 수상한 케이트 앳킨슨의 장편소설 <인간 크로케>이다. 작품성과 완성도를 따지는 기존 문학상과는 달리,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코스타 문학상의 취지에 맞게 극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규락은 자신의 소설인 <호르길리우스와 인어들>을 연재한다. <호르길리우스와 인어들>은 동화적인 문체를 지닌 모험 활극에 가까운 소설이다. ‘앙골레지 호’라는 범선을 타고 황금을 캐러 가는 여정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국적이면서도 기존의 문법을 지키며 풀어가는 모험기는 과연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추구하는 자이기에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오빛나리는 에세이에서 자신들을 ‘미끼도 없이 낚싯대를 던지는 한량들’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미끼도 없이 낚시를 하는 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잡히면 그만, 안 잡혀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낚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낚시를 위해 함께 모인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거다. 함께 모였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세 청춘은 아직 젊다.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들에게 펼쳐진 망망대해에 어떤 모험이 숨어 있을지 기대된다. ‘우롱센텐스’라는 이름 아래, 매순간 벅찰 수는 없지만, 때때로 감동하는 날들이 많기를 바란다. 그리고 넘어지고 또 무너지는 사건들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들은 셋이어서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낭만적인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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