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세월,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들이 바라보는 “5.18 광주항쟁”
40년의 세월,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들이 바라보는 “5.18 광주항쟁”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5.22 21:08
  • 댓글 0
  • 조회수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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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온라인 낭독회 진행해
시를 낭독하는 권민경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시를 낭독하는 권민경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소연 시인의 시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소연 시인의 시 [사진 = 김보관 기자]

제발 살려만 주세요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우리는 국가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니 국기만 있고 국가 없는 사람이 맞아요
적에게 발이 묶여 본국에서 썩은 나무 취급을 받았어요
우리는 난파된 사람, 아니 묘지 없는 무덤이랍니다
성냥불처럼 켜졌다가 꺼지는 밤이 이토록 단단해서
벽을 더럽히는 생을 살고 있어요
아, 우리의 처음은 어디일까요? 저 국경의 끝
아니면 저 총구의 끝,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불쑥, 싸이렌 소리, 한낮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르골은 멈추고

-이소연 시인, ‘폐허라는 미래 -Angeles City 1’ 중에서.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2020년은 5.18 광주항쟁 40주년이 되는 해다. 민주화를 위한 수많은 희생 끝에 맞이한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5.18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청년 중에서도 오늘날 ‘5.18 광주항쟁’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고 젊은작가포럼이 주관한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온라인 낭독회“우리는 시간과 공감을 넘어서”에서는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코로나 시대의 시공간을 넘어 독자들을 만났다. 작가들은 차례로 시를 낭독하고 각자의 짧은 단상을 붙였으며 해당 영상은 생중계 및 녹화의 형태로 전국 곳곳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낭독회에서 시를 듣고 있는 김건영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사거리에 서 있다가 사람이 사람을 실수로 죽이는 것을 보았다 피가 흘렀지만 구름과 바람이 같이 흘러 화창해졌다 신호등은 정해진 색깔로 점멸하고 있었다 눈물을 삼키다 가라앉은 사람도 보았다

-김건영 시인, ‘계절’ 중에서.

우리는 5.18 광주항쟁으로부터 4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 또한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날 낭독회 자리에 모인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시인들에게 5·18 광주항쟁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온라인 낭독회의 연출을 맡은 김건영 시인은 82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자라면서 본 광주의 거리는 엄혹한 시기를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모습이었다. 나고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들은 5.18 광주항쟁의 참상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김건영 시인은 “한편으로는 어두운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민주적 발적을 이뤄낸 역사적 사건이다.”라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계속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문학인으로서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함께 낭독회를 연출한 민구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함께 낭독회를 연출한 민구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낭독 중인 이소연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소연 시인은 포항에서 태어나 다소 먼 곳에서 5.18 광주항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영화, 시, 소설 등을 통해 그때를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바뀔 수 있는, 치유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더불어 “과거에는 비교적 격렬하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5.18 광주항쟁을 노래했다면 이제는 ‘기억’에 초점을 맞추고 당시의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현재에도 남아 존재하는지를 바라보려 한다.”는 말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시인으로서의 시각을 드러냈다.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낭독회에 함께한 또 다른 젊은 작가인 권민경 시인은 “그간 앞 세대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근원적 부채감이나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며 “이제는 그러한 감정에서 나아가 시인이자 한 인간으로서 당시의 아픔에 공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온라인 낭독회 참여 시인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범근 시인의 시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범근 시인의 시 [사진 = 김보관 기자]

80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시인들이 저마다 느낀 심리적 거리와 관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4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대한 사명만큼은 모두 똑같았다.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 온라인 낭독회에는 이외에도 십여 명의 문인들이 함께했다.

국가적 사건과 아픔을 마주하는 문학인들의 자세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76년에는 독재정권을 향한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하는가 하면 1980년대에는 김준태 시인 등이 5.18을 고발하는 시를 발표해 정권에 잡혀가기도 했다. 

이제는 글을 발표한다고 해서 누명을 쓰고 처벌받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이날 낭독회에 모인 이들과 같이 ‘지금’을 사는 작가들은 시시각각 만나는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낭독회 말미 오래전 쓴 자신의 시 ‘망월동’을 낭독한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직접 5.18을 겪은 세대와 다른, 젊은 작가들의 문학 속 5.18 광주항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지나온 세월만큼 기억하는 언어와 방식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만큼은 일맥상통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낭독회에 참여한 시인들의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낭독회에 참여한 시인들의 모습 [사진 = 김보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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