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항쟁을 기록하는 시인들, 40년째 이어지는 굳건한 발걸음
5.18 광주항쟁을 기록하는 시인들, 40년째 이어지는 굳건한 발걸음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5.23 21:10
  • 댓글 0
  • 조회수 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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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5월시’를 통해 1980년 5월을 만나다
염무웅 평론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15일, 5.18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염무웅 선생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5.18정신 계승발전과 한국 시의 역할”을 주제로 펼쳐진 해당 강연은 시인 105명이 모여 발간한 시선집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의 출간기념회 중 일부이기도 하다.

단상에 오른 염무웅 선생은 직접 겪어온 생생한 현장과 이어진 혁명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5.18 광주항쟁의 정신을 기억하고 기념할 뿐만이 아니라 130여 년 전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지속한 한국 혁명 운동의 기적을 되살리는 역할을 해낼 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5.18정신과 한국 시를 더욱 폭넓게 접근해 세계 속에서 해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시인으로서 앞으로의 소명을 강조했다. 이는 세계적 재난과 문학의 변화 아래 자긍심을 가지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을 전파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선집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 출간 기념회에 함께한 이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시선집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 출간 기념회에 함께한 이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염무웅 선생의 말처럼 시국과 함께해 온 작가들의 역사는 수십,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올해 40주년을 맞은 5.18 광주항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5.18 광주항쟁에 관해 무수한 시를 써온 김준태 시인은 5월 항쟁의 피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1980년 6월 2일 전남매일신문에 106행의 장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발표했다. 최초의 5월시라 할 수 있는 이 시는 국내에서는 3분의 2가 삭제된 채로 게재되었으나 이후 원문이 공개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이외에도 전용호 소설가는 5월 항쟁이 발발한 18일 오후부터 ‘투사회보’를 만들었으며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던 박몽구는 5월 항쟁의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해 일본의 진보 잡지에 실린다. 이처럼 당시의 문학은 기록과 전파로서의 의미가 강렬했다. 

1987년 7월 발간한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 [사진 = 김보관 기자]
1987년 7월 발간한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 [사진 = 김보관 기자]

전두환 군부 정권이 집권 중이던 1987년 7월 발간한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는 항쟁이 발생한 후 7년이 지난 시점에서 5.18 광주항쟁의 민족사적 관점을 검토하고 종합화해 시인 80명, 100여 작품을 한데 묶었다. 현재는 절판된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에 서문에는 “팔십년 오월은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지금 계속되고 있는 민족운동의 중심”이라고 언급하며 “8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각 지면을 통해 발표된 것을 골랐”다고 밝혔다.

그예 내 이 길로 가네
이 길 끝까지 나아가
원통한 죽음들
하나씩 이름 불러야 되겠네
그 이름 불러 내 목청 터지고
정한 피 다시 흘러야겠네
이 땅에 큰 근심 끝없다 사람들아
개망초꽃 하나도 왠지 적막하고
꽃술 밑엔 불길한 그늘
내 그예 이 산길 타에
벗들 서로 말 없고
바람 함께 가네

-김사인, ‘오월로 가는 길’ 중에서.

당시 함께 편집에 힘썼던 이승철 시인은 “여전히 엄혹한 시기였던 만큼, 시를 모으고 책을 출판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며 “이 긴장감은 시 속에도 담겨 지금과는 다른 시적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6월항쟁 이후 출판에 대한 탄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랬다고는 하더라도 여전히 책을 홍보하거나 알리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최초의 5월 시선집은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에는 채광석 생전 마지막 좌담 ‘5월의 문학적 수용과 전망’ 역시 실려있다. 

10주년을 맞이해 출판된 “하늘이여 땅이여 아아 광주여” [사진 = 김보관 기자]
10주년을 맞이해 출판된 “하늘이여 땅이여 아아 광주여” [사진 = 김보관 기자]
10주년을 맞이해 출판된 “하늘이여 땅이여 아아 광주여”에 수록된 악보들 [사진 = 김보관 기자]
10주년을 맞이해 출판된 “하늘이여 땅이여 아아 광주여”에 수록된 악보들 [사진 = 김보관 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끝없는 함성
앞서서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백기완 작사, 김종률 작곡, ‘임을 위한 행진곡’ 중에서.

이후에도 5.18 광주항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은 계속됐다. 10주년을 맞이해 출판된 “하늘이여 땅이여 아아 광주여”는 김준태, 박노해, 문병란 등이 참여했다. 책을 펴낸 이들은 “광주의 진실을 망월동 5.18 묘역에 여전히 묻어둔 채, 그리하여 민족의 광장에 그 피 묻은 손을 단죄하지 못한 채” 다시금 5월을 맞이한 것에 통탄하며 10년의 세월 동안 기록된 시와 ‘5월 노래’를 책 한 권에 모아 담았다. 20주년에는 김사인, 임동확 시인이 “꿈, 어떤 맑을 날”을 펴낸 바있다.

2011년 5월 25일에는 민주화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이듬해 8월 문학들 출판사에서 이를 기념하며 “5월 문학총서”를 발간한다. “5월 문학총서”에는 1980년대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168명 시인의 시 206편과 13명 작가의 소설 13편이 수록되어있다. 특히 시를 다룬 제1권에서는 80년 이후 약 3천 편에 이르는 시들 중 5월 광주항쟁의 성신과 발전에 부합하는 시 일부를 추려서 시선집의 형태로 엮어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시인 [사진 = 김보관 기자]

4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5.18 광주항쟁이 가진 민주주의의 실천 정신과 민족의 아픔을 기록하는 시인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는 김창규, 김태수, 나종영, 박몽구가 참여해 편집을 맡았으며 강병철, 김준태, 이승철, 이은봉 등 총 105명이 시인들이 집필했다.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 출판 경과보고에서 김창규 목사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항쟁 동안 3000명 이상 다치거나 사망했다.”며 “이번 시선집은 영령이 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광주항쟁 40년의 역사, 한국 문학 100년의 역사 속 찬란히 피어오르는 광주 5.18의 정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국 시인은 격려사를 전하며 “작가는 인권이나 자유, 민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여태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 작가들이 걸어 나갈 길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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