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기획 특집] (6) 르네상스출판사 박종암 대표 “책은 가치재,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도서정가제 기획 특집] (6) 르네상스출판사 박종암 대표 “책은 가치재,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 송진아 기자
  • 승인 2020.05.29 21:15
  • 댓글 1
  • 조회수 187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적 제도 마련을 통한 도서출판 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
르네상스출판사 박종암 대표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송진아 기자]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7년을 맞았다. 제도의 강화와 폐지 사이에서 양측 입장이 팽팽한 이때, 단순히 찬반을 넘어서 유통구조 또는 공급률의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뭇 새로운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르네상스출판사를 운영하는 박종암 대표는 도서출판업계의 각 이해관계를 넘어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나아갔다.

박종암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책이 가진 불변적 가치와 의미”를 고찰하며 “단순히 가격의 높고 낮음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책이 가진 사회적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정 기준을 통과해 정제된 언어로서 탄생한 출판물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는 말과 함께 “간혹 비슷한 것이 있긴 하지만, 완결성을 갖춘 도서는 그 어느 것도 서로 대체될 수 없다.”는 이야기로 책이 가진 고유성을 높게 평가했다. 

뒤이어 도서정가제를 “책의 형식이나 도소매 혹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박종암 대표는 “제도 개선이 된다면 ‘왜’에 집중했으면 한다.”며 “과거 왜 도서정가제가 생겨났는지, 현 상황 속에서 서로 침해되는 권리나 파장이 크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는 “현상학적으로 봤을 때 그 이유는 시장의 변화에서 비롯한다.”고 운을 뗐다. 예전엔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고 집에 보관하는 게 보편적이었다면 이제는 ‘구매’가 아닌 ‘대여’를 선호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사회 공공재로서 각종 기관, 공공도서관 등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흔히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방식이 달라져 도서정가제의 기능과 영향력도 조금씩 변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8년의 공공도서관 수는 930곳에서 1,096곳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모바일 도서 구독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박종암 대표는 의류나 식품 등 다른 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서 가격을 언급하며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작가, 번역자, 편집자, 출판업자, 인쇄업자 등의 이해관계를 생각한다면 책값이 지금보다 오르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때, 책은 “비용을 부담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가치재”로서 태어나야 한다. 할인율 제한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그 가격이 얼마나 됐건 ‘잘 샀다.’는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독자, 출판사, 작가에게 공정한 몫이 분배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적 시장규모 형성을 언급했다. 지속적 창작·출판행위를 보장하는 기본 판매 부수 확보를 이야기한 부분이다. 박종암 대표는 “국내 도서 중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된 학술, 예술, 총론 등의 분야에 한해 도서관에서 구매 수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체계적인 기준안을 만들어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을 고품질의 하드커버 도서 등으로 특수 제작해 기존가 대비 세 배 정도의 가격에 1쇄가량 납품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불특정 다수가 마음껏 빌려볼 수 있는 향유의 자유와 출판업의 시장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기 위한 박종암 대표의 아이디어다. 한편, 그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도서는 페이퍼백의 형태로 저렴하게 출간해 독자들에게도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 박종암 대표가 제안한 제도는 일부 국가에서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문화 아래 도서관용 책과 판매용 책이 가격이 다르며 판매용 도서를 가볍고 저렴하게 만드는 국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회적 장치가 있다면. 정가도 상대적으로 안정화될 것이고 출판사는 물론이고 저술 활동을 하는 분들의 생활권이 보장되는 만큼 작품의 질 역시 매우 높아질 것이다.”라는 말로 긍정적인 연쇄작용을 떠올렸다. 저술 활동이 강해지면서 저작권이 지켜지고 유통망 안에서도 각자의 이익 분배가 고정화되기 때문에 불공정 사례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박종암 대표는 “누군가가 비싼 책을 볼 수 없다면 그 또한 평등하지 않다. 책은 누구나가 볼 수 있는 게 좋고, 그게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며 “법적 제도를 통해 좋은 작품을 알리고 자국민을 지키고 나아가 양질의 작품과 책, 파생된 콘텐츠가 생겨날 때 이만큼 기본적인 정책이 없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제작자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인터뷰 내내 그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출판과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다. 르네상스출판사 박종암 대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책적 기준선을 만들고 도서관 차원에서 가치 평가를 거쳐 일정 부수를 납품한 이후에는 원래 가격의 70%로 판매하는 차등 정가와 같은 방법으로 시중에 나오는 형식이다.”라는 말로 앞선 이야기를 정리했다. 그는 독자가 느끼는 책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창작 여건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해결한 뒤에 다른 문제들을 논의하자는 견해를 내비쳤다.

박종암 대표는 마지막으로 “개별적 이익 문제로 보면 끝없는 싸움이다.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하고 사회적 토론도 진행한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런 부분과 함께 도서정가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2020-06-03 10:56:04
법에 기대서 사업을 하니 성장할 할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