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로 돌아온 황석영 작가, “한국 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던 산업노동자에 초점”
“철도원 삼대”로 돌아온 황석영 작가, “한국 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던 산업노동자에 초점”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6.02 15:43
  • 댓글 0
  • 조회수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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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2,000매에 담은 노동자들의 삶... 삼대에서 사대로 이어지는 삶의 양태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 소설가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 5년 만의 신작으로 찾아온 황석영 소설가의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원고지 2,000매에 달하는 이번 장편소설은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역작이다. 일제강점기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이 고증된 이번 작품은 ‘근대 산업 사회’를 상징하는 중심축과 같은 철도 노동자에 방점을 맞췄다.

황석영 소설가는 한국 장편 소설 중 ‘근대 산업노동자’의 삶을 반영한 작품이 드물다는 점을 꼬집으며 “현재까지 엄청난 산업사회를 이루면서 산업노동자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거의 없다. 천만 노동자, 어쩌면 그 이상의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삶을 살고 있는데 그 내용이 한국 문학에 빠져있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굉장히 중요한 이 부분을 채워 넣고 싶었다”라는 말로 창작의 계기를 밝혔다.

철도 노동자로 살아온 삼대의 이야기를 다룬 “철도원 삼대”는 공장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자인 ‘이진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황석영 소설가는 “이진오의 관점에서 삼대에서 사대로 이어지는 삶의 양태를 그리며 자연스럽게 과거 노동자와 그에 영향을 받는 현재 노동자들의 삶, 둘 사이에 유사한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게끔 했다.”고 전했다.

“진오야, 나 올라갈라구 그런다.”
“어딜 올라가?”
“굴뚝 위로. 씨바, 우리가 거기밖에 갈 데가 어딨냐?”
진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떠나갔지만 진기는 아직 이 도시에 남아 있었고, 스물두 평짜리 다가구주택에는 가장이 언젠가는 일터로 돌아갈 것을 기다리며 그의 가족이 함께 버티고 있었다.
“나 어제 초상집 다녀왔다. 우리 노조에 줄초상 난 거 알잖아?”
“또야?”

-“철도원 삼대” 201쪽.

“철도원 삼대” 표지 [사진제공 = 창비]
“철도원 삼대” 표지 [사진제공 = 창비]

황석영 소설가는 더불어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비단 김용희 씨의 일만이 아니다. 현재도 고공 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어둔 현실을 조망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시대를 생각했다. 실제로 황석영의 신작 “철도원 삼대”에는 이를 연상할 장면이 나온다. 

엄마가 문 앞에서 주저앉더니 꺼이꺼이 울면서 부르짖었다.
“같이 좀 살자, 못된 것들아. 같이 좀 살아.”
이진오는 그녀가 말하려던 충분한 한마디가 바로 이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노동자가 높은 데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자기 처지와 입장을 알아달라고 농성하게 된 것만 해두 엄청난 사회적 변화라구. 우리 할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어.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나아져간다고.“

-“철도원 삼대”, 410쪽.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철도원 삼대”는 민담의 형식을 빌린 작품이다. 황석영 소설가는 “이번 작품은 전반기 문학에서 써왔던 정통 리얼리즘으로서의 서구적이고 엄정한 구성을 뛰어넘어 역사와 허구를 넘나드는 ‘리얼리즘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이야기했다. “철도원 삼대”는 역사적 사건과 민담에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이 덧대져 가상의 인물 이진오와 실존 인물들이 함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한편, 황석영 소설가는 “글을 안 쓰는 노년의 시간이 길어지면 그 고통이 상당하다. 헤밍웨이 등 해외 작가의 경우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절필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나도 자서전을 쓰고 나서 그러한 막막함에 부딪혔다. 하지만 작가는 따로 은퇴 기간이 있지 않다. 죽을 때까지, 기운이 남아 있는 한 써야 한다. 그것이 작가가 가진 책무다. 죽을 때까지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 소설가 [사진 = 김보관 기자]

황석영 작가는 “다음 작품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철학 동화를 쓰려고 한다.”는 말로 차기작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며 여러 가지가 변화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라는 말이 생기 정도로 사람들이 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낸 자본주의 체계와 문명 전반에 관한 고찰의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이처럼 ‘너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작품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번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는 지난 5월 28일 예정되었던 일정으로, 황석영 소설가의 늦잠으로 연기됐다. 행사 전날 그는 늦은 시각까지 5.18 40주년 관련 행사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 소설가는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주최 측인 창비 역시 양해의 말을 구하는 동시에 “이 같은 해프닝은 뜻밖의 화제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증쇄를 찍게 되었다.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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