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불공정 관행 08]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임정자 작가 “2차 저작권 문제 해결 시급”
[문학계 불공정 관행 08]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임정자 작가 “2차 저작권 문제 해결 시급”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6.16 15:14
  • 댓글 0
  • 조회수 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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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 발달에 따른 저작권 보호 제도 마련해야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임정자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DB]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문학계 2차 저작권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는 어린이·청소년 도서 부문이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구름빵” 사태는 저작권을 모두 양도한 ‘매절’ 계약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외에도 독자 특성상 애니메이션, 연극, 문구류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여지가 큰 어린이·청소년 도서의 작가들은 꾸준히 저작권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임정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는 회원들 대상으로 변호사 자문과 저작권법, 표준계약서, 계약서 작성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며 현재의 저작권법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조항들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도서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공정 상황

임정자 작가는 ‘대량납품 시 인세 하향 조정’ 문제로 운을 뗐다. 어린이, 청소년 대상 책들의 특성상 대량납품할 때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불공정한 조항을 포함하는 출판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임정자 작가의 경우 출판계약할 때 이 부분을 삭제하거나 ‘대량납품 요청이 들어왔을 때 협의한다.’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모든 출판사에서 받아들여 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출판사에서 수정을 거부해 1차 원고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계약서에 서명하지 못한 적이 있다.”며 “너무 충격을 받아 두어 달 동안 글을 못 썼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심경을 전했다.

여러 작가가 동시에 작업하고 동일한 계약서를 사용하는 전집이나 시리즈물에서의 불공정 사례도 있다. 임정자 작가에 따르면 계약 시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질의응답이 이루어지지만, 개별 작가가 요구한다고 해서 불공정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임정자 작가는 “작가가 계약 내용에 동의할 수 없으면 글을 쓰다가도 계약은 파기된다.”는 말과 함께 자신과 동료 작가의 계약이 무산된 경험을 떠올렸다.

전집, 시리즈물, 학습물에서의 저작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임정자 작가는 “이런 책들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는 계약을 많이 요구한다. 이 경우 작가가 2차적저작물에 대해 언급도 못할 뿐더러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들은 자기가 집필하지 않은 2차적저작물이 판매되는 걸 발견하거나 전집을 출간한 출판사가 별도의 상의 없이 제삼자에게 저작물을 팔아넘기려 하는 일을 경험했다. 임정자 작가는 “당시 작가들이 항의하니 5만 원권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길 들었다. 참 황당한 불공정 사례다.”라며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는 계약은 그 자체가 불공정을 발생시킨다.”라고 단언했다.

더불어 출판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법 제도에 관한 안타까움도 이야기됐다. 임정자 작가는 “모 학습지 회사가 작가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지에 실어 돈을 벌었다. 이에 대해 해당 작가들이 저작권료 지급을 요청했지만, 주지 않았고 반복해서 게재했다.”며 “결국 소송을 했는데 기각이나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2차적저작물 문제 심각... 저작권법 45조 개정 필요

임정자 작가는 이어 ‘2차저작권’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작권법 제45조를 언급했다. 제45조에 의하면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지만,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임정자 작가는 “대개 출판권 설정 계약서 안에 2차저작권 관련한 조항이 있고, 저작권료가 발생했을 때 출판사와 몇 대 몇으로 나눈다고 처음부터 명시되어 있다.”며 모순점을 꼬집었다. 많은 경우 2차적저작물에 대한 내용이 작가의 의사와 상관없이 마치 당연한 합의 사항인 것처럼 출판 계약서 안에 포함된다는 지적이다.

작가와 출판사 간 배분 비율 역시 명확한 기준선이 없어 그때그때 다르다. 임정자 작가는 “작가 2, 출판사 8인 곳도 있고 작가 4, 출판사 6인 곳도 있다. 후자의 경우 출판사가 대리중개업을 겸한다고 해도 일반적 대리중개 수수료를 훌쩍 넘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출판 계약서 안에 들어 있어서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임정자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다 이렇게 해요’, ‘우리는 이렇게 해요’ 등의 답변을 듣곤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하게 된다. 강요와 다름없고,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불공정 사례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3일 문체부에서는 ‘구름빵’ 사태를 언급하며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추진과 ‘추가보상청구권’ 개념의 도입을 이야기한 바 있다. 임정자 작가는 이와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을 하면 책이 많이 팔렸는지 적게 팔렸는지 작가는 알 도리가 없으므로 추가보상청구권을 신청할 수 없다.”고 첨언했다. 그는 이어 “출판사 측에서 2차적저작물 작성권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이를 문제 삼을 수도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저작권법 제45조 개정이다. 전부를 양도해도 제삼자에게 저작물을 팔아넘기지 못 하게 해야 하고, 계약 기간을 반드시 설정하게 해야 한다.”며 나아가 ‘2차적저작물 작성권은 작가 고유의 권리이니 출판사가 권리행사 시 작가에게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재교육 밀크티창작동화상 공모 요강

상금이 아닌 선인세... 공모 과정에서부터 밝혀

어린이·청소년 문학 분야의 공모제도와 수상제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임정자 작가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공모전은 대부분 상금이라기보다는 선인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예 공모 요강에서부터 상금 대신 ‘고료’라는 말을 쓰거나, ‘상금이 선인세’라고 밝히는 편이다.”라며 “공모 요강에 나와 있으니 안내를 받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응모작가 대다수가 미등단 작가거나 신인 작가들이라 공모 요강만 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상금이 아닌 선인세 형태로 지급되는 경우 인세는 상금을 선회할 때부터 지급하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상금이 아니다. 이에 해당하는 곳은 창비청소년문학상,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사계절문학상, 웅진주니어그림책상, 웅진주니어문학상 등이다. 

한편, 저작재산권 양도를 요구하는 문학상도 있다. 여수MBC에서 운영하는 정채봉문학상은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저작권은 발표일로부터 6년간 여수문화방송(주)에 귀속’된다. 천재교육 밀크티창작동화상은 ‘수상작에 대한 포괄적인 사용 권한 및 권리(출판권, 저작재산권 포함)는 향후 7년간 주최사(관계사 포함)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창작물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가 수년간 주최 측에 귀속되어 불공정한 상황을 야기한다. 이와 관련해 임정자 작가는 “이런 곳에서 주는 금액은 상금도 선인세도 아닌 매절원고료다.”라고 선을 그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임정자 작가는 “권정생문학상, 어린이와문학 문학상, 창원아동문학상, 박지리문학상 등은 많건 적건 창작지원금을 주고, 저작권은 당연히 작가에게 있다.”며 좋은 예시를 언급했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나다움어린이책 창작공모전’은 선인세가 아닌 상금이며 사계절에서 하는 ‘박지리문학상’도 창작지원금과 인세를 별도로 지급한다. 작가는 “이건 특별한 경우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임정자 작가

월정액 구독 서비스, 저작권 보호의 사각지대

또 한 가지 시급히 살펴봐야 하는 부분은 월정액 구독 서비스 등에서의 낮은 인세다. 임정자 작가는 “참담할 정도로 낮은 인세에 작가의 요구는 반영이 안 된다.”며 “출판사가 작가에게 알리지 않고 월정액 구독 서비스 업체에 전자책을 넘겨주거나 영상으로 그림책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될 때까지 작가들이 전혀 몰랐던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로 최근 발생하기 시작한 불공정 사례들을 나열했다.

그는 “이제 시대가 바뀌어 전자책, 오디오북, 디지털 그림책 등등 문학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새로운 방식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말과 함께 “중요한 건 새로운 방식과 구조 속에서 저작권에 대한 고려가 극히 부족하다는 거다. 기업이나 국가가 콘텐츠 ‘산업’의 측면에서만 저작권을 다루고 작가의 창작 활동을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할지,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보장할지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정자 작가는 끝으로 국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작가들의 처지를 이야기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취재가 중단되어 출간은 물론이고 강연이나 강의 역시 모두 취소되고 연기된 상태다. 봄학기면 팔리던 어린이·청소년 도서가 판매되지 않아 인세 수입도 줄어들었다. 작가는 “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작가들은 대부분 잘 알지 못하고, 소득감소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해당 기간 수입이 없었던 작가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다.”며 “제20대 국회에서 특례로 통과된 문화예술인 고용보험법에도 작가들은 빗겨나 있다. 펜데믹 상태에서나 일상적으로나 고용되어 있지 않은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편적인 예술인기본수당일 텐데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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