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 아버지 격월간지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비평가 별세
생태주의 아버지 격월간지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비평가 별세
  • 이민우
  • 승인 2020.06.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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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민우 기자
사진= 이민우 기자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영국의 소설가 존 버거(John Peter Berger)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격월간지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가 25일 오전 별세했다. 김종철 비평가는 생태주의 운동을 해왔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산업화를 경계하던 김종철 비평가는 언젠가 산업 문명이 세상을 파괴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생태주의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필요성을 주창하곤 했다. 이제는 보편적으로 받아지고 있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삶"과 생태주의 운동은 김종철 비평가에게 정신적 빚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한국 문단을 풍미한 생태문학 운동은 김종철 비평가가 만든 녹색평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녹색평론은 1991년 10월 창간된 격월간 잡지로 더 이상 종이 잡지가 서 있을 곳이 없다는 2020년인 올해까지도 멈추지 않고 발행되었다. 

김종철 평론가는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라는 녹색평론의 창간사(1991년 11월 25일)에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산업 문명의 이 압도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의 보잘것없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게다가 이 작업이 불가피하게 산림 파손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은 실로 착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대단히 불투명해지는 현실에 직면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은 그렇다 치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랑을 하고 이번에는 자기 아이들을 가질 차례가 되었을 때 그들의 심중에 망설임은 없을까 하는 보다 절박한 심정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아마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피하기 어려운 당면 현실일 것이다. 우리가 "녹색평론"을 구상한 것은 지극히 미약한 정도로나마 우리 자신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거의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결코 적지 않을 동시대인들과의 정신적 교류를 희망하면서, 민감한 마음을 지닌 영혼들과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그의 창간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새로운 신제국주의 도래, 신자본주의 침탈과 코로나가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 산업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AI로 인한 4차혁명이 코앞에 있다. 노동의 해방이라는 장밋빛 이야기도 있지만 반대로 노동가치 상실이라는 두려움이 가득한 것이 지금의 2020년이다. 우리에게 또 다른 생태주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사진= 이민우 기자
사진= 이민우 기자

장례식장을 찾은 이은봉 시인은 "김종철 선생님을 만나면서 문학의 길로 들어섰고 "삶의 문학"이라는 동인 활동을 했다"며 김종철 비평가를 " 한국 문학사상의 큰 별이고 큰 스승"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이재무, 김영호 같은 시인들이 그의 영향을 받으며 문인이 되었다"며 그의 영향력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김종철 교수의 숭전대학교 제자 중 알려진 시인으로는 윤중호, 전인순, 황재학 시인이 있으며 지금은 소설을 안 쓰지만, 창작과비평사에서 《땅거미》라는 소설집을 낸 이은식도 있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 강병철도 김종철 선생의 영향권 하에서 성장한 사람" 이라며 한국문단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 

녹색당은 추모 논평을 통해 "인간을 소외시키고 자연을 약탈하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성장근본주의에 매서운 비판과 성찰의 눈을 거두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가르침에 각성하고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라며 "기후 위기와 불평등으로 고통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선생님이 열어주신 녹색 사상은 남은 이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평을 남겼다. 

김종철 평론가는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녹색당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삶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김종철 비평가의 답이 필요한 시기 우리는 또 한 명의 문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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