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인권으로 한 걸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성 인권 교육서
성 인권으로 한 걸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성 인권 교육서
  • 정고요 에디터
  • 승인 2020.07.15 01:19
  • 댓글 0
  • 조회수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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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교육과 달리 이제는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뉴스페이퍼 = 정고요 에디터] 세상이 변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겠지만 성(性)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때 더욱 급격히 변하는 세상이다. 그간의 세상이 누구의 기준으로 흐르고 있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야 할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성 인권으로 한 걸음』은 강남역 살인 사건부터 최근 N번방 사건 같은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다루며 1990년대 저자의 기억까지 거슬러 담았다. 보건 교사인 저자가 1990년대에 벽지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는 지금의 성인지 감수성으로 보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가 말로도 안 남는 일이 되어 사라지는 게 그 시대엔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미투 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자신과 동료 들이 겪은 일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모두의 일로 생각하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는 감수성을 지녔다. 이에 반해 사회의 숱한 기성이 지닌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떠한가. 고정관념을 지니면 현실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겠지만 현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성 인권으로 한 걸음』은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여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배우고 또 바르게 현실이 변하게끔 행동하려는 독자의 등을 힘 있게 밀어주는 책이다. 

성(性)이란,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를 이루는 핵심이다. 이런 성(性)이 급변하는 시대,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소년을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성교육을 받게 하는 일일 테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은 학창 시절 12년 동안 평균적으로 열네 시간의 성교육만 받는다. 국가에서는 매년 20차시 성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하지만, 입시 위주의 경쟁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통상적으로 열네 시간만 허락되는 것이다. 생명과 사랑, 존중, 배려와 공감, 의사소통 등의 소프트웨어가 빠진 채 성적 욕망으로만 가득한 사회의 성에 노출되기 쉬운 아이들의 현재에는 ‘N번방’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자리한다, 정규 교육과정에 집중적인 성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독자는 동감하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생물적인 성 지식을 배우고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교육을 청소년들은 받을 권리가 있다. 인근 중학교보다 집중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한 중학교에서는 성에 관한 문제가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책 속의 실례만 보아도 청소년에게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의 시작은 상대의 경계를 침해하지 않는 성 예절을 배우는 것부터다.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일변도였던 과거 성교육과 달리 이제는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책을 읽으며 새로 안 충격적인 사실은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성폭력이 법적으로 ‘정조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정의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성폭행은 여성의 정조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남편이나 집안의 재산 침해로 여겨져 집안의 물건을 훔친 것이나 다름없어서 형법으로 다뤄졌다는 게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지금 성폭력의 정의는 남녀 사이의 정조개념이 아니다.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성폭력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다. 저자는 말한다. “성폭력이 단순히 남녀 간의 위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전제하에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몇 년 전 안희정 성폭력 사건이 알려질 때 왜 문제가 되냐는 주위의 질문에 언어를 갖춰서 설명하지 못하였던 개인적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별과 나이를 막론한 필수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인권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채우고 높이기 위한 사전 같은 책인 것이다. 

십 대 아이들을 성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성에 대해 감추려고만 들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성을 누려야 하며 우리는 성적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인식하였다고나 할까. 성을 권리로 생각하고 이 권리를 지켜나감으로써 행복해져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에 깊이 공감한다. 나의 성 인권을 지키는 것과 다른 사람의 성 인권을 지키는 것은 다른 말이 아니다. 순결의식을 세례받고 ‘피해자 되지 않기’에만 매달렸던 얕디얕은 성교육을 받은 나와 달리, 지금의 청소년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긍정적 성을 배운 청소년이 부디 가해자도, 피해자도, 방관자도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다 자라버린 기성이지만, 뒤늦게라도 올바른 성교육을 받은 것 같아서 저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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