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불공정 관행 10] 중견 시인 C “합당한 대가 지급, 작가 권리에 대한 인식이 중요”
[문학계 불공정 관행 10] 중견 시인 C “합당한 대가 지급, 작가 권리에 대한 인식이 중요”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7.10 21:24
  • 댓글 0
  • 조회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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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분야 원고료 현물 지급 문제... 재수록 시 마땅한 체계나 제도 부재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문학계 불공정 관행을 조사할 때 흔치 않게 등장하는 지적은 ‘문예지 원고 청탁’에 관한 내용이다. 턱없이 낮은 원고료는 물론이고 고료가 아닌 정기구독 등 현물로 대가를 지급하는 곳도 왕왕 등장했다. 이밖에도 제도의 바깥에서 작가의 권익이 침해받는 사례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문학계에서 오래 활동해온 중견 시인 C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생업이 달린 지점에서 용기를 내 발언하는 기성 작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본 매체는 취재원의 신원을 보증하며 익명으로 기사화를 결정했다.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C 시인은 주요지면을 통해 데뷔한 후 몇 권의 시집을 발간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윗세대에서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없다면, 신인 작가들은 무엇이 권리인지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로 운을 뗀 C 시인은 “자기 권리가 뭔지를 알아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성 작가가 나서야 나머지도 믿고 따른다.”는 이야기로 인터뷰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그는 10년 이상이 지나서야 부당한 요청에 대해 거절할 수 있었다며 보고 듣는 경험 역시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C 시인은 시의 경우 ‘원고료 현물 지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기구독 등으로 원고료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금액으로 지급이 되더라도 현저히 작거나 사전 고지와 다르게 주는 때도 있다. 그는 지방의 한 문예지를 예로 들며 “편당 3만 원이었던 곳에 2편을 보냈다. 그런데 5만 원이 입금됐다. 메일로 문의를 하니 ‘(원고료가 적던) 작년이랑 착각했다’는 답변이 왔으나 당시 청탁받은 문예지는 봄호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리 크지 않은 금액으로 작가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례다. 

더욱 노골적인 경우도 있다. H 문예지는 노골적으로 정기구독을 요구하며 ‘사정이 여의치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 거듭 압박을 가했다. C 시인은 “동료 시인 중 하나가 ‘그런 데는 글을 주지 말아야죠. 저는 안 줘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나 또한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졌다.”며 “암묵적으로 불공정 관행을 수용하는 분위기와 누군가 ‘이건 안 해도 돼’라고 목소리를 내는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권익을 찾기 위해 싸우는 사례가 늘어나 결정적인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료 문제와 함께 빈약한 저작권 인식의 문제도 존재한다. C 시인은 동료의 사례를 언급하며 “문예지에 시를 발표한 후 해당 문예지에 실린 시를 보고 타 출판사에서 앤솔러지에 수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문예지 측은 작가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허락해 재수록료를 받았지만, 작가는 책이 나온 이후에야 알았다. 지면과 원고료를 주면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사고 갖는다고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C 시인에 따르면, 이는 비단 문예지뿐만 아니라 신문, 정부 사업 등 대부분의 지면을 포함한다.
 
더불어 재수록료에 대한 합당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C 시인은 “교과서 작품 읽기”와 같은 묶음집에서 재수록료 5만 원을 받고 수록을 허락했다. 그는 “재수록료를 받을 때 몇 부까지, 어느 기한까지의 개념이 없다.”며 “개정판을 낼 만큼 여러 쇄를 찍은 책이지만, 작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단돈 몇만 원뿐이다. 작가에게 재수록료를 주지 않는 곳도 있다”라고 제도의 허점을 짚었다. 관련한 틀과 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타의 문학계 불공정 인터뷰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단행본 계약 시 서면 계약서가 부재한 채 구두로만 체결되는 문제도 언급됐다. M 출판사에서 몇 권의 시집을 낸 그는 “단 한 번도 쓰지 않다가 국가 지원 사업 선정 때 그제야 계약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며 “자사에 붙잡아 두고 싶은 작가와만 계약서를 쓰고 아니면 안 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문학 출판사는 그런 경우가 적은 편이지만, 일련의 문제들은 출판사 운영을 기업의 개념 없이 ‘폼나는 장사’처럼 생각하는 경우에서 비롯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C 시인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사장이 돈이 많은데 인세나 인쇄비는 안 내고 사적으로만 사용한다.’는 제보도 한다.”며 포장된 이미지 아래 당연하게 세습 경영을 이어오는 주요 출판사들의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작가노조 설립 및 작가 권익 주장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를 바로잡았다. ‘출판사나 문예지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목소리와 관련해 C 시인은 “통계적으로 2000년대 들어 문예지도 문학상도 대폭 증가했다. 가시적으로 몇 군데 없어지니까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종수로 따지면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첨언했다. 일부 문예지가 폐간된 출판사도 문예지의 문제가 아닌 “단행본 출판이 자리 잡지 못해서”가 크다는 시선이다.

C 시인은 “결국, 출판사가 문예지를 계속 발간하는 이유는 홍보, 마케팅 등 도움을 받는 면이 있어서다. 지식산업인만큼 가치나 이미지가 중요하니 상업적 수익을 어떻게 지적 가치로 전달하느냐의 고민 속에서 문예지가 지속된다.”는 말과 함께 “문예지 발간은 작가에게 지면을 공급하는 공적 측면만 강조되어왔는데, 사실 회사의 마케팅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직시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작가의 권리 의식을 확보해야 함을 거듭 이야기하며 “한발 두발 싸워나가면서 권리가 생겨날 것이다.”라는 말로 앞으로의 길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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