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작가 ‘그런 생활’ 사적 대화 무단 인용 논란과 재현의 윤리
김봉곤 작가 ‘그런 생활’ 사적 대화 무단 인용 논란과 재현의 윤리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7.15 01:19
  • 댓글 0
  • 조회수 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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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창작과비평 측 입장문 발표 이어져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최근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이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 사적 대화를 별도의 가공 없이 그대로 무단 인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봉곤 작가는 자전적 소설을 쓰는 퀴어 작가로 대표되며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해 제10회,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논란이 된 ‘그런 생활’은 계간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 수록됐다. 무단 인용했다고 지적된 부분은 원고지 10매 정도의 분량으로 주인공 ‘봉곤’이 ‘C누나’와 나누는 카카오톡 대화 장면이다. 해당 내용은 성적인 대화를 포함한 사적 대화 및 고민 상담이 오가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문학계 꾸준히 화두가 된 재현(representation)의 윤리를 되짚어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있었던 대화와 개인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소설 속에 그대로 삽입한 것은 재현의 윤리 문제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예술가가 재현하는 행위는 어디까지 용인이 될까? 예술이 묘사하고 재현할 수 있는 범위와 그 대상에 관해서는 세월호, 기아, 폭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일각에서는 재현의 폭력성을 이야기하며 타자를 재현하는 행위가 또 다른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문학동네 2018년 가을호에서 김건형 평론가는 김봉곤의 소설이 ‘오토픽션(Auto-Fiction)’임을 언급하며 “이러한 자기 재현은 재현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재현의 윤리 그 자체”라고 기술했다. 그는 김봉곤 작가의 ‘조각보 만들기’에 나오는 “타인의 고통을 제 것으로 삼아 내 목소리인 척 말하지는 않겠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타자의 고유성을 쉽게 동일시하지 않겠다는, 퀴어 당사자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최근의 논란과 다소 모순되는 내용이다.

10일, 본인이 김봉곤 작가 소설 ‘그런 생활’의 ‘C누나’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그런생활’에는 주인공 봉곤과 카카오톡으로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을 하는 ‘C누나’라는 인물이 나온다.”며 “독자들은 이 사람을 가상 인물이나 소설적으로 변형된 인물로 생각했을 것”이지만, C는 자신의 이니셜이고 ‘그런 생활’에 쓰인 ‘C누나’의 말은 자신이 보낸 카카오톡이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졌음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봉곤 작가에게 “처음부터 항의했고 수정을 약속받았으나 수정 없이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에 작품을 발표, 이후 같은 작품으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고 경위를 밝혔다. 제보자에 따르면, 자신의 이니셜과 자신이 보낸 카톡 ‘그런 생활’이 실린 세 권의 책이 출간되고 인쇄되기 전 거듭 고칠 기회가 있었으나 약속된 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공론화하게 됐다. 

그는 이어 “실존하는 C누나는 소설의 깔개가 아니다.”는 말과 “이 사건으로 인해 김봉곤 작가가 자신의 ‘당사자성’이 폭력적일 수 있음을 깨닫고, 진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말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계기로 삼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문학 전공자이자 출판편집자로 10년간 업계에 있었다는 제보자는 ‘그런 생활’의 발표 지면이었던 “문학과 사회”의 문학과지성사가 사건을 인지한 후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삭제해주었음을 짚었다. 더불어 문학동네와 창비 측에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수상 취소와 수정 내용에 대한 공지 등을 요청했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봉곤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DB]

하루 뒤 김봉곤 작가는 트위터에서 “작품이 게재되기 전 제보자에게 먼저 원고를 보냈다. 원고를 읽은 그는 카톡 대화로, 특정 대사에는 ‘맥락이 필요하’다는 평과 ‘어차피 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나 아니니까 어떤 대사를 쳐도 상관없는데 더 참신한 거 없을까’라고 말했다.”는 말과 함께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조언으로 받아들여 수정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소통이 미흡함을 인지하고 사과하는 한편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 기억하는 내용이 다름을 주지했다. 그는 ““문학과사회” 2019 여름호에 ‘그런 생활’이 발표된 뒤에도 작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며 자신은 “제보자가 직접적으로 수정 요청을 한 적은 없었다고 기억”했으나 “혹여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문학동네 입장문 전문
문학동네 입장문 전문

논란과 관련해 문학동네는 SNS 입장문 발표를 통해 “지난 5월 6일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김봉곤 작가의 소설 ‘그런 생활’에 대한 ‘C누나’(이하 ‘당사자’)의 문제제기를 작가로부터 전달받아 처음 알게 되었다”며 “수정 내용은 당사자의 확인을 받아 전자책의 경우 즉시(2020년 5월 8일) 반영해 배포했고, 종이책의 경우는 6쇄(발행일 2020년 5월 28일)부터 반영했다.”고 명시했다. 

5월 8일 전달받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 「그런 생활」 삭제 및 수상 취소 요청’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해당 부분을 새로 고쳐 쓴 원고를 보내 심사결과에 영향이 있을지 판단을 구했고, 심사위원들은 해당 내용이 전체 작품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선을 그었다. 사전에 수정 내용에 대한 공지를 진행하지 않은 데에는 “사용 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을 이유로 꼽았다. 

창작과비평 입장문 전문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창작과비평 측은 “(소설의)수정 공지는 당사자 간 합의 후 그 방식과 내용을 알려주시면 진행하겠다고 전달 드린 상태다. 이후 별도 답신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통화 후 발표된 입장문에서는 “김봉곤 소설집 “시절과 기분”(5월 1일 출간)에 제기된 문제를 5월 6일 작가로부터 고지받고 작가의 뜻에 따라 수록작 단편 ‘그런 생활’의 본문을 즉시 수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창비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신중하게 대처하고자 했으며, 이 사안에 더이상 상처받는 분들이 없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첨언했다.

한편, SNS를 중심으로 직간접적인 문학 관련자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장은정 평론가는 11일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측에 공식 입장문을 요구하는 트윗을 게시했고 이에 동의하는 리트윗 수가 1,500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두 출판사가 발표한 일련의 입장문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문인들 사이에서는 ‘더욱 논란을 증폭시키는 내용’, ‘출판 윤리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등의 비판이 일었다. 이외에도 김봉곤 작가가 문학동네 편집부에서 일함을 지적하며 내부 직원이 같은 출판사의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것과 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초창기부터 지지의 뜻을 전한 김초엽 작가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계간 창비 가을호에 소설을 못 싣겠다고 메일을 보냈음을 알렸다. 그는 “문학동네 그리고 창비와 작업할 기회가 생겼을 때, 둘 다 정말 좋은 출판사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음 책도 다른 곳에서 낼 것이다.”는 상황을 알렸다. 김초엽 작가는 이어 “나도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데, 십 년간 문학편집자로 일하면서 이곳에 계셨던 당사자분의 마음은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말로 심경을 전했다. 

김초엽 작가, 김봉곤 작가와 함께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장류진 작가 역시 13일 문학동네에 “통상 증쇄를 하면서 반영되는 일부 오타의 수정이나 반복된 표현의 삭제”가 아닌 “소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더구나 피해를 본 당사자의 문제 제기로 인해 수정되었다면 이에 대해 독자들에게 공지가 되었어야 한다.”고 전달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엔솔러지가 아니라 수상작품집이기 때문에 이를 오랫동안 아껴왔던 사람들에게는 더 큰 실망이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젊은작가상 수상을 맡았던 권여선 작가는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가 이후 “제 글이 또다른 가해가 될 수 있음을 반성하며 어제의 트윗을 지운다. 오점 없는 심사는 없지만 새삼 심사의 엄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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