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을 보호하는가 “바보야, 공급률 문제야”
도서정가제가 지역서점을 보호하는가 “바보야, 공급률 문제야”
  • 배재광
  • 승인 2020.07.22 19:28
  • 댓글 0
  • 조회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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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도입이 2000년부터 논의되면서 가장 중요한 도입취지 중 하나가 ‘지역서점’ 보호였다. 지난 15일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일부 토론자는 여전히 도서정가제가 산소호흡기라는 주장을 하면서 온라인서점 점유율이 60%가 넘고 지역서점이 사라진 원인으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불공정한 법체계로 인하여 지역서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은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도입이 결정된 2000년경 겨우 3%의 점유율을 가졌을 뿐이다. 

지역서점들이 도서정가제를 마치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 외에는 없어 보인다. 2000년 경 지역서점이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이 주장한 대로 정가제가 도입되어 할인이 제한되었을 경우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서점들은 시장진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의 시장진입이 지체된 만큼 지역서점들의 감소는 둔화되었을 것이다.

지역서점의 위기는 어디에 있는가?

세계경제가 인터넷을 필두로한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인한다. 인터넷, 배송 등 거부할수 없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한 소비자들의 사용자 경험이 기존 지역서점들의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지역서점들의 대응은 주로 이를 부정하고 기존 거래관계의 존속을 바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뿐 변화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과 기술 혁신이 부족하였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오직 기존 오프라인 거래관계의 존속을 위해 도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은 없었다. 보호의 지속을 원했을 뿐, 일정기간 보호 이후에 대한 답은 내지 못했다.

도서정가제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도 그 원인이 있다. 도서정가제는 법적으로는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및 제29조 소정의 ‘재판매가격유지’제도다. 즉 저작권자와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종 판매자인 ‘서점’(지역서점 포함)의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법제도다. 그럼에도 지역서점들이 서점을 보호하는 제도로서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인터넷 등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온라인 서점 도입 자체를 도서정가제로 막아 보겠다는 2000년 경 관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지역서점의 위기는 도서생태계의 변화와 생태계 내부의 문제에 기인한다. 출판사들이 지역서점에는 책을 공급하지 않고 공급할 경우에도 ‘공급률’을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보다 높게 책정하는데 있다. 이로 인하여 온∙오프라인 대형서점보다 할인을 높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로 이를 보호받고자 하는 주장이다. 

바보야, 문제는 공급률이다. 

대형출판사들의 이익집단인 출협과 그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서점들에 대한 공급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괜한 도서정가제에 지역서점의 위기를 떠넘겨서는 안된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장을 지속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도는 보편성과 일반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이 생태계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서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서점들은 참고서나 도서관 납품으로 대부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지역서점 보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도서관 납품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나 학생에 대한 할인율을 10%에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두어 들여야 한다. 도서정가제를 하고 있는 어떤 나라를 살펴 보아도 도서관에 정가제를 적용하거나 적용하더라도 할인율을 일반보다 더 제한하고 있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다. 혹시라도 지역서점을 위해서라면 위인설관이고 사족이다. 제도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다.

과거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직시하는 자만이 과거의 잘못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만명 국민청원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 도서정가제 폐지와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이나 웹툰, 웹소설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멈추라는 것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20만명 도서 소비자인 주인이 내린 정부에 대한 명령이다. 

(배재광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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