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보 아트스페이스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의 주인공 손동현 작가를 만나다
[인터뷰] 교보 아트스페이스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의 주인공 손동현 작가를 만나다
  • 송진아 기자
  • 승인 2020.07.23 15:40
  • 댓글 0
  • 조회수 90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8월 25일까지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미공개 작품 전시해
손동현 개인전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손동현 개인전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입구 [사진 = 김보관 기자]

동양화와 현대적 요소를 신선한 방법으로 접목하며 평단과 대중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은 손동현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틈새 공간, 교보 아트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는 해당 전시는 손동현 작가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미공개 작품이 공개됐다.

젊은 기성 작가들을 중심으로 큐레이팅하는 교보 아트스페이스 전시는 오래전부터 손동현 작가와의 전시를 기획했다. 일정 조율로 올해 여름 시작된 이번 개인전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는 연필 드로잉, 부채, 화첩, 두루마리로 나뉘는 손동현 작가의 작품 57점이 전시된다.

전시명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노래 제목으로 끊어진 듯 이어지는 네 개의 단어들처럼 전시된 4가지 매체의 작품들을 하나로 결합하기 위한 의도로 결정됐다. 뉴스페이퍼는 손동현 작가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을 더욱 가깝게 만나보았다.

손동현 작가 [사진 = 김상태 작가]
손동현 작가 [사진 = 김상태 작가]

Q. 이번 교보 아트스페이스에서의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전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미공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처음 제의를 받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 몇 해 전에 교보 쪽으로부터 전시를 제안 받았습니다. 예정된 다른 전시 스케쥴 때문에 바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광화문 교보문고라는 공간에 애착이 있었기에 꼭 전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서울의 전시공간에서 꼭 전시하고 싶었지만 좋은 기회를 갖지 못했던 구작들이 꽤 있었는데 교보아트스페이스의 최희진 선생님과 상의하여 그 작업들로 개인전의 방향을 잡고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손동현 작가의 ‘프롬 아우터 스페이스’ [사진 = 김보관 기자]
손동현 작가의 ‘프롬 아우터 스페이스’ [사진 = 김보관 기자]

Q. 동양화 기법으로 007, 드래곤볼, 우주선, SF 등 다양한 현대적 요소들을 그려내셨습니다. 특히 악당과 히어로들을 동양화풍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알려지셨는데요. 당시 이 같은 시도는 처음이나 다름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 계기나 기획 스토리가 있으신가요? 

- 동양화를 전공했던 학부 시절 동아시아 회화가 추구해 온 가치들은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중 ‘정신성의 포착과 시각화’라는 부분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전신사조傳神寫照’가 과연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되었고, 그렇다면 사조하여 전신하기에 가장 어렵거나 무의미한 인물을 초상에 담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CG로 빚어져 화면 위에서 생생하고 화려하게 재현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정신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힘든 대상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손동현 작가의 ‘배틀 스케이프’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손동현 작가의 ‘배틀 스케이프’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Q. 만화 속 파편적 공간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낸 ‘배틀 스케이프’ 연작에서 작가님의 세심함과 집념이 느껴졌습니다. 창작 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을까요?

- (만화 속) 산수를 다룬 작업입니다. 〈드래곤볼〉은 일본 만화 시장에서 가장 사랑 받은 작품인 동시에 스토리/등장인물의 구성 등 여러 측면에서 후대의 만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데, 제가 주목한 부분은 작중의 액션 연출이었습니다.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는 이전까지의 망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전투 장면을 그려 냈는데, 그를 뒷받침하는 배경의 묘사도 정말 굉장합니다.

특히 제가 참고한 〈드래곤볼Z〉 시기에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모두 무공술을 사용하여 공중과 육상에서 육박전과 추격전을 벌이기 때문에 시점의 변화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작중의 배경 또한 외계행성과 지구를 넘나들기 때문에 그 차이를 묘사하는 방식 또한 흥미롭습니다.

〈Battlescape Z (Battlefield Namek) 〉의 경우에 외계행성 나메크를 다양한 시점에서 조망하기 때문에 저는 작가가 제시한 시선을 따라가며 작은 칸 속 나메크의 모습을 연결해 큰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결된 산수의 모습은 (인물 없이도) 어느 정도 스토리를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나메크에 도착해 다양한 인물을 만나 전투를 겪는 장소들이 담겼고 종국에는 행성이 파괴되는 순간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Battlescape Z (The Cell Game)〉은 인조인간들과 처음 조우해서 전투하는 장면부터 마지막으로 결전을 벌이는 ‘셀게임’ 경기장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선형적 서사를 가진 만화를 참고한 만큼 길게 펼쳐진 두루마리가 가장 어울리는 형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의 방향으로 보시면 됩니다.     

손동현 작가의 ‘헨치맨 Henchman’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손동현 작가의 ‘헨치맨 Henchman’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세심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배틀 스케이프 Bettlescape 연작’ 외에 특히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헨치맨 Henchman’ 연작이 눈에 띄었다. ‘헨치맨 Henchman’ 연작은 손동현 작가가 2011년 갤러리2에서 “빌란 Villian” 전시를 준비하며 함께 진행한 작업들이다. 

당시 전시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 본드와 대척점에 있는 악당들을 선보였던 것으로, 이번 교보 아트스페이스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 전에서는 악당의 수하, 헨치맨의 초상 30점을 접할 수 있다. 손동현 작가 작품 중에는 드물게 먹, 물감과 순지, 장지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예외적인 연필 드로잉이다.

Q. 이번 전시에서는 007에 나오는 악당이 아닌 그들의 수하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과거 작가님의 작품집 첫 장에 있었던 그림들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그간 공개된 작품들의 비하인드 또는 과정 또한 엿볼 수 있는데요. 이번 전시작 중 작가님께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 뻔한 대답으로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전시에 나온 모든 작업에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하던 당시에는 어떤 기회를 통해 전시할 수 있을지 계획도 기대도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2017년에 제작한 도록에는 전부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Q. ‘파워 스케이프’에서와 같이 산과 강 등의 자연물을 캐릭터화해 그리거나 문자를 이미지화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구상 중인 작품이나 예정된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내년 봄에 신작들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최근 작업들에서는 주로 인물화라는 형식을 통해 여러 매체와 기법을 실험해왔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작업들은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손동현 작가의 ‘파워 스케이프’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손동현 작가의 ‘파워 스케이프’ 연작 [사진 = 김보관 기자]

아쉬운 짧은 인터뷰와 전시 관람을 마치며 전시장 오른편의 ‘파워 스케이프’를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한다. ‘파워 스케이프’는 작가가 2013년부터 시작한 동아시아 회화 요소들을 인물화로 그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산수를 인물로 만들기’라는 주제로 화폭을 하나씩 채워간 작업이다. 해당 작업 중 일부는 이후 작업한 큰 인물화의 기초가 되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손동현 작가의 이후 작업 역시 기대된다. 근래 보여주었던 인물화에서 나아가 또 다른 기획을 준비 중이라는 그의 다음 전시를 기다리며, 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같은 전시 “하더, 베터, 패스터, 스트롱거”를 살펴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