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처럼 떠도는 문예지 등급표, 정체가 무엇일까?
유령처럼 떠도는 문예지 등급표, 정체가 무엇일까?
  • 이민우
  • 승인 2020.07.30 00:10
  • 댓글 0
  • 조회수 196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인터넷에 ‘문예지 등급표’라는 것이 떠돌고 있다. 수년 전부터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이 표는 '한국문인협회미주지회'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급부터 F급까지로 문예지를 구분한 이 자료는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이미 없어진 문예지들이 표기되어 혼란함을 과중한다.

게시물마다 차이가 있지만, 저마다 출처를 ‘전국 문창과 교수협의회 및 학술연구위원회 심의 자료’나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과 교수회의 및 학술연구위원회’로 밝히고 있다는 데에 유사성을 띤다.

함 홈페이지의 문예지 등급표
한 홈페이지의 문예지 등급표

 

한 언론사에서는 “올바른 문예창작과 학원 혹은 문창과 과외를 찾는 방법”이란 기사를 통해 문예지 등급표를 언급하며 “등단이란 모두 같은 등단이 아니다. 언론사의 경우 익히 우리가 들었던 언론사에서 데뷔했다면 학부모님이 판단이 편하지만, 출판사의 경우 아래의 출판사에서 등단한 경우에게만 제대로 된 작가로 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문예지 등급표는 무엇이고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뉴스페이퍼는 ‘전국 문창과 교수협의회’라는 것을 찾기 위해 문창과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이를 알고 있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전국에 있는 문예창작과 교수들이 모여 있는 협의체는 한국문예창작학회가 있다. 한국문예창작학회의 창간 멤버이자 전 회장을 역임한 이승하 교수는 ‘우리(학회)는 확실히 아니다’ 라 답변했다.

네이버에 이 정체불명의 문서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2008년 문예지 수준별 등급이라는 글이다. 최소 10년 이상 된 문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과’ 교수회의 및 학술연구위원회가 출처라고 밝히고 있는데, 문예창작과가 인문과학대학 소속인 학교는 D 대학교와 J 대학교가 있다.

사진=한송희 에디터
ㅇㅇ대학의 평가 

 

본지는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로부터 “이와 내용은 다르지만, 인문과학대학에 소속된 J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이와 비슷한 평가표가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 인터넷상에도 ‘J 대학교 문예지 등급’이란 이름으로 2003년도에 제정되었다는 등급표를 찾을 수 잇다. 현재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료와는 차이가 있지만, 해당 자료가 원형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터뷰에 응한 또다른 문인 역시 익명을 요구하며 “논문 대신 작품 발표를 대체하기 위해 학교마다 인정 문예 지표 혹은 문예지 등급표가 있다.”며 “이는 문예지들을 차별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기준 및 내용은) 대학마다 다르다. 논문 발표가 보통 100점이라고 생각하면 시 한 편에 몇 점 소설 한 편에 몇 점으로 대체해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다.”라고 부연했다. 그렇기에 교수들 역시 등급이 좋은 문예지에 글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또한 “H 대학 경우를 예로 들자면, 교수나 강사가 취득해야 하는 점수가 200점이라면 학술지 논문 2개를 발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논문 대신 문예지 발표로 대체 할 수 있다. 다만 논문점수의 45%를 넘지 못하는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아예 논문 대신 문예지로 대체가 가능한 대학이 있으며 학교마다 이를 위한 제도가 존재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등급표는 10여 년 전 한 대학에서 정한 문예지 점수표가 사람들에 의해 고쳐지고 변형된 부정확한 정보다.

이번 취재를 통해 대학마저 등단시스템과 문예지들의 권력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했다.

또한 최근 독립문예지와 대안적 매체들의 등장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2020년 사업부터는 등단 대신 창작 활동을 기준으로 자격을 심사하고 있다. 이는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데뷔 방식과 다양한 활동들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 문예위가 문학 생태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뉴스페이퍼는 역시 ‘등단’ 대신 데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잘못된 문예지 등급표를 교환하고 공유하며 읽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문예지 등급표는 잘못된 선입견을 만들 뿐 아니라 플랫폼에 들어오려는 이들을 막는 게이트 키퍼의 권력을 강화하는 역활을 한다. 이러한 잘못된 등급표는 작가를 평가할 때 문예지를 기준으로 삼는 지금의 현실이 낳은 결과물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