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권리보장법 기획 02]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이 말하는 ‘예술인과 노동’
[예술인 권리보장법 기획 02]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이 말하는 ‘예술인과 노동’
  • 송진아 기자
  • 승인 2020.07.3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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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들이 갖는 권리, 법과 제도 안에 포함되어야
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인 노동자 선언 현장 [사진 출처 = 문화예술노동연대 페이스북]

오랜 기간 예술인은 ‘노동자’와는 거리가 먼 특별한 존재로만 그려져 왔다. 하지만 문화예술산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수많은 예술인은 그 형식과 방법이 다를 뿐, 저마다의 전문 지식을 가진 직업인이기도 하다. 예술의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는 2020년은 창작 역시 노동의 일부로 인식되는 세상이다.

뉴스페이퍼가 만난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은 “그간 노동 혐오나 노동 기피 문화에서 비롯한 거부감이 존재했다고 본다.”며 “노동이라는 게 거창하거나 육체적 노고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이 노동자로서 마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로 예술인의 노동권을 설명했다. 

그가 규정하는 ‘예술인’의 범위는 문체부가 소관하는 문화산업예술 분야 모든 장르를 포함한다. 예술인 복지법 등의 제도가 예술에 대한 개념 정의를 좁게 마련해 보호받아야 할 예술인들을 한정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고용보험법상으로 ‘실업 급여를 수급받을 수 있는’ 예술인들은 예술인 복지법상의 예술인이므로 이는 고용보험 적용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해당 기준에 의하면 예술인복지재단에 활동 증명을 할 수 있는 대상, 즉 문화예술진흥법상의 예술 장르로 한정된다. 이때, 출판 분야의 번역자들, 일러스트레이터, 방송 르포작가, 외주 노동자 등 문화산업분야 예술인의 상당수가 제외된다. 과거의 ‘예술’ 범주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연유에서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예술에 대한 개념이 넓어져야 한다.”며 “예술인 고용보험법 관련해서 투쟁하고 있고 투쟁해 나갈 거지만, 이 부분에 쟁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오경미 사무국장

오경미 사무국장이 일하는 문화예술노동연대는 2017년 결성된 것으로 예술인 고용보험법 통과와 적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결성된 연대체다. 문화예술노동연대 안에는 열두 개 정도의 노조, 비노조가 포함되며 문화산업과 순수 예술 종사자가 골고루 존재한다. 예술인들의 노동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구체적으로 예술인 고용보험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예술인 고용보험법이 통과된 현재는 시행령이 작성되는 과정에 개입하며 보다 많은 예술인들이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특히, 다른 업무 또는 직장과는 달리 예술계에서는 계약서마저도 쉽게 간과되곤 한다. 문학계 뿐만 아니라 방송계와 연극계에서도 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이 만연하다. 이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어도 하소연할 수 없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대표적인 게 영화 스텝과 방송작가”라며 “계약직이지만 계약서가 없어 휴업 수당도, 급작스러운 실직 이후 제대로 된 수당과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관련 지원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많은 예술인에게 해당하지 않는 때가 많다. 시인이나 미술가의 경우 평소 소득이 높거나 고르지 않아 소득감소를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강사 등 겸직을 하는 예술인의 특성상 단기간의 고용보험 가입으로 인해 고용안정지원금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아르바이트 등 짧은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예술인과 형태상으로 가장 가까운 직종 중 하나는 택배기사, 학습지도사, 프리랜서 강사 등의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다. 예술가들이 맡게 되는 업무의 많은 부분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지니며 일정한 루틴이 없는 비정규직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이처럼 ‘일감’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지칭한다. 근래에는 예술인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둘 모두의 노동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자들이 실직했을 때 어느 정도 완충 장치를 주는 법적 보호망인 고용보험 제도 안에 예술인을 포함함으로써 우회적, 간접적으로라도 근로자인 것을 판명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은 특례법으로 통과된 예술인 고용보험법과 관련해 “반쪽 근로자로 인정된 느낌”이라며 “예술인들이 바란 것은 특혜가 아닌 ‘동일한 직업으로의 인정이다. 그간 다른 직업과 똑같은 직업이 아닌 것처럼 여겨져서 사각지대에 놓였고 기존 법상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고 첨언했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보험의 전면적 개정‘ 천명한 것과 달리 예술인 고용보험법은 특례로 통과됐다. 예술인들에게 기존의 체계 적용이나 실행이 어려워서 그렇다는데 막상 진행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예술인이 적용될 수 있나 의문이다.”는 말과 함께 ‘소득 기준 제한’을 예로 들었다. 

고용보험법 내 ‘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 제77조의2에 의하면 “65세 이후에 근로계약 또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영업을 개시하는 경우”와 “예술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에 오경미 사무국장은 ‘소수의 예술인만 적용받을 가능성’을 제기한 지점이다.

‘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 상세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발의된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태와 노동권까지 다루게 된 지점에서 “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하찮았는지를 보여준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헌법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예술인의 사회 지위를 명문화한 것이 예술인 권리보장법이나 역설적으로 예술인들이 헐벗은 존재였음이 드러났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위태로운 예술인들의 지위에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완충 역할이 될 수 있으면 좋지만, 다소간 한계가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법에 가까운 법안에는 규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강제적 수준은 아니다. 오경미 사무국장은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통과되더라도 불공정한 상황 속에서 얼마만큼 실질적인 보상과 처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기존법의 개정 역시 필수적이라는 게 오경미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공직자윤리법’에서 블랙리스트 사태 같은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거나, 지원 사업을 빌미로 성폭력을 일삼는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 기존 법체계의 개선과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통과. 예술인의 노동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앞으로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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