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희 작가와 이금이 작가 표절 공방? 신경숙 사태 이후, 반복되는 문학계 표절 논쟁
임재희 작가와 이금이 작가 표절 공방? 신경숙 사태 이후, 반복되는 문학계 표절 논쟁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8.06 18:54
  • 댓글 0
  • 조회수 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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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가이드라인과 제도 전무하다시피 해
임재희 작가의 “당신의 파라다이스”(좌)와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2015년 이후 문학계는 표절 문제를 모른 척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신경숙 작가의 단편 ‘전설’이 일본 소설 ‘우국’ 속 문장을 표절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신경숙 사태로 발발한 논란 속에서 문학계는 수많은 논평과 비평, 숱한 공론의 장을 마주했다. 그로부터 5년 뒤, 다시금 표절 논쟁이 대두됐다.

지난 4일 임재희 작가는 “창비에서 나온 이금이 작가의 최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이 자신의 데뷔작 ‘당신의 파라다이스’를 표절했다”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같은 해 5월 출판사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된 바 있다. 임재희 작가는 “작품과 플롯, 인물 설정, 직업군, 성격, 부모들 관계 등에서 상당한 공통점들을 발견했다.”며 “‘창작의 고유성’과 미래가치를 포함한 ‘희소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신의 파라다이스’의 영문판 번역 및 국내 개정판 작업 구상 중인 지점을 강조한 지점이다.

문제를 인식한 초기 임 작가는 관련한 내용을 담은 A4 8장의 문서를 이금이 작가 측에 전달했다. 이후 이금이 작가가 26장의 답변서를 통해 이를 반박했으며 출판사 창비 측은 제3의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판단을 받아볼 것을 요청하며 ‘중립’을 유지했다. 이 과정을 접한 다수의 문학 관계자들은 ‘창비’라는 이름에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 창비는 신경숙 작가를 옹호해 ‘문학 권력’ 논쟁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신경숙 작가는 당시 창비에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 이른바 ‘스타작가’를 키워내고 비호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이번 논의의 핵심인 표절 시비는 문장과 같은 언어적 표현이 아닌 플롯과 인물 관계 등의 비언어적 표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법리적 판단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희 작가가 문제를 제기한 지점은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에 해당하는데 반해 현행 저작권법에서 문학 표절은 문장이나 표면적 줄거리와 같은 ‘실질적 유사성’에 치중해 판가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과 영화 등 서로 다른 형식을 지닌 2차적 저작물을 다룬 다수의 판결에서도 플롯 표절은 인정되지 못했다. 

현재 임재희 작가는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절판을 요구하며 양측의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임재희 작가는 “나에겐 처음부터 잃는 싸움과 같다.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점차 지쳐가겠지만, 이미 작품의 고유성과 희소성은 침해를 당했다. 이는 영영 회복될 수 없다.”고 전했다. 

관련해 이금이 작가는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임재희 작가의 절판 요구를 수행하기 이전에 해당 작품이 절판할 사유가 있는지를 우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반평생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써온 입장에서 지녀온 자긍심과 커리어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이때, 이금이 작가가 언급한 검증 과정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신청을 의미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 조정 절차는 3개월가량 소요되며 성립 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지만, 조정부가 저작권 분쟁 당사자의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로 조정 불성립 시 별다른 의미나 효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임재희 작가와 이금이 작가 양측의 주장이 날카롭게 교차하는 이때, 법적 과정 이전에 표절의 기준을 논할 마땅한 내부적 대안은 없을까? 신경숙 표절 사태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2015년 국내 주요 문학단체인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는 저마다의 대책을 강구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마련과 관련 상설 기구 설치 추진을 언급했다.

그러나 뉴스페이퍼의 취재 결과 문학계 표절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제도 및 기구는 전무하다. 2015년 당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정우영 시인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표절의 기준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과 함께 법적인 표절의 기준과 도덕적인 기준 사이의 괴리를 이야기했다.

최근의 논란에서 창비 측은 “임재희 작가님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신청을 재요청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이는 여타 문학단체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처럼 5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문학계는 표절의 표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창작물의 고유성은 보호받아야 마땅한 가치이다. 반복되는 표절 사태에서 기시감을 맞이한 2020년 여름, 우리는 이제라도 본격적인 표절 논의를 재개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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