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출판계 도서정가제 팽팽한 대립 속 밀실 논의... 초대받지 못한 ‘20만명’의 국민들
문체부-출판계 도서정가제 팽팽한 대립 속 밀실 논의... 초대받지 못한 ‘20만명’의 국민들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8.07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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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폐지를 우려하는 출판·문화단체 긴급대책회의” 현장 [사진 = 이민우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개선 합의안 전면 재검토’ 의사를 내비치며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각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가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비자 의견을 더욱 폭넓게 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추가 의견수렴 과정임을 밝혔으나 논란은 쉬이 식지 않고 있다.

합의사항 전면 재검토를 접한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의 훼손 또는 폐지를 예상하며 반발하고 있다. 6일 발표된 한국출판인 회의 성명서에서는 “도서정가제는 출판·서점 산업 발전과 창작 기반 조성 및 국민의 지식 창조력 향상을 위해 유익한 제도”라며 “민관협의체 구성 이후 총 16차례의 회의 등을 거쳐 정리된 개정안과 그 과정에 대해 부정하려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민관협의체에서 합의된 개정안에서는 현행 도서정가제의 유지와 웹소설, 웹툰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3년 뒤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뜨거운 논의 속에서 출판계, 문화체육관광부 양측 모두 대외적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청원에 참여할 정도의 커다란 관심사임에도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16차례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공개토론회 역시 하루 전날 공지돼 비판을 받았다. 

7일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30여 개 출판단체가 참석한 “도서정가제 폐지를 우려하는 출판·문화단체 긴급대책회의”는 당초 공개토론회로 예정되었다. 그러나 경과보고 이후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내부 논의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돌연 기자들 모두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한 기자는 “여러 사정을 이해하지만, 공개토론회라는 자료를 돌렸다가 이제 와 비공개로 전환한다는 게 유쾌하지 않다.”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관련 자료 공유 시점을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약 1시간 뒤에 회의를 마치고 즉각 공유할 계획”이라고 답변했으나 5시간이 지난 이후 정리된 자료가 도착했다. 

기자들에게 제공된 회의록에 따르면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잘 진행되던 도서정가제 합의가 깨진 이유는 추정컨대 웹툰과 웹소설의 분야에서 면세를 받으려고 하면서 동시에 가격 제한은 받고 싶지 않아 때문이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이 공동대책위원회 수립 추진을 건의하며 대표단 구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밀실과 다름없는 폐쇄적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소통의 한계를 가진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현장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담당 송성호 상무이사는 “합의안은 6월 3일에 다 나왔던 것”이라며 “예정대로였다면 6월 18일 서명을 하고 진행하기로 했으나 문체부에서 미루었고 7월 2일 소비자의 권익이라는 이유로 연기 통보를 해왔다.”는 말로 경위를 밝혔다. 전자책과 관련한 논의는 총 16회차 중 10차 회의 시부터 들어갔으며 이 또한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의 과정은 물론이고 세부적인 내용 역시 국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그간의 도서정가제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된 ‘깜깜이 회의’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해 전자출판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로써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재검토 표명은 특히 전자출판계의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더욱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문화체육관광부-전자출판계 간담회이지만, 관련한 보도자료나 공지는 찾을 수 없었다. 뉴스페이퍼는 참석을 위해 문의 전화를 걸어 취재 가능 여부와 장소를 물었으나 ‘비공개 소규모 간담회라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작 도서정가제 ‘당사자’인 일반 독자와 시민은 논의에 참여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20만 명 돌파 이후 뉴스페이퍼는 박양우 장관의 답변에 등장한 ‘청원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분석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넣은 바 있다. 그러나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제도 개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개 가능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처럼 양측 모두 ‘작가와 독자를 포함한 출판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극히 제한된 인원만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실상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쉽게 토론회 장소에 참석할 수 없을뿐더러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이들이 그토록 이야기하고 있는 ‘당사자’는 굳게 닫힌 문밖에 서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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